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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제징용자 노동자상’ 한·일 외교 갈등 불씨 되나

경찰이 2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후문 인근에 시민단체 회원들이 설치한 강제노역 노동자상이 영사관 앞 소녀상 옆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관용차량을 배치해 노동자상의 이동을 막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찰이 2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후문 인근에 시민단체 회원들이 설치한 강제노역 노동자상이 영사관 앞 소녀상 옆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관용차량을 배치해 노동자상의 이동을 막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일 부산에서는 경찰과 민주노총 부산본부 및 시민단체 관계자 3000여 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시도하면서다. 주최 측은 경찰과 8시간 대치 끝에 계획보다 30m가량 떨어진 곳에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이들은 노동자상이 총영사관 앞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충돌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이날 집회는 오는 한·일·중 정상회의(9일)를 앞두고 외교가에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과의 외교적 공조가 강조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관계를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노동자상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 움직임에 ‘적절한 대응’을 요청했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견 교환을 위해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 지난달 1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방한했을 때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며 “지금 북한 정세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이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노동자상 설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노동자상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후세에 대한 역사 교육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추도공간인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부산 남구 소재) 등 적절한 장소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지난 4월 19일 노규덕 대변인). “외교 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고,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 피해자 추도는 외면해서는 안 되는 문제지만 새로운 외교 마찰의 빌미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위안부 합의 재검토로 인해 한·일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 들었고, 그런 와중에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중요한 공조 과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표현의 자유나 추모의 의미를 생각하면 노동자상은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남의 나라 얼굴에 해당하는 대사관 앞에 설치해 반발을 크게 사면서 우호·친선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교전문가는 “노동자상 설치 추진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이념적 색깔이 뚜렷하다. 단순한 시민운동이라기보단 한국과 일본의 접근을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며 “민주노총이 현 정부와 가깝다 보니 청와대도 이 문제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군함도 등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필요”=2일 조현 외교부 2차관은 2015년 유네스코의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적절한 해석 전략을 마련해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성실하고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문화재청,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공동 개최한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가입 30주년 국제세미나’에서다. 이는 앞서 일본이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종합정보센터 등 피해자를 기리는 조치를 하겠다고 해놓고 센터를 도쿄에 설치한다고 밝힌 것을 비판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일본 23개 산업시설 중에는 군함도 등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노동한 현장 7곳이 포함돼 있다. 23개 중 16개가 규슈(九州)에 있는데, 군함도를 포함해 가장 많은 8개를 보유한 나가사키현과 도쿄는 약 1000km 떨어져 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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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