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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퇴물론' 덮친 중국 IT 업계, 42세 엔지니어는 끝내···

30대 이상 엔지니어의 채용을 꺼리는 중국 IT 업계 문화를 표현한 그래픽.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캡처]

30대 이상 엔지니어의 채용을 꺼리는 중국 IT 업계 문화를 표현한 그래픽.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캡처]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반도체사인 ZTE의 한 연구 엔지니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오우 젠신(42). ‘그 날’ 아침만 해도 아내와 두 자녀에게 따뜻한 출근 인사를 건넸던 그는 자신의 사무실이 위치한 ZTE 본사 건물 26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 엔지니어의 죽음은 아내가 쓴 블로그 글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녀는 “남편이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남편의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길이 창창한 한 엔지니어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들끓은 가운데, 현지 언론과 네티즌들은 젠신의 ‘나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40대 초반인 젠신이 ‘고령’을 이유로 해고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이하 블룸버그)는 젠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30대 이상 엔지니어들의 중년 위기(30+ middle-aged crisis)’가 중국 IT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IT 업계에선 ‘30대 이상은 퇴물로 간주돼 이력서조차 내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중국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령대는 낮은 편이다. 중국의 구직 플랫폼인 짜오핀닷컴에 따르면 중국 기술직 노동자의 75%는 ‘30대 미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난징의 ZTE 회사 건물 로고.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서 해고된 한 연구 엔지니어가 스스로 목숨을 끓었다. 현지 언론 등은 그가 고령을 이유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난징의 ZTE 회사 건물 로고.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서 해고된 한 연구 엔지니어가 스스로 목숨을 끓었다. 현지 언론 등은 그가 고령을 이유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에선 기업이 성별·종교·장애 등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건 불법이지만 ‘연령’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현지 엔지니어 채용 과정에서 ‘연령 차별’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베이징 소재 한 스타트업은 ‘대학은 안 나와도 괜찮다. 하지만 30세를 넘겼다면 아예 지원을 말라’는 채용 공고문을 버젓이 올렸다고 한다.
 
 상해 소재 기업의 채용담당자(기술 부문)인 헬렌 후(38) 역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35세 이상 직원을 채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며 자신 역시 조만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30대 직원은 기혼자라 가족을 돌봐야 한다. 그래서 고강도 업무(high-intensity work)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현지 IT업계가 이들의 채용을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IT업계가 노골적으로 젊은 인력을 선호하는 풍토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흘러온 것이라고 암시했다. 스티브 잡스(애플)·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와 같은 ‘미 IT 공룡의 창업자’들이 20대 초반에 대학을 자퇴했고, 자신들이 세운 회사에 ‘권위(나이)에 대한 호기넘친 불신(a puckish distrust of authority)’을 불어넣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IT 산업의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옛날부터 젊은 인력을 선호했기 때문에 연령 차별 문제가 고질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소개했다. 
 
왼쪽부터 로빈 리 바이두 회장,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이들은 모두 30대에 창업했다. [중앙포토, 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 로빈 리 바이두 회장,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이들은 모두 30대에 창업했다. [중앙포토, 로이터=연합뉴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런 풍토를 받아들인 중국의 유력 IT 기업 CEO 대부분이 ’30세를 넘겨’ 창업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각각 40세, 34세, 31세에 회사를 세웠다. 27세에 창업한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예외적인 사례”라고 짚었다. 이어 블룸버그는 “디디추싱(택시공유 앱)의 청웨이(程維), 진르터우탸오(뉴스앱)의 장이밍(張一鳴) 등 20대 CEO 역시 최근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블룸버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2기의 역점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소개하면서 중국을 글로벌 산업 리더로 키우려는 시진핑의 야심이 이와 같은 중국내 산업 문화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IT 기업들 역시 시진핑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월급이 적고, 머리가 굴러가는’ 젊은 엔지니어들을 써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996 스케쥴(일주일에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한다)’처럼 살인적인 업무 문화가 중국 인터넷 업계에 정착한 점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30대 이상 ‘고령’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중국 IT 업계의 연령 차별 정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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