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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성인팬이 LEGO 왕국 파수꾼

레고

레고

올해는 세계적인 장난감 레고(Lego)가 태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의 소도시 빌룬트에서 설립됐다. 목수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세운 목재 완구 회사였다. 이름은 덴마크어로 ‘잘 논다’는 뜻을 가진 ‘레그고트(Leg Godt)’에서 따왔다.
 
끼워 맞추는 형태의 ‘시스템’이 적용된 브릭 장난감의 형태로 자리 잡은 건 1958년 특허를 내면서다. 이 장난감이 전 세계 동심을 사로잡으며 이 회사의 이름은 브릭 장난감의 대명사가 됐다.
 
환갑을 맞은 레고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해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지난달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 매출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53억 달러(5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6%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매체는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고 매출

레고 매출

그런데도 레고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세계 최고의 장난감 브랜드 지위가 굳건하다. 브랜드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레고 그룹의 가치는 75억7100만 달러에 이른다. 2위인 일본의 게임 및 완구회사인 반다이 남코(10억3800달러)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레고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세대로 이어지는 공감’이다. 레고 마케팅총책임자(CMO)인 줄리아 골딘은 “팬은 처음 레고를 만들었던 순간과 자신의 아이에게 레고를 사주던 순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레고는 100만 명 이상의 성인 팬(AFOL·Adult Fan Of Lego)을 보유했다. 레고를 만들면서 자랐던 아이가 부모가 된 뒤 여전히 팬으로 남는다. 이들은 비싼 레고 제품을 계속 사고, 아이에게도 레고를 사준다. 이런 경험이 세대를 지나며 이어진다.
 
더 스타지에 따르면 AFOL으로 알려진 레고의 성인 팬은 레고 전체 매출의 5%가량을 차지한다. 레고의 ‘큰 손’이다. 지난해 성인 팬을 겨냥해 나온 상품이 7500개가 넘는 브릭으로 구성된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시리즈다. 출시 가격은 800달러(세금제외)였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들의 열정과 영향력은 레고와 관련된 뉴스나 새로운 제품 등에 대한 리뷰와 토론 등이 이뤄지는 50개가 넘는 웹사이트에서도 확인된다.
 
레고 본사는 아예 ‘아이디어 사이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이곳은 성인 팬들의 레고 아이디어 경연대회장이다.
 
레고사는 아이디어 중 매년 4개를 골라 상품화한다. 최소 1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상품화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판매 실적에 따른 돈도 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이 지난해 출시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여성들’ 시리즈다. 과학 기자인 마이아 웨인스톡이 제안한 것으로 출시 24시간 만에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성인 팬의 충성도를 엿볼 수 있는 사례도 여럿이다. 지난해 8월 영국 채널4에서 ‘레고 마스터스’라는 TV쇼가 방송됐다. 영국 최고의 레고 빌더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시청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시청자의 관심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졌다.
 
방송과 영화사 등 미디어 기업과의 협업도 레고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레고는 디즈니 등과 손잡고 스타워즈와 배트맨 등 영화와 TV 시리즈의 캐릭터 상품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CNBC는 “레고는 외부 팬과 제작자들에게 문을 열고 함께 일하는 전략을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과의 공존을 위한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골딘 CMO는 “디지털화는 레고에 위협 요인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 8월 출시한 ‘레고 부스트’다. 레고에 모터와 센서, 블루투스 제어기를 붙여 소프트웨어로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골딘 GMO는 “매년 매출의 25~30%는 신제품에서 이뤄지는 데 성인 팬들의 공이 크다”며 “새로움을 주는 것이 레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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