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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댓글 공론장’ 조작 … 포털의 미필적 고의 아닌가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론장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국가에서 여론이 왜곡되고 언론이 위축되는 현실을 보면 공론장의 합리적 작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공론장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언론의 합리적 의심은 설 자리를 잃고 민주적 질서는 부정된다.
 
한국의 공론장은 어떠한가. 권위주의 시절에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박이 공론장을 침해하는 요인이었다. 민주화된 이후에는 자본의 논리가 언론 활동을 위축시켰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포털이 뉴스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공론장은 지금 역설적이게도 포털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포털이 공론장을 장악하면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은 심각한 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검색 도구 제공업체인 포털은 권한 없이 인링크(in link)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다. 포털은 뉴스 비중의 강약과 감정이입의 고저(高低)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네이버가 승부조작 비판기사를 숨겨준 사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포털이 편집한 기사는 모바일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여론의 소재가 된다. 언론사의 의제 설정 권한은 포털에 넘어갔다. 규모가 큰 매체도 포털을 벗어나서 독자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다. 포털에서 배제되는 뉴스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발생하지 않은 뉴스’가 됐다. 포털의 인링크 뉴스 편집권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네이버 ‘직원’들이 비공개 알고리즘을 통해 한국 사회 공론장의 뉴스 의제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둘째,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의 포털 종속이 심화하고 있다. 포털 뉴스 유통에서는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가 중요하지 않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고품격 뉴스를 만들 동기 부여가 크지 않다. 대신 전문성이 떨어져도 클릭 수를 보장하는 감각적·선정적·자극적 뉴스가 많아졌다. 반드시 봐야 할 뉴스는 줄어들었다. 뉴스의 질은 이렇게 하향 평준화됐다.
 
시론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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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의 독과점 체제에서는 언론사가 열심히 일해도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네이버에 뉴스를 통째로 넘기고 받는 돈은 많아야 한 해 40억 원 정도다. 이 정도 받는 곳도 사실 손에 꼽을 정도다. 지역의 유력 신문사도 1000만 원 안팎을 받는다. 제값을 못 받는 구조다. 반면 포털은 이 과정에서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네이버가 지난해 언론사에 준 뉴스 콘텐트 전재료는 수백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언론사 뉴스를 헐값에 사서 ‘약탈적’ 이익을 얻었다. 네이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700억 원이나 된다.
 
셋째, 편집권을 행사하는 포털은 언론의 위상에 걸맞은 철학과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합당한 윤리·책임의식도 보여주지 못했다. 언론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언론이 아니라고 애써 강변했다. 뉴스 편집 배열을 임의로 조작했다. 검색 순위 조작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문제가 된 드루킹 사건이 터진 배경에는 포털의 책임도 크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사회적 토론장인 댓글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했다. 인격권 침해가 다반사로 이뤄져도 방치했다. 포털은 댓글 공간에서 광고수익을 챙겼다. 드루킹 세력은 댓글 공간에서 손쉽게 여론을 조작했다. 포털은 그런 작전 세력의 존재와 활동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댓글 공론장이 어떻게 조작됐는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를 방치한 책임도 크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포털 개혁을 더는 포털에 맡길 수 없을 것 같다. 플랫폼으로서는 성공했지만, 정체성 성찰은 대단히 부족하다. 공적 기관 역할 점수는 낙제에 가깝다. 포털은 검색기능 제공업체로 남고 편집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구글처럼 무작위로 뉴스를 제공하고 아웃링크(out link) 방식으로 언론사 뉴스를 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언론사의 책임과 권한, 의무가 비슷해질 것이다. 공론장이 생기를 얻고 되살아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포털 정책을 수립하고 규제·지원을 담당하는 행정 기구가 사실상 없는 것도 차제에 꼭 짚어볼 대목이다. 포털 문제에 진보와 보수라는 정파적 잣대가 개입하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신뢰받는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포털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할 공동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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