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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키운다더니, 비실한 인터넷은행 하나 더?

금융권에 등장한 ‘메기(인터넷 전문은행)’가 1년 만에 힘을 잃었다. 혁신의 주역이 되기는커녕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생태계 조성(규제 완화)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메기’를 더 풀겠다고 한다. “당초 유도했던 ‘메기 효과’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작 메기 2마리는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자본금)’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보험·증권 등 업종별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특성화된 금융회사 설립을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단기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에 세 번째 인터넷은행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영업을 시작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5년 만에 등장한 새 은행이었다.
 
출범 첫해 영업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의 총액(총수신)은 카카오뱅크가 5조원, 케이뱅크는 1조원을 넘는 데 그쳤다. 기존 은행과 경쟁은 고사하고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과 비교되는 수준이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총수신은 지난해 말 기준 5조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카카오뱅크가 1000억원, 케이뱅크는 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건비와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에 초기 투자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을 갈라놓는 ‘은산분리’ 규제는 인터넷은행의 도약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으로 꼽힌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율을 최대 10%로 묶어 놨다. 그중 의결권은 최대 4%만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자신의 사금고로 만드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와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는 각각 지분율 한도 10%를 꽉 채운 상황이다. 다른 주주들의 동의와 협조가 없다면 추가로 자본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과 IT를 결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IT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몇 백만원짜리 서민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인터넷은행에선 대주주라도 큰돈을 빌릴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은산분리는 필요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금 확보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인터넷은행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본금 증액 없이는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추진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의원들의 입장차로 법 개정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훈 국장은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국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추가 인가 때 반영하겠지만 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인터넷은행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단한 소액 보험의 판매를 허용하고 온라인을 통한 보험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애완동물 보험이나 여행자 보험처럼 특정 상품만 취급하는 보험사의 자본금 기준은 낮춘다.
 
현재 종합보험사는 30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앞으로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소액·단기 보험사는 훨씬 적은 돈만 있어도 된다. 일본의 경우 최소 1000만 엔(약 9800만원)만 있으면 소액·단기 보험사를 세울 수 있다.
 
금융위는 증권 분야에선 자본시장법을 바꿔 소규모 특화 업체의 설립을 유도하기로 했다. 자기 돈으로 주식을 매매하지 않고 고객의 주문만 처리하는 중개전문 증권사는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다. 이런 증권사의 자본금 기준은 3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아진다.
 
1인 투자자문사 설립은 쉬워진다. 투자자의 돈을 대신 굴려주는 일임업과 투자 조언을 하는 자문업의 자본금 기준이 대폭 낮아진다.
 
금융위는 최근 10년간 신규 진입이 없었던 부동산 신탁회사의 신설을 허용하고 유언 신탁이나 애완동물 신탁처럼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신탁업체의 출현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에서 추가적인 진입규제 개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주정완·정진호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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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