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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노벨” 환호에 트럼프 “내 덕” … 과시형 비핵화 빅딜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는 동안 돌풍이 불어 우산이 뒤집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워싱턴 타운십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이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는 동안 돌풍이 불어 우산이 뒤집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워싱턴 타운십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이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미시간주 마콤카운티의 유세장.
 
갑자기 청중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노벨, 노벨, 노벨”을 외치기 시작했다. ‘노벨평화상’을 뜻하는 말이었다.
 
유세에 나선 트럼프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 관련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알린 뒤 “3~4개월 전만 해도 (북한과는) 매우 거친(rough) 상황이었음을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하자 터져나온 연호였다. 트럼프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잠시 연설을 멈췄다. 연호는 더 커지며 20초가량 계속됐다. 그러곤 “멋지네요. 생큐!”라고 했다.
 
 
“문 대통령, 모든 공 내게 돌렸다”
 
이후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 변화=내 덕분’이란 자화자찬이 대부분이었다. “(북한은) 3~4개월 전만 해도 핵전쟁을 일으킬 뻔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성공의 모든 공을 나에게 돌렸다” “솔직히 (평창)올림픽에 많은 사람이 안 갔을 텐데 북한이 참가하게 되면서 많은 이가 가고 대성공하게 됐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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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세기의 담판’으로 몰고 가는 한편, 회담 또한 ‘과시할 수 있는 결과’에 집착할 것이라는 걸 예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세 차례 연속해 외쳤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서도 이날 “향후 3~4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매우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일정을 5월 중으로 특정한 셈이다. 또 “우리(미국과 북한)는 매우 잘하고 있고 아주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27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 “두 곳으로 좁혔다”고 확인했다. 두 곳은 몽골·싱가포르다(중앙일보 4월 25일자 1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싱가포르 개최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비핵화 로드맵 부분을 북·미 정상회담의 몫으로 돌리고 시기·장소 등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행정부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미국 내에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과는 달리 “다소 미흡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감지된다.
 
 
김정은 ‘1차 선물’ ICBM 폐기 될 듯
 
우선 김정은이 비핵화 과정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가 판문점 선언문에 담겨 있지 않은 점이 거론된다. 또 선언문의 비핵화 조항인 3조4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부분 역시 너무 모호하다는 평가다. 최소한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정도의 이행 약속이 들어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소식통은 "판문점 선언문을 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달 북한에 특사로 다녀온 뒤 백악관에 와 브리핑한 내용에서 더 나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북 특사단장이자 미국과의 창구이기도 한 정의용 실장이 정작 남북 정상회담 오전 회의에 배석하지 못한 것이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결국 어떻게든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일괄 타결과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접근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인데, 사전 회담 성격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아쉬움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NYT는 "김 위원장이 정말 거래(핵폐기)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핵무기의 최소 일부라도 유지하면서 북한 경제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얻기 위해 베팅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일정을 설정하지 않아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건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이고 또 하나는 그 시한을 6개월~1년으로 못 박아 2020년 대통령선거 재선 전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직면한 도전 커지고 있어”
 
반면에 북한은 동결과 감축, 폐기 식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단계마다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국교 정상화 등 보상을 얻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서로 "우리가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즉 양측이 향후 수순을 담은 ‘비핵화 로드맵’을 ‘큰 틀’에서 합의하고 그 시한을 1년 정도로 단축하는 선물을 트럼프에게 주는 대신 핵 동결, 핵 시설 신고, 사찰 및 검증, 폐기의 각 단계마다 북한에 체제 보장을 위한 각종 조치를 김정은에게 안기는 이른바 ‘절충형 빅딜’을 모색할 것이란 이야기다.
 
 
폼페이오 “김, 미 요구 정확히 이해”
 
다만 트럼프로선 "25년간 계속 속아온 것처럼은 안 하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매 단계의 비핵화 조치가 확인될 경우, 그것도 설정한 시한 내에 할 경우에 한해 사후적으로 각종 보상을 이행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난 전임 대통령들과 다르게 해냈다”고 업적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으로선 ‘일단 합의’로 이끌기 위해 트럼프가 가장 중시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를 ‘1차 선물’로 약속하는 방안도 거론될 공산이 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 "김 위원장은 우리가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지도를 펼쳐줄 준비가 돼 있다. 난 (평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맡긴 임무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뭔가를 양보하지 않으면 회담이 실패하고 그렇게 되면 서로가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사실을 점점 자각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회담 시기를 3~4주 내로 못 박은 것도 그런 공감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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