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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 등장곡 '오늘'부터 못듣는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2018.4.1/뉴스1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2018.4.1/뉴스1

 
당분간 야구장이 조용해질 것 같다. 10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응원가(선수 등장곡) 사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달 30일 "최근 일부 원작자들이 야구단에 제기한 응원가 저작인격권 관련 소송에 KBO와 10개 구단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며 "야구팬들이 느끼는 응원의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하고, 선수 등장곡 사용을 5월 1일부터 전 구단이 공통으로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프로야구 응원가에 대한 저작인격권 논란은 2016년 중반부터 불거졌다. 저작권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저작자(원작자)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갖고 있다. 저작재산권이란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권리이고,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자기의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정신적 권리를 말한다.
  
저작인격권은 공표권(제11조), 성명표시권(제12조), 동일성유지권(제13조)으로 분류된다. 프로야구 응원가 문제와 관련해 논쟁이 되는 부분은 바로 동일성유지권이라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동일성유지권은 저작물이 원형 그대로 존재해야 하고, 제 3자에 의한 무단 변경‧삭제‧개변 등에 의해서 손상되지 않도록 저작권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를 말한다.  
 
15일 오후 2018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2018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KBO와 10개 구단은 저작재산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KBO는 "응원가 음원에 대한 저작권료를 2003년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내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에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10개 구단은 연간 수천만 원의 저작권 사용료를 KBO의 마케팅부문 자회사 KBOP를 통해 지불하고 있다. 
  
법무법인 월드의 김규엽 변호사는 "이번 논란은 KBO가 저작권 사용료로 지불한 돈은 저작재산권에 한정된 것이고,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동일성유지권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용료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응원가 대부분은 원곡의 일부를 발췌, 편곡해 사용한다. 동일성유지권을 저촉할 소지가 충분하다. 지난해부터 원작자들이 법무 대리인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일부 구단에 소송 제기 가능성을 뜻하는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10개 구단 마케팅팀장들이 지난 1월 문제 해결을 논의하고자 한자리에 모였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지난달에는 21명의 작사, 작곡가들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유명 작곡가도 이 소송에 참여했다. 문제가 커지자 KBO와 구단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25일 오후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8.3.25/뉴스1

25일 오후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8.3.25/뉴스1

 
구단 입장에서 한정된 예산을 저작권료 지급에 쏟아붓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원작자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단마다 원작자들이 요구하는 조건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등장곡의 경우 1000~3000만원 수준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딱 떨어지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응원가를 사용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이적하거나 은퇴하는 경우 이미 저작권료로 지불한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인격권 계약은 보통 2~3년 단위로 하게 되며, 기간이 지났는데 응원가를 유지하려면 재계약해야 한다.
 
이에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아예 응원가를 새로 제작하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27곡 가운데 26곡을 바꿨는데, 클래식이나 민요 등 원작자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한 곡을 주로 이용했다. 일부 곡은 원저작권자와 협상에 성공해 시즌 후반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응원가 교체 과정에서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올해 NC 다이노스 역시 법적 논란을 피하고자 응원가를 새로 제작했다. 두산 베어스 등도 일부 응원가를 자체 제작곡으로 대체했다.
 
15일 오후 2018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2018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저작권자들은 그간 관행적으로 지속했던, 저작인격권 보호를 도외시한 응원 문화가 이번 기회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당장 응원가 사용이 중단되면서 야구팬들의 불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가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경우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인격권 관련 판례 자체가 많지 않아 전문가마다 해석을 달리하기도 한다. 김규엽 변호사는 "동일성유지권을 2차적저작물의 개념과 완전히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차적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이를 변형하여 새로운 저작물이 창작된 경우에 그 새로운 저작물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는 것은 저작재산권의 하나"라며 "응원가를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때, 이 경우 저작인격권의 일종인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고, 논쟁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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