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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대 음료수 전용냉장고까지 … 가전도 ‘가심비’ 시대

가격대비 만족감을 따지는 ‘가심비’ 소비자를 위한 가전이 늘고 있다. LG전자가 다음달 출시하는 300만원대 고화질 빔프로젝터인 ‘LG 시네빔 레이저 4K’. [사진 각 업체]

가격대비 만족감을 따지는 ‘가심비’ 소비자를 위한 가전이 늘고 있다. LG전자가 다음달 출시하는 300만원대 고화질 빔프로젝터인 ‘LG 시네빔 레이저 4K’. [사진 각 업체]

2세 아들이 있는 이 모(36) 씨는 얼마 전 500만원을 주고 빔프로젝터를 샀다. 출산 후 육아 때문에 여가 시간이 없는 아내와 자신을 위해서다. 54인치 고화질 TV가 집에 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다.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도 빔프로젝터로 영화 볼 짬을 내기 어렵지만, 원할 때 집에서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비용으로만 따지면 영화관에 수백 번 갈 수 있는 돈을 썼지만 구매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 가전 시장에도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진 ‘가성비’를 중시했다면 요즘은 가격 대비 만족감을 따지는 ‘가심비’에 끌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가를 위한 가전 시장이 확 커졌다. 빔프로젝터가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빔프로젝터는 캠핑 등 야외에서 쓰는 소형이 대부분이었고, 화질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엔 TV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고화질 제품이 인기다. 가격도 평균 200만원이 넘는다. 프로젝터 시장조사업체인 영국 PMA는 고화질(4K급)의 빔프로젝터 시장 규모가 지난해 9만 대에서 올해 21만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에는 올해보다 8배 이상 늘어난 183만대로 예상했다.
 
위드뷰티가 다음달 출시하는 원통 모양의 화장품 전용 냉장고. [사진 각 업체]

위드뷰티가 다음달 출시하는 원통 모양의 화장품 전용 냉장고. [사진 각 업체]

업체들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초고화질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다음 달 4K UHD 화질 ‘LG 시네빔 레이저 4K’를 출시한다. 대각선 길이가 150인치이다. LG전자 한국 HE 마케팅 손대기 담당은 “영화관처럼 크고 선명한 화면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며 “더 진화하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빔프로젝터 전문기업인 대만의 벤큐도 지난 2월 4K UHD 해상도의 가정용 빔프로젝터 ‘W1700’을 출시했다.
 
신체나 장비 등에 부착한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는 액션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미국 테크나비오는 2021년까지 세계 액션캠 시장이 33억 달러(약 3조5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12년 6000대에서 지난해 5만7000대로 커졌다. 고프로는 이달 초 2K 동영상, 1000만 화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액션 캠 ‘히어로’를 출시했다. 샤오미는 다음 달 800만 화소에 무게 99g인 액션 캠을 국내에 출시한다.
 
가격이 비싸도 독특한 디자인의 소형 가전을 인테리어용으로 사기도 한다. 집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00년 9조원 수준이었던 국내 인테리어 시장이 2021년 4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1500만원짜리 고가 음료수 전용 냉장고인 스메그 ‘SMEG 500’. [사진 각 업체]

1500만원짜리 고가 음료수 전용 냉장고인 스메그 ‘SMEG 500’. [사진 각 업체]

‘없어도 되지만 예뻐서 사는’ 대표적인 제품으론 음료수나 화장품 전용 냉장고가 있다. 이탈리아 가전업체인 스메그가 내놓은 음료수 전용 냉장고인 ‘SMEG 500’은 1500만원의 고가이지만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은 30% 이상 늘었다. 조의영 스메그코리아 마케팅팀장은 “기획 단계부터 공간 인테리어 가치를 고려했고,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며 “건축가가 디자인에 참여해 하나의 인테리어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용기기 업체인 위드뷰티는 다음 달 원통 모양의 화장품 전용 냉장고를 출시할 예정이다. 클림트의 미술 작품을 디자인에 반영한다.
 
‘성능이 만족스럽다’는 이유로 일반 제품보다 10배 이상 비싼 고가 소형 가전도 잘 팔린다. 일반 토스터보다 3~10배 비싼 발뮤다 토스터(30만 원대)는 ‘죽은(딱딱한) 빵도 촉촉하게 살려낸다’는 입소문을 타고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이마트몰에서만 전년 대비 5배 넘게 판매량이 늘었다. 다이슨 헤어드라이어(50만원대)도 일반 헤어드라이어보다 값이 5~10배 비싸지만 ‘손상 없이 모발이 빨리 마른다’는 입소문에 매출이 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형 가전은 대형 가전보다 가격 부담이나 공간의 제약이 적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한다”며 “내가 만족하면 기업의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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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