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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대기업-협력업체 임금 격차 해결 어려운 이유는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중국 주(周)나라 시절 가난에 시달리던 사람이 여우 가죽을 찾았다. 가죽옷을 만들어서 팔면 입에 풀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는 여우를 찾아가 ‘가죽을 한 꺼풀씩만 벗겨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람하고 의논하면 결코 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여호모피·與狐謀皮)다.
 
지난달 30일 경제사회발전위원회 주최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하도급 거래 관행을 바꾸자는 게 주제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원회 멤버들은 속내가 따로 있었다. 문성현 위원장은 토론회를 “임금 격차 문제의 해답을 찾는 자리”라고 규정지으면서 “일단 자동차 산업에서 하도급 거래 문화를 바꿔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여호모피를 떠올린 건, 노사정위원회가 대기업 노동조합 핵심 관계자와 손잡고 임금 격차 해소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는 동상이몽이었다. 겉으로는 “백번 옳은 소리”라면서도, 토론에 돌입하자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며 발을 뺐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대기업 보다 중소·비정규직 임금을 더 많이 인상하는) 연대임금전략은 당장은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손자 세대’에서 (원·하청 업체간) 임금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상호 기아차 노조위원장은 아예 “기아차 노조원 임금 상승이 정체하는 임금제도에 회의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내가 받는 임금(8500만~9000만원)에서 성과급을 제외하면 고작 6600만원”이라며 “기아차 노조는 결코 고임금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노조는 사 측이 불공정 거래를 할 경우 최고경영자의 경영권을 박탈하자거나, 임금제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자는 주장을 끼워 넣었다. ‘하도급 업체를 위한 제도’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노사협상에서 노조 협상력을 높이는 제도들이다.
 
하부영 위원장은 “올해는 정규직(5.3%)보다 비정규직(7.4%) 임금을 더 많이 인상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2016년 현대차 평균 임금인상률(5.1%)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을 위해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여우를 불러놓고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사정위원회가 안쓰러운 이유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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