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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체질인가봐요"… 아침방송 DJ로 활약하는 두아들 엄마

 
“어느덧 푸르름이 한층 더 짙어지는 5월이 찾아왔습니다. 다음 주까지는 봄 여행주간이라고 합니다. 가족과 친구, 가까운 사람과 함께 여행을 계획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원고를 들고 방송실로 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원고를 들고 방송실로 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일 오전 8시50분 천안시청 4층 CS방송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면서 DJ를 맡은 김지원(44·여)씨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 “안녕하세요. 뮤지컬을 이야기로 전하는 시민DJ 김지원입니다”라고 멘트로 운을 뗀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이날 방송의 주제였다. 멘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이다. 그는 소설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를 소개하며 “세르반테스는 알았을까요? 1605년 자신이 쓴 소설이 4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요”라며 호기심을 갖게 했다.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뮤지컬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씨는 “원작은 상당히 길고 어렵지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이런 어려움을 잘 풀어낸 작품입니다.(중략) 오늘 들려드릴 뮤지컬 넘버는 첫 공연 때 기립박수를 받았던 오만석이 부르는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둘시네아입니다. 여러분 오늘 행복하세요”라며 멘트를 마쳤다.
 
김씨가 선곡한 ‘Dulcinea(둘시네아)’는 돈키호테가 술집 작부를 보고 “그대는 아름답다”라고 표현한 노래로 알려져 있다. 차분한 곡이지만 힘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한다. 그는 “출근길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이 노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월부터 천안시청 아침방송 일일DJ로 활동하고 있다. 매달 한 차례씩 방송을 통해 시민·공무원들과 만난다. 매주 화~목 3차례 진행하는 아침방송에서 시민이 DJ로 참여하는 것은 김씨가 처음이다.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씨가 일일DJ로 활동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두 아들을 둔 김씨는 결혼 전 대전에서 행사 사회자와 방송 리포터로 활동했다. 한때 서울의 방송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 후 천안에 자리를 잡은 뒤에는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중단했다. 10년 넘게 해오던 일인 탓에 그는 기회가 되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싶었다. 그러던 중 천안시청에서 청사방송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직접 문을 두드렸다. 게시판을 통해 시민도 DJ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방송을 앞두고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방송을 앞두고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시청에서는 대환영이었다. 2011년 시작한 청사방송은 공무원들로 구성된 방송동아리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DJ를 맡았다. 처음에는 월~금 다섯 차례 방송이 이뤄졌지만 바쁜 일정 탓에 일주일에 3차례로 줄었다. 3월부터 프로 수준인 김씨의 가세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방송동아리 총무인 소자간 주무관은 “김지원씨는 우리와는 수준이 다른 말 그대로 프로DJ”라며 “방송을 듣는 직원들도 만족해하고 출연 횟수를 늘려달라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김씨가 DJ를 맡은 뒤 반응이 좋자 시민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방송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DJ로 활동하는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방송을 진행하며 선곡한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안시청 아침방송 DJ로 활동하는 김지원씨가 2일 오전 방송을 진행하며 선곡한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지원씨는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아 긴장되기도 했지만 젊은 시절 꿈을 되찾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소재로 생동감 넘치는 아침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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