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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접경지역의 눈물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금강산에 가본 게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1999년 봄 설레고 긴장된 마음으로 갔다. 1만2000개인지 세볼 수는 없었지만, 봉우리는 많았고 아름다웠다. 암벽 곳곳에 새겨진 붉은 글씨는 보기 흉했다. 들쭉술도 한잔 했다. 관광이 한창일 때 교사들 사이에선 농반진반 ‘금강산 수련회가 다른 곳보다 편하다’는 얘기도 돌았다. ‘하지 말란 걸 하면 북한군이 잡아간다’고 엄포를 놓으면 평소 말썽부리던 학생도 통제를 잘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비용·효과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관광객 피격으로 중단된 2008년 7월까지 195만6000명이 금강산을 찾았다.
 
강원도 고성군은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1998년 11월 해로관광에 이어 2003년 2월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고성 경제는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후 지역경제는 빠르게 무너졌다. 관광 중단 후 입은 경제적 손실이 지난해 말까지 3600억여원, 휴·폐업한 상가·숙박시설은 4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고성군은 파악한다. 관광 중단 1년이 되던 2009년 7월 고성에 갔는데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7번 국도변의 건어물 가게에서 상인 서너 명이 “살기 너무 힘들다”며 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고성군을 포함해 북한과 접해 있는 강원도 양구·화천군, 경기도 연천·파주군, 인천시 옹진군 등 10개 시·군이 속해 있는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수년간 중앙정부에 접경지역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됐지만 상당수 접경지 주민은 여전히 어렵게 산다. 접경지는 육지 속의 섬과 같다. 군사적 이유로 개발에서 소외됐다. 재산권 행사는 제한받았다. 전쟁의 불안은 어느 곳보다 크다.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한 건 별로 없다. 정부는 2011년 7월 접경지역 발전 종합계획을 만들어 2030년까지 18조8000억원을 들여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생태관광벨트로 육성한다는 구상도 발표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구상일 뿐이다. 올해 3월 국회에서 열린 ‘접경지역의 평화·생명 가치에 근거한 남북 교류·협력 모색 토론회’에서 박유성 고려대 교수는 ‘접경지역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중첩된 규제와 열악한 주거환경, 고령화, 낮은 재정자립도 때문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4·27 판문점 선언을 누구보다 반긴다. 새로운 희망을 말한다. 부정적 어감의 접경지역이란 명칭 대신 평화지역으로 부르자고 한다. 이번 기회에 개발에 힘을 더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희망의 목소리 속엔 ‘이번엔 믿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2007년 10·4 공동선언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 희망을 품었다가 다시 접은 기억이 남은 탓이다. 이번엔 희망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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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