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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리비아 모델에 거리두기 시작하는 미국, 그 의도는?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을 고수하던 미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29일 미 폭스뉴스에 출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폭스뉴스 캡처]

29일 미 폭스뉴스에 출연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폭스뉴스 캡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의 프로그램은 (북한보다) 훨씬 더 작았다"고 덧붙였다. 볼턴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걸 증명함으로써 그들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리비아의 사례가 이걸 보여준다"며 조속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면서도 "하지만 (북미)회담에 드라이버 세트를 갖고 가 다음날부터 분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는 리비아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미국은 2003년 리비아가 핵 포기에 합의하자 2005년까지 ^핵 프로그램 미국 공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미국 양도 등의 검증 절차를 거친 뒤에야 2006년 5월 원유수출 제재 해제와 국교정상화에 나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따라서 볼턴의 이날 발언은 리비아식 해법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핵 처리에 있어선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꿔 말하면 '선 핵폐기, 후 보상'이란 도식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않는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볼턴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교감을 거친 뒤에 내놓은 발언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볼턴은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선 "북한이 핵무기와 핵연료,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국제적인 완벽한 검증과 더불어 완전히 공개하는 것. 그리고 리비아처럼 미국과 다른 곳의 조사관들이 검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외에도 탄도미사일, 생화학 무기, 미국인 인질,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에 대해선 "(트럼프)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참모들)는 여전히 정확한 변수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28일 미시간주 유세에서 앞으로 3~4주 내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회담이 이 일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볼턴은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또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비핵화와 미군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를 연계하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선 “우리는 분명히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나는 판문점 선언을 일련의 남북 간 이전 합의의 맥락에서 검토하고 있다. 1992년 남북한 공동선언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남북한에 대한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이날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도 출연, "만약 김 위원장이 '핵이 없으면 더 잘 살 것'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대화할 수 있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를 잘 이용하길 열망하고 있다"며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 하에 폐쇄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선 "그게 정확히 뭔지 알아보겠다"면서 "북한의 진지한 약속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진짜 약속을 보고 싶다. 북한의 선전을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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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