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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주식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고란 경제부 기자

고란 경제부 기자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곧, 사업 밑천을 댄 사람이다. 설립 초기에는 대부분 창업자가 대주주다. 성장을 위해 투자를 받으면 투자회사가 주요 주주가 된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창업자 몫은 주는 대신, 거액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대신 주주들의 경영 간섭을 받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기업공개(IPO)에 대해 “왜 내 회사를 남에게 주려고 하느냐”며 마뜩하지 않게 생각했다.
 
창업자가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창업자라도 쫓겨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1976년 애플을 공동 창업한 지 9년 만인 1985년 퇴출당했다. 그것도 그가 직접 영입한 존 스컬리 당시 최고경영자에 의해서다.
 
국내에서는 창업주가 쫓겨난 적이 거의 없다. 낮은 지분율은 순환 출자의 마법으로 보완했다. 이사회는 ‘예스맨’으로 채웠다. 청지기의 의무를 다해야 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투자자’로서만 기능해 왔다. 2000년대 초반 진보 계열의 시민단체가 벌인 소액주주 운동은 자본주의라도 제대로 해 보자는 취지의 우파 운동이었다.
 
최근엔 흐름이 바뀌었다. 주주의 힘으로 경영진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갑질’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 얘기다. 대한항공의 대주주는 조 회장이 지배하는 한진칼이다. 한진칼을 포함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33.34%다. 국민연금(3월 말 12.45%) 등이 소액주주를 규합하면 조 회장 퇴진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 편에서는 엘리엇 등 헤지펀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지는 제도로,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다. 구글(알파벳)·페이스북 등 주로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도입했다. 애써 키운 회사를 약탈적 자본에 뺏기지 않기 위한 방어장치다.
 
국내 대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면 누구의 경영권이 보장될까. 창업주가 아니라 창업주의 자손들이다. 차등의결권이라는 합법적 수단으로 경영권 세습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국내에서는 주주들이 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해 보려는데 차등의결권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느낌이다.
 
고란 경제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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