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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에 망한 중국 왕조 없다...역사서술 왜곡”

김환영의 책과 사람 (4)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의 저자 이유진 박사 인터뷰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메디치미디어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메디치미디어

 
우리 속담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은 어쩌면 ‘꺼진 불’이다.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우리 출판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책은 잘 안 팔린다는 ‘루머’를 들었다. 루머가 사실이라면, 여러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일은 절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결과인지 모른다.  
 
중국의 소위 ‘사드 보복’이 의구심과 실망감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차별화된 뭔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예비 초강대국 중국의 행보에는 감동이 없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러한 단편적∙일시적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와 국경을 공유하는 중국은 우리에게 좋건 싫건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중국사를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로 풀어낸 이유진 저자를 인터뷰했다. 그는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위원이다. 그는 전작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한 손엔 공자 한 손엔 황제》 등을 통해 중국의 참모습을 우리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유진 전문위원을 인터뷰했다.  
다음이 요지.  

 
- 인물 중심, 명저 중심 등 중국사를 풀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중국 역대 왕조의 수도인 시안∙뤄양∙∙카이펑∙∙항저우∙난징∙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역사를 살피는 접근법에는 차별성이 있다.  
“보통 중국사는 연도순으로 나열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저 또한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라는 책을 연도순 통사로 쭉 썼다. 시대 흐름에 따라 훑어봤으니까 ‘이번에는 공간으로 한 번 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저는 계속 중국 답사를 다녔다. 중국이라는 땅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넓고, 정말 너무나 다양하다. ‘그 공간을 조명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란 생각을 했다. 공간에는 중심도 있고 주변도 있다. 도읍지라는 중심부터 일단 세워놓고 보기로 했다.”  
 
- 여섯 고도(古都) 중 다섯은 상대적으로 남쪽에 있고, 베이징만 위쪽에 있다. 그만큼 중국 역사의 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한 것인가?  
“그렇다. 책에서 시안 관련 분량이 많다. 중국 역사 전체를 봤을 때 시안 쪽에서 중국 초기 역사가 다 전개됐다. 그 다음 중국 역사를 보면, 이민족의 침략을 받아서 계속 남쪽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가는 형세다. 그랬다가 북경이 근거지였던 영락제(永樂帝)가 북경으로 천도했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영락제가 북경으로 천도했기 때문에 명나라에 이어 청나라까지 북경을 도읍지로 삼았다. 서쪽, 즉 지금으로 보면 하남이나 섬서성(陝西省) 일대에서 중국 역사가 계속 전개되다가, 그 다음에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게 전체적인 구조다.”  
 
- 여섯 도읍지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도시는?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가장 풍부한 곳은 아무래도 천년 고도 시안이다. 가슴이 짠한 느낌이 온다. 난징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이 많은 곳이다. 베이징은 정말 베이징이란 이름만으로도 압도될만한 어떤 권력 의지가 깃들어있는 도시다.”  
 
-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는 ‘현장성’에 있다. 사진도 직접 찍었는데.  
“사실 정보는 찾아보면 다 알 수 있다. 현장은 느낌을 준다. 용문석굴 앞으로 가봐야 거대한 스케일을 비로소 느낄 수 있다. 목 없는 두상, 떼어져 나간 석조… 그런 것들은 현장에서 봐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이유진 박사

이유진 박사

- 중국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오해라기보다 우리가 저지르기 쉬운 인식의 오류가 있다. 한 뭉텅이로 뭉뚱그려서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람은 이래, 일본 사람은 저래’ 이런 편견이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런 편견이 있다. 중국은 땅도 넓고, 민족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중국의 다양성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쪼개서 봐야 한다.  
또 하나 오류는 감정적인 어떤 갭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중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중국에 관해서 굉장히 나쁜 댓글들이 올라온다. 중국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질 순 있다. 꼭 좋은 감정을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중국에 대해 좀 더 알아야 우리가 제대로 된 비판, 옹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상대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미움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알면 더 알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좀 더 무서워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도 근대화 과정에서 외세에 시달렸다. 우리와 공동의 경험을 했기에 양국이 감정적인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있다.”
 
- 이 책은 어쩌면 ‘고급 관광안내서’ 역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역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가이드는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관광가이드는 사실 너무나 많다. 여기에 가면 뭐가 맛있고, 어떤 게 볼만하다는 게 나와 있다. 관광 안내서, 가이드북이 다룰 수 없는 배경, 깊이 있는 역사, 그 사람들의 민족정신 등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했다.”  
 
- 책에 소동파와 동파육, 측천무후와 모란 같은 재미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국지색에 대해서도 나온다. 여섯 도읍지가 망한 공통의 이유는 경국지색인가.
“저는 경국지색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마천은 하나라∙상나라∙서주가 여자 때문에 멸망했다고 서술했다. 그게 사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역사 서술 패턴이었다.”  
 
- 일종의 패턴화된 역사 왜곡인가?  
“의도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 왜곡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남성이 권력을 쥔 그 시기엔 여성에게 무의식적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을까. 사기에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나온다.”
 
- 독자들께 강조하실 말씀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대중서이지만 두꺼운 분량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보실 필요는 없다. 꼭지 마다 독립적인 얘기들이다. 이 책을 쓴 의도는 역사에 부담 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현장에 있는 듯한 공간성을 부여하면 역사에 좀 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꼭지마다, 시간 날 때마다 옛날 이야기처럼 ’이 도시에 이런 일, 이런 사람,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라고 느끼시면 된다. 목차를  보시고 재미있는 게 있으면 하나씩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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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