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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쌓아뒀던 잡스 … 주주에 돈 펑펑 푸는 후계자 쿡

애플이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1일(현지시간) 밝혔다. 2분기 ‘깜짝’ 실적 발표와 함께다. 사진은 2011년 애플 신제품 출시 행사 무대에 오른 팀 쿡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을 1일(현지시간) 밝혔다. 2분기 ‘깜짝’ 실적 발표와 함께다. 사진은 2011년 애플 신제품 출시 행사 무대에 오른 팀 쿡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키를 잡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발표한 ‘통 큰’ 주주환원책 문제다.
 
애플은 2분기(1~3월, 한국 기준으로는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일(현지시간) 애플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61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순이익(138억 달러)은 25% 증가했다. 아이폰 판매량(5220만 대)은 전년 동기대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이폰X의 평균 가격이 1000달러로 인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실적만큼이나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건 이날 쿡이 발표한 주주 환원 프로그램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쿡은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추가 매입 계획을 밝혔다. 배당액도 화끈하게 올렸다. 애플은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16% 올린 73센트로 하는 방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배당에만 130억 달러가량의 돈이 더 들어간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애플은 이미 주주들에게 엄청난 돈을 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이 6월까지 주주 환원프로그램을 통해 지급할 돈은 2100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10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이 더해진 것이다. 자사주를 사들이면 주가가 오른다. 여기에 두둑한 배당금까지 손에 쥐게 되면 주주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셈이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플의 미래와 주식 가치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잡스 생전엔 없었던 일이다. 잡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일상을 바꾸어 놓는 제품을 만들면 돈은 따라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위기에 대비하고 미래의 전략적 기회에 투자하려면 현금을 쌓아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방침이 바뀌고 애플이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기 시작한 건 잡스가 세상을 떠난 1년 뒤인 2012년부터다. 발단은 그 해 봄 발표된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의 보고서다. 사코나기는 “애플이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현금을 주주에게 풀어야 한다”며 “현금이 해외에 묶여 있어 풀 수 없다면 빚을 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나서라”며 애플을 압박했다. 당시 애플은 10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갖고 있었지만 해외에 묶여 있던 탓에 세금 부담으로 인해 국내로 자금을 가져올 수 없었다.
 
쿡은 시장의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보고서가 나온 지 일주일 뒤 애플은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한 번 무너진 전선은 계속 뒤로 밀렸다. 데이비드 아인혼과 칼 아이칸 등 헤지펀드와 행동주의 투자자가 가세하며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압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2013년 애플은 170억 달러를 차입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주주 환원 늘린 애플

주주 환원 늘린 애플

이후 애플이 주주에게 돌려준 돈은 급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2년 애플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에게 지급한 순주주 환원액은 5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322억 달러로 급증한 뒤 지난해에는 445억 달러를 주주들 손에 쥐여줬다. 지난해 11월에도 애플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경제의 금융화 문제를 다룬 책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의 저자인 라나 포루하는 “애플이 그동안 자금을 차입한 것은 공장 신설이나 신규 제품 라인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두둑한 배당금 지급을 통해 지지부진한 주가 부양과 투자자 만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쿡

팀 쿡

 
주주 이익에 발맞추는 애플의 전략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은 날개를 달아준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 쌓아 놓은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붙는 세금을 낮춰줬다. 외국에 묶여 있던 돈을 적은 세금을 내고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애플이 미국으로 옮겨온 현금은 2690억 달러로 추산된다. 문턱을 낮춘 트럼프에게 쿡은 향후 5년간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FT에 따르면 주주 환원책도 적극적으로 펼쳐 지난 3월 말까지 순현금을 1450억 달러로 줄였다.
 
마켓워치는 “혁신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던 애플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지적했다.
 
쿡이 주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매진하는 것은 애플이 직면한 한계 때문이다. 포루하는 “잡스는 제품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지만 쿡은 돈에 관심이 있다”며 “2011년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판을 바꿀만한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시장을 선점하고 충성 고객의 애정이 유지되며 아이폰 판매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애플의 장기 전망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개월 동안 아이폰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애플의 가장 중요한 사업 부문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 애플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주주에게 많은 돈을 돌려주는 것은 애플만이 아니다. 미국 기업의 배당 성향은 높아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상장사 71%가 배당액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5300억 달러)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와 행동주의 투자자의 득세에 저금리 등으로 인한 투자 수익이 낮아지며 기업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탓이다. 마켓워치는 “IT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 배분 (왜곡)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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