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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우리 아이의 하루 13분

정종훈 복지팀 기자

정종훈 복지팀 기자

13분. 국내 초·중·고교생이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놀랍기 그지없다. 학교 수업 사이 쉬는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NPO(비영리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말 전국 초등 4학년~고교 2학년 571명을 조사했다. 평일에 가족끼리 대화하거나 함께 노는 시간이 13분이란다. 이 재단에 “조사가 잘못된 게 아니냐”고 다시 물어봤을 정도로 짧다.
 
반면 학교 밖 공부 시간은 190분, 각종 미디어 이용엔 84분이다. “그러면 그렇지 스마트폰·휴대폰 때문이군.”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아이들이 원해서 학원·스마트폰에 시간을 더 보낸다면 그걸 탓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어른들이 다 안다. 아이들은 행복을 위한 최우선 조건 1위로 ‘화목한 가정’을 꼽는다. 돈·건강보다 가족 관계를 더 중시한다. 평소 행복을 느끼는 장소도 집이 38%로 1등이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꼴찌에서 두 번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한국 부모가 미취학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은 세 배가 넘는 150분이었다. 부모가 학령기 자녀와 매일 대화를 나누는 비율도 한국은 53.7%, OECD 평균은 70%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막상 거실에 함께 있어도 가족끼리 멀뚱멀뚱 TV만 보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쳐다보는 게 익숙하다. 서로 어떻게 대화하거나 놀지 몰라서다. 정부가 3월부터 부모교육 매뉴얼을 보급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안모(11·서울 광진구)군은 “친구들도 좋지만 엄마·아빠랑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 집에 같이 있어도 이야기를 많이 할 기회가 없다. 학습지랑 영어 숙제 끝나면 엄마가 자라고 한다”고 말했다.
 
부모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육아휴직 쓰기도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13분’의 원인일 게다. 돌봄 절벽 속에 사교육을 전전하는 ‘학원 뺑뺑이’도 마찬가지다. 형제·자매끼리도 마주칠 시간이 거의 없다. 김은정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어른들의 일·생활 균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니 아동 행복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5조는 ‘부모나 아동을 보호하는 어른들은 아동의 능력 발달을 도울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도울 시간도, 여유도 없다. ‘13분 깨기’ 책임은 정부, 부모 모두에게 있다.
 
정종훈 복지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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