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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의 반성문 “기술 가면에 가려진 일자리·윤리 문제 소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27일(현지시간)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져온 기회와 함께 그에 따른 위험과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가 27일(현지시간)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져온 기회와 함께 그에 따른 위험과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앙포토]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매년 주주들에게 ‘창업자의 편지’를 보낸다. 최근 주요 성과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장이다.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IPO) 때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올해 펜을 잡은 사람은 세르게이 브린이다. 27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브린이 쓴 ‘창업자의 편지’가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구글이 꿈꾸는 세상과 미래의 청사진이 담겼다. 하지만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가 주도하고 현재 전 세계인이 누리는 ‘기술 르네상스’에 대한 경고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편지의 첫머리를 장식한 것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이 문장에 빗대 브린은 “우리는 위대한 영감과 가능성의 시대에 살지만 기술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없을 만큼 연결시킴에 따라 막대한 신중함과 책임감도 필요하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브린에 따르면 우리는 ‘희망의 봄’을 살고 있다. 그는 “인공 지능(AI) 분야가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내 인생에서 새봄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인공신경망은 컴퓨터 공학에서 잊힌 각주 같았지만 AI의 발전으로 구글의 자율주행차 브랜드 웨이모가 사물을 안전하게 인식하고 구분할 수 있고, 구글 번역기가 100개가 넘는 외국어를 번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브린도 이 점을 언급했다. 그는 “신기술의 적용과 도입으로 우리는 ‘기술 르네상스’ 속에 살 수 있게 됐지만 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AI의 발전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고, 이러한 기술의 가면에 감춰진 것이 무엇인지, 그러한 기술이 안전한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종 법과 윤리 이슈에도 주목했다. 그는 “IT 기업은 수억만 명 사람의 삶을 변모시킨 혁신을 이끌었지만 그러한 진보에 따른 법적인 많은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을 둘러싼 논란과 AI가 고용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 IT업체의 반경쟁 행위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커지고 있다. 우버의 무인 자율주행차 사고 등으로 인한 법적 및 윤리적 문제도 빚어지면서 구글을 비롯한 IT 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브린은 “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국적과 문화적 배경, 정치적 소속에 따라 다른 만큼 이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고 겸손한 태도로 임한다면 기술의 발전에 따른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주들의 편지에 이례적으로 냉정한 내용이 담겼다”며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가는 상황 속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이들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브린이 겸손한 태도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는 구글의 야심은 여전히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것이 미국 국방부와 함께 추진하는 ‘메이븐 프로젝트’다. 구글의 AI 기술을 활용해 무인항공기 드론의 타격력을 향상하는 프로젝트에 일부 구글 직원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구글의 두 창업자는 새로운 형태의 비행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래리 페이지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으로 자율 비행 택시 업체인 ‘키티 호크’를 후원하고 있다. 브린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격납고를 빌려서 거대한 비행선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편지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CNBC는 “브린의 편지에서 최근 불거진 메이븐 프로젝트와 관련한 논란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FT는 “(브린의) 겸손한 말의 성찬이었지만 구글의 창업자들이 야심을 억제할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2004년 IPO 당시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사악해지지 않겠다(Don’t Be Evil)”고 천명했다. 브린의 편지가 악마가 되지 않으려는 구글의 다짐일지, 악마의 발톱을 감추려는 위장술일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세르게이 브린
1973년 옛 소련에서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6살 때 유대인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메릴린드대 수학과 교수였던 아버지,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이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수학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미 스탠포드대 대학원생이던 1998년 래리 페이지와 함께 친구의 차고에서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을 세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린의 재산은 500억 달러에 이른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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