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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빠진 ‘접경 그린벨트’…남북 합의로 제 모양 갖출까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방한계선 경계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방한계선 경계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분단이 낳은 야생 동물들의 낙원. 60년 이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DMZ(비무장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정종선 자연보전정책관은 “남북협력사업이 구체화하면 북한에 DMZ 생태계에 대한 공동연구나 조사를 제안하는 등 DMZ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태·환경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DMZ 생태계를 잘 보전한다면 세계적인 생태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며 “남북 교류로 다양한 개발사업이 추진되겠지만, 그 전에 DMZ 보전대책부터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년 동안 갈팡질팡한 DMZ 보전대책
DMZ 일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두루미. [사진 국립생태원]

DMZ 일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두루미. [사진 국립생태원]

DMZ는 남북의 경계인 군사분계선에서부터 남북으로 각각 약 2㎞의 범위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길이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하구부터 강원도 고성군 동해안까지 총 248㎞에 이른다. 밖으로는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민통선 구역이 DMZ를 감싸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DMZ와 민통선 일대를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보전지역(TBR)’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남북관계의 장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접경생물권보전지역이란 보존이 잘 된 우수한 생태계로 평가받아 보호 대상이 되는 곳 중에서도 2~3개국에 접해 있어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보전 활동을 펼치는 지역을 말한다. 현재 20곳(31개국)이 유네스코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9월에는 유네스코에 지정 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유네스코의 국제조정이사회가 논의 끝에 지정을 유보했다. 강원도 철원 지역이 주민들의 반대로 빠진 데다가, 북한의 동의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강원도와 경기도 연천군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한 방안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이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현장 실사를 마쳤고, 9월 말에 유네스코 본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 지역인 DMZ는 정작 지정 대상에서 빠져 있어 반쪽짜리 보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DMZ가 빠진 채로 민통선 북부 지역만으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하는 건 사실상 ‘팥 속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며 "남북간 합의를 통해 DMZ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생태계의 보물창고
DMZ 생태 지도. [국립생태원 제공]

DMZ 생태 지도. [국립생태원 제공]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사람의 흔적이 끊긴 DMZ는 한국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ㆍ식물이 서식하는 최후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DMZ 일대에는 멸종위기 91종을 포함해 총 5978종의 야생 동ㆍ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지역인 DMZ 일원의 면적은 1557㎢로 전체 국토 면적의 1.6%에 불과하지만, 전체 한반도 생물 종의 24%가량이 사는 셈이다.
올해 초 발간된 ‘DMZ 일원 생태계 조사’ 보고서에서도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564종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DMZ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 [뉴시스]

DMZ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 [뉴시스]

DMZ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군사상의 이유와 DMZ 안에 설치된 지뢰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영수 국립생태원 전문위원은 “천안함 사건 이후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DMZ 내부에 대한 조사는 거의 하지 못했다”며 “DMZ가 평화지대가 돼 내부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된다면 더 많은 생물 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일은 통일 후 접경 그린벨트로 묶어 보전
동·서독 접경지대였던 독일 렌젠시 부근 엘베강 변 초지에서 야생마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중앙포토]

동·서독 접경지대였던 독일 렌젠시 부근 엘베강 변 초지에서 야생마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중앙포토]

독일은 통일 이후 1393㎞에 이르는 동·서독 접경지대를 그린벨트로 지정해 난개발을 막고, 자원 복원에 힘써왔다. 그 결과 지금은 독수리ㆍ비버 등 600여 종의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네트워크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첫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체코·폴란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체코의 크르코노세 국립공원과 폴란드의 카르코노제 국립공원은 1959년에 생물권보전지역이 되면서 사실상 하나의 국립공원처럼 운영된다. 양국이 함께 산림 복원에 힘을 쏟으면서 130여 년 전에 자취를 감췄던 스라소니가 다시 발견될 정도로 생태계가 건강해졌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는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될수록 접경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은 높아질 것”이라며 “DMZ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남북이 함께 장기적인 보전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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