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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성희롱 피해 여성 60% "그냥 참았다", 이유는 "업무에 악영향 줄까 봐"

일본에서 성희롱을 당한 여성의 60% 가량이 문제가 생겼을 당시 어떤 항의도 하지 않고 참은 것으로 조사됐다. “참았다”고 답한 이들의 대다수는 “업무에 악영향을 줄까 봐”를 이유로 들었다. 
 
3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이하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정사원으로 일하는 20~50대 일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42.5%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여성의 60%는 성희롱을 당했을 당시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한 여성의 60%는 성희롱을 당했을 당시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성희롱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냐는 물음에는 회사 내 인물에게 성희롱을 당한 경우의 61.3%가, 회사 밖의 인물에게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67.7%가 “참았다”고 답했다. 이들이 행동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로는 50% 이상에서 “업무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 꼽혔다. “상담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도 30%를 차지했다.   
 
피해를 호소하며 움직인 경우 “상대에게 직접 항의했다”가 18.4%. “회사 동료나 사내 담당자와 상의했다”가 24%였다. 하지만 상담을 한 후에도 상황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28.6%에 달했고, “문제가 개선, 해소됐다”는 답은 17.6%에 그쳤다. 53.9%는 “일부 개선됐다”고 답했다.   
 
일본에서 성희롱을 뜻하는 ‘세쿠하라(セクハラ, Sexual harassment)’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닛케이는 “1999년 시행된 개정 남녀고용기회균등법에 따라 기업에 성희롱 방지 의무가 부과됐고, 2007년에는 법 개정으로 성희롱 대응 조치 마련이 의무화 됐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의식 개혁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성희롱에 눈감는 일본, 이것이 21세기 선진국인가"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전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쿠다 차관은 TV아사히의 여기자에게 “키스해도 되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지난 12일 주간지를 통해 보도된 뒤 사임했다.   
여기자 성희롱 의혹으로 경질된 일본 후쿠다 재무차관. [연합뉴스]

여기자 성희롱 의혹으로 경질된 일본 후쿠다 재무차관.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정치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연이어 피해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24일 후쿠다 차관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후쿠다가 여기자에게 속아 당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을 막기 위해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이른바 ‘펜스 룰’을 옹호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아소 재무상은 문제가 불거진 후 “(재무성) 담당 기자를 다 남자로 바꾸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榊原定征) 회장도 “기자가 이성 취재원과 일대일로 만나는 것은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의 말을 했다.  
4월 20일 일본 야당의원들이 검은색 옷과 '#미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재무성을 방문,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교도=연합뉴스]

4월 20일 일본 야당의원들이 검은색 옷과 '#미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재무성을 방문,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교도=연합뉴스]

마이니치 신문은 30일자 사설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성희롱을 한) 차관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각료가 성희롱의 본질과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21세기 선진국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부끄러운 상황이다. ‘여성의 활약’을 간판 정책으로 내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왜 이 문제에 본노하지 않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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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