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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한반도 비핵화 합의문, 트럼프 책상에 올라온 까닭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폭스뉴스 웹사이트 캡쳐]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폭스뉴스 웹사이트 캡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 기준으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꺼내들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92년 공동선언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는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모든 핵무기, 핵연료,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고 반출하기 전에 미국이 어떤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북한과의 첫 회담에서 그들이 정말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증거를 확인하고 싶다. 도움이 될만한 역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은 92년 공동선언을 그 역사로 들었다. “92년 공동선언에서 북한은 어떤 핵무기 (개발) 측면도 포기하고, 어떤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볼턴은 “지금은 탄도미사일, 생·화학 무기, 미국인 억류자, 일본인 납북자 등 다른 논의할 것도 많지만 핵 문제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면 당시 (공동선언에서) 북한이 합의한 것이 상당히 좋은 출발점이 될 것(pretty good place to start)”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도 92년 공동선언을 “북한이 이전에 스스로 약속했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이를 살펴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북·미 간 합의가 아닌 남북 간 합의를 이처럼 중시하며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다. 볼턴이 돌연 이를 꺼내든 배경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추진할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핵 국면 초기에 이뤄진 92년 공동선언이야말로 포괄적으로 북한의 핵 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비핵화 방안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92년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고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또 비핵화 약속과 사찰 방안 등만 명시됐지, 북한이 핵을 갖지 않는 데 대한 대가는 빠져 있다.  
 
반면 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했고, 북핵 6자회담 결과물인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 전력 공급, 경제 협력 등이 비핵화 보상으로 명시됐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양보가 있었던 셈이다.  
 
한 대미 소식통은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과 주유엔 대사 등을 맡으며 현장에서 직접 북핵 실무를 맡았다.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92년 공동선언을 콕 짚어 꺼내든 걸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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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