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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이곳, 울릉도 힐링 스테이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지붕이자 벽인 아름다운 곡선의 두께는 불과 12cm로 마치 흰 꽃잎인듯, 얇은 천자락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 아름다운 곡선미를 보여준다.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지붕이자 벽인 아름다운 곡선의 두께는 불과 12cm로 마치 흰 꽃잎인듯, 얇은 천자락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 아름다운 곡선미를 보여준다.

지난해 말 울릉도 추산리에 작은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코오롱글로텍이 세운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KOSMOS) 리조트로 올해 4월 정식오픈을 시작했다. 250만 년 전 화산폭발로 형성된 송곳바위(추산) 앞 벼랑 끝에 자리 잡은 이곳에 서면 울릉도 해양관광지로 꼽히는 코끼리 바위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풀빌라(1일 1팀 숙박) 형식의 A동과 펜션 형태의 B동으로 이루어진 건물인데 그 생김이 아주 독특하다. 하늘에서 보면 A동은 6개의 날개가 소용돌이치는 모양이다. 7개의 독립 객실을 가진 B동도 지붕이 울룩불룩 한 것이 생동감이 넘친다. 역시나 A동의 정식명칭은 코스모스(우주), B동은 떼레(지구)다.  
코스모스 리조트의 B동은 테레(지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총 7개의 독립 객실로 구성돼 있으며 울룩불룩 솟은 지붕은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코스모스 리조트의 B동은 테레(지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총 7개의 독립 객실로 구성돼 있으며 울룩불룩 솟은 지붕은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이 범상치 않은 건물을 지은 건축가는 김찬중(건축사무소 더시스템랩 대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다. 한남대교 북단에 유난히 눈에 띄는 흰색 곡선 건물 한남동 오피스를 비롯해 삼성 래미안 갤러리, 연희동갤러리, 삼성동 KEB하나은행 레노베이션 프로젝트 플레이스원 등 유기적인 곡선미를 살린 건축물로 해외에서도 유명한 건축가다. 2016년에는 세계적인 디자인잡지인 영국의 월페이퍼가 전 세계 차세대 건축가 10명을 꼽는 ‘건축가 디렉토리에’도 선정됐다. 코스모스 리조트는 그의 건축 커리어에 새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
이곳의 목표는 전 세계 누구라도 죽기 전 한 번은 꼭 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리조트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물’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울릉도에 도착해 추산과 코끼리 바위를 보는데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인가 싶을 만큼 신비로운 경관에 압도당했죠. 이 풍광과 맞서는 크고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절대 안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코스모스 리조트. 풀빌라 형태의 A동은 6개의 날개가 소용돌이치며 밖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우주(코스모스)를 닮았다.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코스모스 리조트. 풀빌라 형태의 A동은 6개의 날개가 소용돌이치며 밖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우주(코스모스)를 닮았다.

표면적은 넓은 건물이 외형상 크게 보이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가지려면 ‘펼치기’보다는 ‘응축’된 형태가 좋다고 한다. 김 교수는 ‘잘 말아놓은’ 건물을 떠올렸다고 한다.    
“좋은 기운을 잘 말아서 한곳에 모아놓은 그릇 같은 건물이라면 자연 속에 잘 스며들고, 또 이쪽저쪽으로 오가는 바람과 기운을 거스르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죠.”  
‘자연에는 수직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자연과 어울리는 ‘그릇’을 고민하는 그가 곡선의 건물을 떠올린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시야(view·뷰)를 제한하자’는 것도 김 교수의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풍경 좋은 곳의 건물들은 대부분 영화관 스크린처럼 네모반듯하고 큰 창을 내죠. 그래야 앞에 펼쳐진 풍경을 다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런 뷰의 방에 묵는 한두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욕심이죠. 그렇게 목격한 장대한 풍경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내 것으로 다 담기도 어려워요.”  
코스모스동 통창이 6미터의 높이를 가졌지만 6개의 날개를 말아놓은 듯한 형태 때문에 각각의 제한된 뷰를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눈에 풍경을 보고 싶으면 건물 밖으로 나오면 되죠. 내 방에선 다른 객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풍경을 담는 게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다른 방에서는 어떤 뷰가 보일까 호기심도 생기고.”
풀빌라 형태의 숙박 시설인 코스모스동은 6개의 날개가 동그랗게 말린 형태로 설계돼 긴 통창으로 볼 수 있는 뷰가 각기 제한돼 있다. 파노라마 형태의 큰 창은 아니지만 대신 다른 객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풍경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풀빌라 형태의 숙박 시설인 코스모스동은 6개의 날개가 동그랗게 말린 형태로 설계돼 긴 통창으로 볼 수 있는 뷰가 각기 제한돼 있다. 파노라마 형태의 큰 창은 아니지만 대신 다른 객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풍경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설계 시작 전, 천문기상대의 정보를 모아서 벼랑 끝을 중심으로 사계절 해와 달의 움직임을 미리 살펴본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정보를 계량화해서 해·달·별의 괘적을 파악하고 그 신비로운 자연현상과 조우할 수 있도록 나선형의 건물을 생각한 것이다. 진정한 힐링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만이 얻을 수 있고, 속 깊은 대화상대인 우주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4개의 방 인테리어를 각각 흙·금속·물·나무 등 4원소를 주제로 꾸민 것도 같은 이유다. 코스모스동과 떼레동이 거대한 곡선 길로 이어진 것도 그렇다.  
“우주와 지구가 연결돼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아이들 생각처럼 유치하지만 이곳에는 왠지 이런 스토리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았죠. 하늘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찾은 곳, 코스모스답게 말이죠.”
건축사무소 시스템랩의 김찬중 대표.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유기적인 형태의 건축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차세대 건축가다.

건축사무소 시스템랩의 김찬중 대표.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유기적인 형태의 건축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차세대 건축가다.

지금까지 보면 그가 스토리와 형태의 미학만을 추구하는 낭만 건축가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는 새로운 건설 재료들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고정관념을 깨는’ 실험적인 건축가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번 코스모스 리조트 건설에 사용된 울트라 하이퍼포먼스 콘크리트(이하 UHPC)도 특별한 소재다. 토목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강도의 소재인데 염분에 강해서 바닷가 건물을 짓기에는 제격이지만 건축에선 거의 사용한 예가 없다. 특히 철근 없이 현장에서 직접 틀에 부어 사용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한다.  
“일반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벽 두께가 30cm는 돼야 하는데 그럼 건물이 너무 육중해지죠. UHPC는 그보다 훨씬 얇게 벽을 완성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코스모스동 지붕 부분의 커브는 두께가 12cm밖에 안 돼요. 멀리 바다에서 보면 마치 흰 천 자락 한 장이 추산 앞에 살포시 내려앉은 느낌이죠.”
250만년 전 화산폭발로 우뚝 솟은 추산(송곳 바위) 앞 벼랑에 들어선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 아름답다. 앞으로는 울릉도 해상관광명소인 코끼리 바위와 동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250만년 전 화산폭발로 우뚝 솟은 추산(송곳 바위) 앞 벼랑에 들어선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 아름답다. 앞으로는 울릉도 해상관광명소인 코끼리 바위와 동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는 250만년의 시간을 살아낸 추산 앞에서 육중한 콘크리트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추산의 팔에 살포시 내려앉아 쉬면서 힐링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최대한 가볍고 얇게 건물을 지어서 추산에게 아부 좀 했죠. 잠시 쉬었다 가겠다고.”(웃음)  
김 교수는 ‘건물은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이자, 인간의 생활을 담기 위한 그릇’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건축은 시작된다고 믿는다. 휴일에는 8시간씩 드라마를 보고, 대형 몰 벤치에 앉아 여러 시간 사람을 관찰하는 일을 즐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일상을 연구하는 데 드라마 제작자와 대형 몰 마케터들의 아이디어를 빌리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거죠. 건축의 출발점은 늘 그 집에 살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니까요.”
울릉도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달려가는 여행객들의 바람은 아마도 진정한 힐링일 것이다. 김찬중 교수가 코스모스를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둔 것도 딱 하나. 일상을 모두 내려놓고 자연과 에너지를 교류하며 ‘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김용관(건축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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