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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우리는 언제까지 택시의 '을'로 살아야 하나

안혜리의 뉴스의 이면
카카오택시의 유료화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2일, 그리고 유료화 상품 중 하나인 스마트호출 출시 20일만인 지난달 30일에 또 한번. 판교 카카오사옥에서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만났다. 두 번의 만남 사이 카카오택시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반대 뿐 아니라 유료화에 반발하는 이용자의 저항에 부딪혀 5000원 상당의 고가 서비스인 강제배차는 일단 보류하고 1000원을 더 받는 스마트호출만 우선 시작했다. 첫 유료 상품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이번엔 택시 기사들의 무시전략으로 스마트호출의 핵심기능인 '목적지 가리기' 기능을 불과 사흘만에 철회했다. 유료화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느니,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느니 하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 대표는 "목적지 노출 여부는 처음부터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다"며 "왜 실패냐"고 거꾸로 물었다. 그리고는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심야시간에 택시가 이동 서비스의 독점권을 갖는 게 과연 맞느냐"는 물음, 다시 말해 우리는 왜 택시를 비롯해 여러 교통수단을 골라 타지 못하고 늘 택시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 "택시는 이제 싼 가격보다 신뢰할마한 교통수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요금이 높아지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 "택시는 이제 싼 가격보다 신뢰할마한 교통수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요금이 높아지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콜드플레이 공연날 늘어난 택시…데이터 기반 예측으로 공급 늘려

2017년 4월 16일 열린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은 공연 수준은 물론 예매 오픈과 동시에 번개의 속도로 매진되는 등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택시 서비스 관점에서도 기억할만하다. 서울 잠실주경기장 주변의 평일 대기 택시 수는 많아야 100대 정도다. 프로야구 등 경기가 벌어지는 주말의 평균 호출수는 1000건 안팎. 그런데 공연 당일 5만 관중이 쏟아져 나오면서 호출수는 3563건을 기록했다. 평소 같으면 택시 배차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이날은 형편이 나았다. 공연이 끝날 무렵인 밤 10시30분 대기 택시가 335대까지 늘어나면서 배차가 비교적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했던 건 카카오택시의 예측 공지 덕분이다. 이벤트로 인한 수요 급증을 사흘 전부터 미리 공지했고, 10만 5000여 명의 기사가 이를 확인해 평소보다 세 배가 넘는 택시가 대기할 수 있었다. 실제 공급량이 똑같아도 데이터 활용을 통해 얼마든지 수요를 더 많이 충족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데이터를 토대로 실험을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수록 이용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첫 내한공연을 한 콜드플레이. 수만명의 관중이 몰렸지만 공연 후 택시를 호출한 이용자들은 비교적 배차를 잘 받았다. 카카오택시의 수요 예측 공지 덕분이었다. [현대카드]

지난해 첫 내한공연을 한 콜드플레이. 수만명의 관중이 몰렸지만 공연 후 택시를 호출한 이용자들은 비교적 배차를 잘 받았다. 카카오택시의 수요 예측 공지 덕분이었다. [현대카드]

카카오택시는 2015년 3월 출범한 이후 3년 동안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8명, 이용자 1800만 명이 이용했다. 그렇게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4월 10일 AI(인공지능)가 호출에 응할 가능성이 큰 택시를 연결해주는 유료 부가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을 선보였다. 사회적 골칫거리로까지 떠오른 '선호지역만 골라 태우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목적지 가리기 기능도 넣었다. 하지만 '폭탄(비선호지역)을 맞을 수 없다'는 기사들의 저조한 참여 탓에 AI 정확도를 확인하기도 전인 사흘 만에 결국 이 기능을 없앴다. 이용자는 여전히 1000원을 더 내지만 기사는 무료인 일반 호출과 똑같이 골라태우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목적지 가리기 철회는 1000원(기사에겐 500원 상당)의 추가 비용이 택시기사의 참여를 이끌어낼 만큼 적정한 수준인가와는 별개로, 특정 시간대 택시 시장의 선택권이 소비자가 아니라 택시 기사에게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다. 이동 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특히 심야 시간대는 저가의 단일 요금체계인 택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태원과 강남역 등은 심야시간에 택시가 부족해 골라태우기가 기승을 부려 승차하기 어렵다. [중앙포토]

이태원과 강남역 등은 심야시간에 택시가 부족해 골라태우기가 기승을 부려 승차하기 어렵다. [중앙포토]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택시가 유료 부가 서비스 출시를 밝혔을 때 저항이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스마트호출 출시를 처음 밝힌 지난 3월 13일 미디어데이 이후 '택시 드라이버'였던 아버지로부터 "왜 이제 와서 돈을 받으려는 것이냐"는 질책 아닌 질책을 받았다. 기존의 무료 서비스에 추가로 유료 서비스를 한두 개 더 내놓는 것인데 정 대표 아버지조차 전면적 유료화로 받아들였다. 정 대표는 "잘못 알려져 답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답 없는 호출에 좌절한 경험, 다시 말해 이동 서비스에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고 느끼는 사용자일수록 웃돈 배정을 사실상의 전면 유료화로 받아들여 거부감이 컸다. 일차적으로는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카카오택시측의 잘못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선택권 문제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네온사인 대신 택시 표시등 행렬이 인적이 끊어지기 시작한 깊은 밤 도심의 거리를 밝히고 있다. 심야 지하철 운행과 함께 최근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해 모범·일반택시 모두가 손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명동 입구에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네온사인 대신 택시 표시등 행렬이 인적이 끊어지기 시작한 깊은 밤 도심의 거리를 밝히고 있다. 심야 지하철 운행과 함께 최근 심각한 경기침체로 인해 모범·일반택시 모두가 손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명동 입구에 빈 택시들이 줄지어 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시도가 편익 높이지만 정부는 새 서비스마다 규제 일변도

통상 넘쳐나는 쪽이 불리하기 마련이다. 국내 택시 면허는 25만 건으로 절대 수 부족은커녕 오히려 남아돈다. 그런데도 택시의 골라 태우기가 가능한 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평일 오전 8~9시 카카오택시 호출 건수는 23만 건인데 영업 중인 택시는 2만6000여 대에 불과하다. 심야에 탑승객이 느끼는 심리적 상황은 더 나쁘다. 택시 이외에 아무 대안이 없어서다. 가령 시내버스와 지하철 등 다른 대체수단이 있는 낮 시간엔 택시 수도 많다. 손님이 없어서 오히려 걱정이다. 기사와 이용객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버스·지하철이 끊기는 시간에 택시가 늘어야 하지만 현실은 택시 수도 같이 줄어든다. 고령 운전자가 많은 개인택시가 오후 7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행을 급감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서울엔 심야버스 10여 개 노선이 있지만 40~5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 데다 이태원 같은 인기 출발지는 아예 빠져 있다. 2016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앱 서비스인 콜버스랩(목적지가 같은 승객을 10~13인승 차량에 태우는 서비스) 차량은 18대에 불과하다.  
심야시간에 같은 방향 승객 10여 명을 모아 서비스하는 콜버스랩. 서울에 18대밖에 없다. [중앙포토]

심야시간에 같은 방향 승객 10여 명을 모아 서비스하는 콜버스랩. 서울에 18대밖에 없다. [중앙포토]

소비자 입장에선 저가이지만 타기 불편한 현행 택시나 좀 더 비용을 지불하지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 대안이 없으니 사실상 유일한 이동수단인 택시가 선택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외 여행이 늘어나고 현지에서 택시 이외에 우버나 그랩, 디디추싱 같은 편리한 차량공유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이 늘면서 불만은 오히려 더 커진다.  

정 대표는 "당초 스마트호출과 함께 무조건 배차를 해주는 강제배차 비용으로 5000원을 고려했던 데는 이 같은 수요자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카카오택시 전체 이용자의 10%가 넘는 연 100만명 이상이 목적지를 입력할 때 임의로 웃돈을 입력했는데, 그중 빈도수가 가장 높았던 게 5000원이었다고 한다. 소비자는 지불의사가 있는데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셈이다. 일부에선 스마트호출을 실패작으로 낙인찍었지만 현재 매주 50% 이상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카카오택시는 지난 3월 13일 미디어데이에서 유료 부가 서비스 계획을 처음 밝혔다. [중앙포토]

카카오택시는 지난 3월 13일 미디어데이에서 유료 부가 서비스 계획을 처음 밝혔다. [중앙포토]

정 대표는 "이동이란 지연 불가능한 소비"라며 "이동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차량 공유나 카풀·공유 자전거 등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다양한 대안이 필요한데 지금 현재는 택시밖에 없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며 "이젠 싼값보다 신뢰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아쉬워했다.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 김태호 대표도 이동 선택권 문제를 제기한다. 김 대표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는 업체 간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시대에 맞게 조정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민·민갈등으로만 몰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열린 모빌리티 관련 토론회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일 열린 모빌리티 관련 토론회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급과잉 택시, 심야엔 유일 수단…신뢰 담보할 운송수단 고민할 때

김 대표 말대로 지금까지 이동수단과 관련한 정책을 들여다보면 이용자 편익보다 택시사업자 등 공급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토부는 최근 1982년 전면 중지했던 택시 합승이라는 구시대 유물까지 끌어들여 업계 밥그릇 챙겨주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카카오택시의 유료 서비스 출시 직전에도 지나치게 법적 잣대를 엄격하게 들어대 반대했고, 앞서 2015년 SK플래닛이 T맵 택시에 5000원 웃돈 기능을 넣으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풀러스가 유연근무제에 따른 24시간 운영 방침을 밝히자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국토부 박준상 택시산업팀장은 택시업계 편들기라는 의혹을 부인한다. 그는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오히려 최대한 신생업체에 열어준 것"이라며 "택시업계와의 공정 경쟁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택시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신 서비스에 제동이 걸리며 국민의 선택권이 침해당하고 있지만 외국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세계 1위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성장세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또 다른 공유 서비스업체 리프트는 월가입 플랜 같은 다양한 서비스 실험을 한다. 미래에셋이 2800억원을 투자한 중국의 차량 호출·공유업체 디디추싱은 우버를 넘볼 정도의 성장세다. 우리와 달리 중국은 정부도 혁신 대열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차량 공유 관련 서비스 규제가 안 풀린 나라는 G20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라며 "택시 기사 발언권이 센 프랑스조차 유럽 전역에서 운행하는 마이택시 뿐 아니라 블라블라 카풀 서비스 등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을 운운할 것도 없이 우리는 언제까지 택시기사에게 선택받지 않으면 길에서 몇십분이고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참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이동에 선택권을 갖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낼 수 있나. 카카오택시는 지금 우리에게 그걸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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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