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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자동차산업 노사, 동굴 밖으로 나와야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태어날 때부터 동굴 속에 묶여 사는 사람들은 그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안주하면서 바깥세상에 적응한 후 돌아온 동료가 같이 나가자는 제안도 거절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요지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제경쟁 속에서 모든 경쟁국이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적이고 유연한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동굴 안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노동제도가 빚어낸 결과를 이번의 한국GM 경영위기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최고로 높고 노동생산성은 최고로 낮아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고 경영적자는 계속 부풀어 가는데도 사 측은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극한적 상황에 이르러서도 노조는 모든 것이 네 탓이라 비난하며 쇠파이프를 들고 최고경영자(CEO)를 협박까지 하고, 벼랑 끝에 가서야 파국이 겨우 수습돼 회사, 부품업계, 지역경제 모두 상처투성이가 되는 전쟁영화 같은 장면이다.
 
첫째, 우리나라 기업 임금체계는 과거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기업이 근로자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구시대적 유물 그대로이다. 다른 자동차 생산국 기업들은 직무급, 시간외수당, 성과급 등 개인별 직무와 성과와 연계된 단순한 구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호봉제 구조와 상여금이 주를 이루면서 직무나 생산성과는 동떨어져 있고 연례적인 파업으로 매년 인상된다.  
 
둘째, 근로와 고용 유연성은 가장 경직되어 있다. 경쟁국들은 임시근로자 활용, 근로자 개인별 탄력근로시간제, 전환배치, 외부에의 아웃소싱, 파견근로제 등으로 생산 시간의 유연성을 경영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재고가 쌓이거나 일시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이 나타나면 정리해고나 인력 구조조정도 바로 시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파견제는 불법이고 하도급은 제한적이며, 노조가 정한 근로시간에 맞추어 수요가 없어도 생산해야 하고, 주문이 밀려도 생산속도를 높일 수 없다.
 
셋째, 노사 간 협상력이 노조 측에 일방적이다. 다른 나라는 노조의 파업요건도 까다롭고 파업행위도 방어적이어서 근로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파업도 주로 피켓팅 정도의 의사표시 행위로 그친다. 그리고 사 측에 대체근로라는 저항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어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로자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을 쉽게 결정하며 수시로 파업할 수 있고 공장을 멈추게까지 한다. 사 측은 대체근로투입이 불법화되어있고 자칫하다가는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되기 때문에 대응수단이 전무하다. 노조가 대화보다 힘에 의존하도록 정부가 법으로 조장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은 30년 이상 묵힌 노동제도로 인해 우리나라만 생산, 수출, 내수, 고용 모두 후진하고 있다.
 
한국GM 사례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자동차기업이 겪고 있는 공통 문제이다.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떠나는 다국적기업인 한국GM에 대한 세금지원의 본질도 낙후된 노동정책에 따른 필연적인 대가며, 고임금·저생산성의 귀족노조 고용유지와 억울한 부품업계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적 비용인 것이다.
 
국제영업 관행에서 ‘먹튀’ 프레임은 동굴 속의 소아적 책임 전가에 지나지 않는다. 남 탓할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면 나가라 해도 안 나갈 것이다. 정부가 임금수준과 임금체계, 근로와 고용 유연성, 노사 간 협상 균형력을 국제경쟁 체계에 맞추어 선진형 패러다임으로 개조한다면 기업 스스로 정부지원 한 푼 없이도 사업을 확대해 가며 세금도 더 내고 고용도 더 많이 할 것이다. 그 길만이 한국GM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 국내에서의 장기적인 경영 보증서가 된다. 노동정책 당국이 자동차생산 주도국인 미국, 독일, 일본의 노동제도와 맞추도록 하루속히 동굴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한국GM 사태가 주는 귀중하고 생생한 역사적 교훈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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