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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로스쿨의 민낯

손국희 사회부 기자

손국희 사회부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지난 22일 공개되자 법조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14쪽 남짓한 법무부의 발표 이후 이해가 엇갈리는 대학·변호사단체 등은 혼돈에 휩싸인 가운데 각자의 불만을 쏟아냈다.
 
당초 법무부는 로스쿨 서열화 조장 등의 우려가 있다며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합격률을 발표했다. 하지만 합격률 공개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7차례 변시에서의 학교별 합격률(응시자 수 기준)과 누적합격률(졸업생 수 기준)을 중심으로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자 ‘서열 경쟁’에 예민한 대학가에선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졸업생 기준 합격률로 3위가 된 고려대는 “법무부의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하면 고려대가 1위라는 것이다. 중앙대는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놓고, 누적합격률이 아닌 올해만을 기준으로 합격률을 계산하면 우리가 1위”라고 했다. 법무부는 “학업 중도 포기자나 로스쿨 이적 학생을 고려해 졸업생 기준 합격률을 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손해’를 봤다고 여긴 대학들의 불만은 그대로다.
 
취재일기 4/30

취재일기 4/30

애초부터 로스쿨 도입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대한변협은 기다렸다는 듯 성명을 내놨다. “로스쿨간 학력 수준 차이가 매우 크다.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하고 입학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법률 시장에 쏟아지는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대한변협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주장이다.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법과대 교수들의 모임인 ‘대한법학교수회’는 한술 더 떴다. 로스쿨은 완전히 실패한 제도이며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도 치를 수 있는 신(新)사법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치고 나갔다.
 
가장 혼란스러운 건 학생들이다. 로스쿨 수험생·재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러다 로스쿨이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부터 “낮은 합격률로 이미지가 나빠진 지방대 로스쿨생은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까지 쏟아져 나왔다.
 
변시 합격률 공개는 올해로 도입 10년을 맞은 로스쿨 제도의 민낯을 드러냈다. 순위 싸움에 몰두하는 대학들과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는 변호사단체들의 이전투구, 그 속에서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는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손국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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