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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뻘’의 재발견, ‘갯벌’서 만나는 생명의 풍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뻘소리’, ‘뻘짓’이라는 표현이 있다.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표현인데, 갯벌을 가리키는 ‘뻘’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갯벌을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던 과거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갯벌은 바닷속 해저 면이 하루에 두 번씩 육지가 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자연의 선물이다. 이러한 갯벌 덕분에 인구 28만 명에 불과한 순천시는 한해 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할 정도로 넓은 면적과 건강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갯지렁이 등 대형저서동물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북유럽 와덴해(Wadden Sea) 갯벌보다 무려 5배가 넘는 800여 종이 살고 있다.  
 
갯벌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공간이자 수산물 생산의 공간이면서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생활의 공간으로, 그 가치를 ‘3생(生)의 공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태풍이나 해일의 힘을 감소시켜 재해를 막아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블루카본(Blue Carbon)’ 관련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갯벌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는 연간 약 16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개발과 성장을 우선시했던 지난날에 갯벌은 개척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며 매립과 개발로 고초를 겪었다. 안타깝게도 지난 30년간 서울시 면적보다 더 넓은 갯벌이 간척사업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철새서식지로서 습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1997년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이 국내에서 발효됐다. 이어 1999년 습지보전법이 제정되면서 갯벌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이런 흐름과 변화에 맞춰 해양수산부도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갯벌 14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갯벌생태계 복원사업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법률도 마련 중이다.
 
더 이상 갯벌은 매립 또는 보전이라는 이분법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갯벌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복합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갯벌에서 생물들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휴식시간을 주고, 이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관과 생태가 아름다운 갯벌은 순천만과 같이 생태관광을 활성화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5월 4일 열일곱 번째를 맞는 ‘세계 습지의 날’ 행사를 앞두고 갯벌을 비롯한 우리 습지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우리의 건강한 갯벌이 본연의 생명력을 통해 순천만을 뛰어넘는 ‘뻘의 기적’을 이루기를 바란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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