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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새우, 독도새우의 계절이 시작됐다

배에서 막 내린 독도새우. 아직 살아있는 싱싱한 녀석들이다. 울릉도 저동에서. 손민호 기자

배에서 막 내린 독도새우. 아직 살아있는 싱싱한 녀석들이다. 울릉도 저동에서. 손민호 기자

 장안이 때 아닌 ‘냉면 파동’을 겪고 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공수된 옥류관 평양냉면 덕분이다. 대여섯 달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7일 독도새우가 별안간 화제에 올랐다. 청와대 만찬에 독도새우 요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새우 요리를 먹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으나, 새우를 놓고 딴죽을 건 건 일본이었다. “왜 하필 독도새우냐”는 시비였다. 
 만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냉면은 ‘품절사태’를 일으켰다. 반면에 독도새우는 그러지 못했다. 독도새우가 귀해서이거니와 새우잡이 철이 끝나갈 무렵이어서였다. 이윽고 봄이 왔다. 울릉도 새우잡이 어부의 일손도 부산해졌다. 
 지난주 닷새 동안(4월 22∼26일) 경북 울릉도에서 독도새우를 취재했다. 울릉도에서 독도새우잡이로 45년을 산 김동수(67)씨, 김씨와 함께 바다에 나가는 사위 김강덕(36) ‘울릉새우’ 대표, 경상북도수산자연구소 유동재 연구사, 울릉도청 해양수산과 박수동 계장으로부터 독도새우의 모든 것을 들었다. 독도새우는 품종을 이르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하여 여러 개의 이름이 뒤섞여 불리고 있다. 독도새우에 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독도새우는 지금이 제일 맛있다.
 
독도새우 3종 세트. 맨 위가 가시배새우, 가운데가 물렁가시붉은새우, 맨 아래가 도화새우다.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 3종 세트. 맨 위가 가시배새우, 가운데가 물렁가시붉은새우, 맨 아래가 도화새우다.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는 무엇인가.
독도 연안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라는 뜻이다. 품종으로 보면 세 가지만 이른다. 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다. 이를테면 횟집에서 곁반찬으로 나오는 ‘단새우’도 울릉도·독도 바다에서 잡히지만 독도새우라고 하지 않는다. 독도새우라는 명칭에는 귀하고 비싼 새우라는 의미가 더해져 있다.
 
이들 세 새우는 울릉도·독도 바다에서만 잡히는 게 아니다.
맞다. 동해안 전역에 서식한다. 러시아와 일본에서도, 우리 포항 앞바다에서도 잡힌다. 독도새우는 깊은 수심의 바다 밑바닥에서 산다. 독도새우를 잡으려면 통발을 수심 250∼300m 내려야 한다. 몸통 길이가 10㎝ 정도는 돼야 상품 가치가 있다. 수심을 고려할 때 울릉도·독도 바다가 국내 최적의 독도새우 서식지인 것은 맞다.
 
울릉도 저동항. 울릉도 어선이 모여있는 곳이다. 독도새우잡이 배도 이 포구에 있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 저동항. 울릉도 어선이 모여있는 곳이다. 독도새우잡이 배도 이 포구에 있다.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는 어떻게 잡나.  
특수 제작한 통발로 잡는다. 오늘 아침에 통발을 내리면 내일 거두는 식이다. 새우잡이에 맞게 어선도 개조한다. 조업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이다. 새벽 4∼5시에 나가서 오후 2∼3시쯤 들어온다. 미끼는 전갱이 같은 작은 생선을 쓴다. 겨울 서너 달(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은 통발을 거둔다. 바다가 험해 조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잡는데 봄 가을이 맛있다.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다. 1980∼90년대만 해도 하루에 300㎏씩 잡은 날도 있었지만, 요즘엔 30㎏ 잡으면 ‘오늘 밥값은 했다’고 한다.
 
 울릉도 독도새우잡이의 산증인 김동수(왼쪽)씨와 장인 김씨와 함께 새우잡이를 하고 있는 사위 김강덕씨. 손민호 기자

울릉도 독도새우잡이의 산증인 김동수(왼쪽)씨와 장인 김씨와 함께 새우잡이를 하고 있는 사위 김강덕씨. 손민호 기자

만찬 이후 가격이 올랐겠다.
육지에서는 가격이 올랐을지 몰라도 울릉도에서는 똑같다. 울릉도에서도 ‘울릉새우’와 ‘천금수산’ 두 곳만 새우를 잡는다. 어선 2대가 잡는 양이 한정돼 있고, 두 곳 모두 직접 판매하다 보니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다. 수협을 통해 새우가 거래되는 것이 아니어서 울릉도 전체 물량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경상북도수산자연연구소가 독도새우 종자를 생산해 울릉도 앞바다에 어린 새우를 방류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5만 마리를 방류했고, 올해는 5월 3일 17만 마리를 방류한다.
 
냉장고에서 꺼낸 독도새우 1㎏ 한 박스. 20마리 정도 들어 있다. 손민호 기자

냉장고에서 꺼낸 독도새우 1㎏ 한 박스. 20마리 정도 들어 있다. 손민호 기자

가격은 어떻게 되나.
울릉도 현지의 독도새우 가격은 대(大) 자 기준 1㎏ 5만원이다. 1㎏ 한 박스면 18∼20마리 들어간다. 울릉도에서도 독도새우 요리를 내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 미리 주문해야 한다. 독도새우 회는 4인 기준 15만원 선으로 상이 차려진다. 서울에선 1마리에 1만원이 넘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새우를 잡자마자 급랭을 하기 때문에 택배로 받아도 회를 먹을 수 있다. 전국 어디든 배달된다(택배비 별도).
  
독도새우회 상차림. 물렁가시붉은새우와 도화새우가 섞여 있다. 등에 난 줄무늬가 다르다.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회 상차림. 물렁가시붉은새우와 도화새우가 섞여 있다. 등에 난 줄무늬가 다르다. 손민호 기자

맛은 어떤가. 
트럼프 만찬에서는 새우 살을 발라 잡채를 만들었다. 그러나 독도새우는 회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껍질과 대가리를 손으로 떼어낸 뒤 통째로 먹는다. 고소하고 부드럽다. 머시멜로우처럼 입에서 녹는다. 먹을 때만큼은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소금구이도 좋다. 회를 먹을 때 대가리만 모았다가 튀기거나 바싹 구워도 별미다.
 
독도새우 중에서 어떤 새우가 제일 맛있나.  
도화새우. 독도새우 3종류 중에서 제일 크다. 알을 잔뜩 밴 암컷이다. 손민호 기자

도화새우. 독도새우 3종류 중에서 제일 크다. 알을 잔뜩 밴 암컷이다. 손민호 기자

세 종류 모두 맛이 좋다. 굳이 고른다면 도화새우가 으뜸이다. 트럼프 만찬에 오른 새우도 이 녀석이다. 울릉도에서는 도화새우를 ‘참새우’라고 부른다. 도화새우라는 이름은 도화(桃花)에서 나왔다. 복숭아꽃처럼 곱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복숭아꽃 피는 계절이 제철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물렁가시붉은새우는 도화새우보다 대체로 잘다. 도화새우는 25㎝까지 크는데 물렁가시붉은새우는 15㎝ 정도에서 성장이 멈춘다. 도화새우나 물렁가시붉은새우나 큰놈은 다 암컷이다. 두 새우는 성장을 하면 암컷으로 전환한다.
 
세 새우를 어떻게 구분하나.
가시배새우. 닭벼슬 같은 가시가 대가리에 있어 닭새우라고 불린다. 손민호 기자

가시배새우. 닭벼슬 같은 가시가 대가리에 있어 닭새우라고 불린다. 손민호 기자

가시배새우가 제일 분간하기 쉽다. 가시배새우를 흔히 ‘닭새우’라고 한다. 대가리가 가장 크고 대가리에 벼슬처럼 생긴 가시가 돋아 있다. 도화새우와 물렁가시붉은새우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손쉬운 감별법은 등에 난 줄무늬를 확인하는 것이다. 도화새우는 등에서 배까지 줄무늬가 줄줄이 나 있는데, 물렁가시붉은새우는 대가리에서 꼬리까지 여러 줄무늬가 이어진다. 
 
 ‘새우깡’ 봉지에 그려진 새우는 도화새우다. 줄무늬가 등에서 배로 나 있고, 등이 심하게 굽어 있다. [중앙포토]

‘새우깡’ 봉지에 그려진 새우는 도화새우다. 줄무늬가 등에서 배로 나 있고, 등이 심하게 굽어 있다. [중앙포토]

수염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도화새우 수염은 빨간색인데 물렁가시붉은새우의 수염에는 흰색이 섞여 있다. 또 도화새우가 물렁가시붉은새우보다 대가리가 크고 뭉툭하다. 그래서 옛날에는 도화새우를 ‘철모새우’라고 불렀다. 도화새우가 등이 더 굽은 것도 특징이랄 수 있겠다. 도화새우를 영어로 ‘곱사등(Humpback) 새우’라고 하는 까닭이다. ‘새우깡’ 봉지에 그려진 새우가 바로 이 도화새우다.
 
물렁가시붉은새우. 울릉도에서는 원래 이 새우만 독도새우라고 불렀다고 한다. 손민호 기자

물렁가시붉은새우. 울릉도에서는 원래 이 새우만 독도새우라고 불렀다고 한다. 손민호 기자

물렁가시붉은새우가 진짜 독도새우라는 말도 있던데.
옛날에는 물렁가시붉은새우가 독도 앞바다에서만 잡혔다. 지금은 울릉도 앞바다에서도 잘 잡힌다. 물렁가시붉은새우는 ‘꽃새우’라고도 한다. 몸통이 유난히 붉어서다. 서해와 남해에서도 ‘꽃새우’가 나오는데 종류가 다르다. ‘새우깡’에 들어간다는 꽃새우는 서남해에서 잡히는 꽃새우를 이른다. 
 
물렁가시붉은새우라는 이름이 어렵다. 일본 이름  ‘모로토게아카에비(モロトゲアカエビ)’를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영어 이름 ‘모로토게(Morotoge) 새우’도 일본 이름에서 비롯됐다. 닭새우의 영어 이름은 ‘Japanese Spiny Lobster’다. ‘일본가시바닷가재’라는 뜻이겠다. 트럼프 만찬에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한 건 독도새우를 ‘다케시마에비(竹島エビ)’라고 부르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 많은 이름 중에서 ‘독도새우’만 콕 집어서 썼기 때문이다.
 
 울릉도=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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