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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빠진 책 '송하비결' 저자 "지금도 정치인들 내게 조언구해"

"송하비결을 재해석해 박근혜가 임기를 못채우고 내려온다는 걸 맞췄다."
 
댓글 공감 수를 조작한 ‘드루킹’ 김모(49)씨가 블로그에 남겼던 글이다. 그가 운영하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한 회원은 "정치 강의 뿐 아니라 쉽게 듣기 어려운 예언서 송하비결 강의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송하비결의 재해석'을 연재했다. 송하비결은 19세기에 '송하 노인'이 썼다는 사자성어 형식의 예언서다.
 
2013년 통일연구원에서 퇴직한 황병덕(65) 전 선임연구원은 2003년 '황남송'이란 필명으로 송하비결 해석본을 출간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은밀하게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한다. 황 전 연구원은 '드루킹' 사건과 '송하비결'을 어떻게 바라볼까? 다음은 황 전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2013년 통일연구원 퇴임식 사진. [사진 통일연구원]

2013년 통일연구원 퇴임식 사진. [사진 통일연구원]

송하비결이 무엇인가  
조선 말기 때 송하노인이 쓴 예언서다. 원래 제목은 '송하돈비결'로 '소나무 아래 돼지'란 뜻이다. '나무 목(木)'과 '돼지 해(亥)'를 합치면 '씨 핵(核)'이 된다. 한마디로 핵 전쟁을 예언한 책이다. 핵 전쟁 이후 한반도가 통일되고 세계 중심으로 국운이 창성한다는 게 송하비결의 결론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송하비결이 유명세를 탔는데 
3년 전, 우연히 그의 글을 봤다. 중국 내전을 예측한 걸 보고 제법 해석 능력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2017년 일본 침몰설은 상상력을 동원해 쓴 것 같았다. 지진이 안 일어나니까 당황했을 거다. '드루킹' 같이 제 논에 물 대기식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한 의원이 내가 아는 모 교수에게 주역 점을 봐달라고 했었다. 그때 머리 자르는 궤가 나왔다고. 그래서 탄핵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틀렸다. 예언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일에서 정치학 박사를 한 뒤 통일연구원에서 근무했는데 송하비결을 재해석한 이유는  
2001년 미국의 9ㆍ11테러를 예측한 책이 있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했다. 수소문해보니 그게 송하비결이었다. 원주에 사는 역학자 김성욱씨가 부친에게 물려받은 필사본을 보관하고 있었다. 직접 찾아가 필사본을 봤다. 2002년을 예언한 부분에서 '하려하계(何廬何戒)'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이거 노무현 같은데?" 싶었다. 그대로 해석하면 '어찌 오두막집을 경계하겠는가'라는 말이다. 그런데 '오두막집 려(廬)'는 '집 엄(广)'과 '성 노(盧)'가 합쳐진 한자다. '노무현을 이길 수 없다'는 뜻으로 봤고 얼마 후 노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확신이 생겨 2003년 5월 책을 냈다.
송하비결.

송하비결.

 
송하비결이 통일연구원에서의 연구에도 영향을 줬나  
그렇다. 송하비결을 보니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2003년 국내 최초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당시 주변에선 "미중 관계 좋은데 왜 연구하냐"고 했다.  
 
2003년 이후 송하비결에 적힌 예언(한반도 전쟁, 행정수도 이전, 미중전쟁 등)이 줄줄이 틀렸는데
틀린 게 아니다. 책 발간 후 세상이 혼란해질 것을 우려한 송하노인이 2003년 이후 연도를 일부러 다르게 기록했다. 대표적인 게 평창겨울올림픽이다. 송하비결은 2010년에 '흰 들판에 새가 날아오른다'며 스키 타는 선수들을 묘사했다. 이건 2018년에 실현됐다. 연도가 조금 다르고, 다른 형태로 예언은 실현되는 중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여전히 한반도 전쟁을 예상하나
송하비결엔 '양월점안(兩月漸安) 여궤분탈(輿軌奔脫)'이라고 적혀있다. '두 달 동안 점차 안정됐다가 수레바퀴가 탈선한다'는 뜻이다. 남북관계가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협상이 결렬돼 위기가 생긴다는 거다. 북한의 핵 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송하비결과 천문을 분석한 결과 올해 아니면 늦어도 내년에 북한 내부에서 급변상황이 일어날 것 같다.
 
대다수는 송하비결을 안 믿고 비웃는데
난 그저 연구하고 해석할 뿐이다. 믿거나 말거나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아직도 내게 종종 물어오는, 조언을 들으러 오는 정치인들이 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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