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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짜리 개미 '알리페이'가 150세 금융공룡 골드만삭스 꺾었다

4살짜리 ‘개미’가 150년 역사의 ‘금융공룡’을 꺾었다. 개미는 중국의 앤트 파이낸셜(중국명 마이진푸), 공룡은 미국의 골드만삭스다.
 
앤트파이낸셜

앤트파이낸셜

 
영국의 대형은행 바클레이즈는 앤트 파이낸셜의 기업 가치를 1550억 달러(약 165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앤트 파이낸셜이 추가로 9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라며 “자금 조달로 평가한 기업 가치는 1500억 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자금 조달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개미 금융’이란 뜻의 앤트 파이낸셜은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비상장 업체로는 가장 비싸진다. 2014년 중국 항저우에서 설립된 신생 기업으로는 경이로운 성장세다.
 
앤트 파이낸셜의 기업 가치는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의 하나인 골드만삭스를 능가한다. 1869년 출범한 골드만삭스는 뉴욕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이다. 골드만삭스의 주가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한 시가총액은 지난 1일 기준 938억 달러였다.
 
중국의 알리페이

중국의 알리페이

 
앤트 파이낸셜의 성공 비결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다. 중국에선 2016년 이후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대형 백화점에서 노점상까지 안 되는 데가 없을 정도다. 가게 주인이나 종업원이 QR코드나 바코드를 내밀면 손님이 휴대전화로 찍어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QR코드를 목에 차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가 추산한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99조 위안(약 1경6000조원)에 달했다. 앤트 파이낸셜이 출범한 2014년의 6조 위안보다 15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167조 위안에 달해 한국 돈 3경원에 가까워지고, 2020년에는 300조 위안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

 
이 시장에서 알리페이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애널러시스에 따르면 알리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54%(지난해 3분기 기준)로 추산됐다. 그 뒤를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점유율 39%로 바짝 쫓고 있다.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위챗페이가 알리페이를 앞선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위챗페이의 월간 이용자 수는 8억3800만 명, 알리페이는 4억3200만 명이었다.
 
미국에선 페이팔이 대표적이다.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된 이후 본격적으로 온라인 간편결제 사업을 시작해 업계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간편결제에 특화된 ‘벤모(Venmo)’라는 자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올 초 이베이와 결별 수순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한때 주가가 급락했다.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 월마트페이 등의 거센 추격도 받고 있다. 1일 현재 나스닥시장에서 페이팔의 기업 가치는 885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신용카드 결제망이 잘 갖춰진 것이 혁신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발행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합쳐서 2억 장이 넘고, 사실상 모든 매장에서 쓸 수 있어서다. 소득세법에 따라 연 매출 2400만원 이상 사업자는 반드시 신용카드 가맹점이 돼야 한다.
 
국내 간편결제

국내 간편결제

 
한국은행은 2016년부터 간편결제 통계를 내고 있다. 전체가 아닌 신용카드 기반 결제만 대상이다. 은행 계좌를 이용한 간편결제와 휴대전화 소액결제는 통계에서 빠져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90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24조5000억원 규모다. 인구 차이를 고려해도 중국 시장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국내에선 아직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가 뚜렷하지 않다. 신용카드사의 각종 앱카드, 네이버ㆍ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신세계ㆍ롯데 등 유통업체, 삼성ㆍLG 등 통신ㆍ제조업체, 전자결제대행(PG) 업체가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간편결제 수단은 신용카드사의 앱카드(77.8%)였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61.9%)과 유통업체(59.6%)가 비슷한 수준으로 2, 3위(복수응답)를 다퉜다. 이 재단의 권순채 주임연구원은 "현재 간편결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32.7%가 향후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며 "서비스 이용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신한FAN’ 플랫폼을 활용해 우버·페이팔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간편결제 시스템 등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사진 신한카드]

신한카드는 ‘신한FAN’ 플랫폼을 활용해 우버·페이팔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간편결제 시스템 등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사진 신한카드]

 
정부는 뒤늦게 발동을 걸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업계와 간담회에서 “중국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약하고 카드 보급률이 낮아 핀테크 기업 중심의 계좌 기반 모바일 결제가 발달했다”며 “가맹점이 저렴한 수수료를 부담하고 소비자는 간편한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결제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과 비슷한 QR코드 방식의 결제를 도입하고, 은행 계좌 기반의 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는 부가가치통신망(VAN)이나 PG 업체를 거쳐야 하므로 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PG사와 VAN사에 이중으로 수수료를 내는 경우도 있다.
 
비싼 수수료는 가맹점이 간편결제를 꺼리는 요인이 된다. QR코드나 은행 계좌 방식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싸지는 장점은 있지만, 이용자들이 얼마나 화답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선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중국 QF페이 한국지사의 권현돈 대표는 “중국은 ‘선 발전, 후 규제’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업자들과 토론으로 규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며 “한국은 다양한 부처 간 규제와 소극적인 대응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페이코’라는 결제 서비스를 하는 NHN엔터테인먼트의 정상민 부장은 “간편결제 이용자와 가맹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며 “이용 비중이 높은 카드 기반 간편결제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전향적인 정책 추진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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