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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낙후된 금융이 축복, 케냐의 역설 … 은행보다 편리한 휴대전화 결제

케냐의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인 엠페사 가입자는 지난해 6월 2200만 명을 넘었다. [중앙포토]

케냐의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인 엠페사 가입자는 지난해 6월 2200만 명을 넘었다. [중앙포토]

아프리카 케냐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와 송금의 절대 강자가 있다. 현지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엠페사(M-Pesa)’라는 서비스다. 엠(M)은 모바일, 페사(Pesa)는 스와힐리어로 돈이란 뜻이다.
 
케냐의 엠페사 가입자는 지난해 6월 기준 2262만 명에 달했다. 1년 전(1712만 명)보다 32% 늘었다. 15세 이상 인구(3000만 명)의 네 명 중 세 명꼴(75%)로 엠페사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케냐의 간편결제·송금 시장에서 엠페사의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케냐의 열악한 금융 인프라는 엠페사에겐 역설적으로 ‘축복’이 됐다. 케냐에선 대도시를 제외하면 은행 지점이 별로 없다. 당연히 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도 적고,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은 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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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페사를 이용하려면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가입자가 현금을 건네면 대리점 주인은 그 금액만큼 가입자의 엠페사 계정으로 송금한다.
 
가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내려면 상대방 휴대전화 번호와 금액을 입력한 뒤 송금 버튼을 누르면 된다. 송금을 받으면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대리점에 가서 이 메시지를 보여주면 엠페사 계정을 확인한 뒤 돈을 받을 수 있다.
 
엠페사가 없을 때는 돈을 주고받는 일이 엄청난 부담이었다. 직접 현금을 들고 다니는 일이 가장 흔했고, 배달 사고의 위험을 감수하고 버스 기사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체국 서비스가 있었지만, 수수료가 비싸고 지점도 적었다.
 
사파리콤은 서비스를 위해 대리점을 광범위하게 모집했다. 거리에서 음료수와 생필품 등을 파는 구멍가게를 대리점으로 활용했다.
 
엠페사는 2006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07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때마침 케냐에선 값싼 중국산 휴대전화의 붐이 일었다.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늘어날수록 엠페사 가입자도 함께 늘었다.
 
사파리콤은 원래 케냐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이었지만, 영국의 보다폰이 지분의 40%를 사들여서 최대주주가 됐다.  
 
사파리콤은 지난달 미국의 대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팔과 제휴 관계를 맺었다. 엠페사 가입자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인 페이팔 가입자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올 초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엠페사로 결제할 수 있도록 업무 제휴를 했다.
 
엠페사의 대성공으로 사파리콤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이로비 증권거래소에서 이 회사의 주가는 2011년 이후 10배 이상 올랐다. 발행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1조1300억 케냐 실링(약 112억 달러)을 기록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2조원이다.  
 
엠페사의 야망은 케냐에 그치지 않는다. 이집트·가나·탄자니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인도와 루마니아까지 진출했다.
 
사파리콤의 최고경영자인 밥 콜리모어는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타깃은 1실링짜리 소액 고객”이라며 "전 세계 금융회사들은 밑바닥 고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는 바로 그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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