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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국민안전, 현장서 묻고 현장서 답 찾는다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각답실지(脚踏實地)라는 말이 있다. 실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발로 뛰며 지역을 답사한다는 의미다. 중국 사서인 자치통감의 저자인 사마광이 19년에 걸쳐 방대한 사료를 직접 수집하고 검증된 자료만 수록한 모습을 보고 같은 시대 유학자 소옹이 칭송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지난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같은 대형 사고를 겪으면서 일선 소방의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 등 대응과정에서 문제점이 크게 부각됐다. 필자도 당시 수습상황을 지원하며 안타까움과 답답함에 스스로 질문을 반복해 보았다. 현장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소방 대응조직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 걸까.
 
지난 3월 남양주소방서를 찾아 1박 2일간 소방관들과 근무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현장 소방공무원의 대응 상황이나 근무 여건상 어려움을 생생하게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다.
 
가장 먼저 확인한 사실은 낮과 밤 구분 없이 수시로 출동 요청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단순 생활안전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방청 통계를 확인하니 전년도 전체 구조 활동 65만 건 중 생활안전 활동이 36만 건으로 55.4%에 달했다. 대부분 벌집 제거, 동물포획, 단순 문 개방 등 비 긴급 생활안전 상황에 대한 출동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천 화재에서도 당시 일부 소방대원이 생활안전 신고에 출동하고 있었던 게 문제로 지적됐는데 남양주 소방서, 아니 전국의 다른 소방서에도 비슷한 문제가 항상 잠재해 있는 것이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출동은 당연하다. 하지만 잦은 단순 상황출동으로 정작 중요한 대형사고 때 출동인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방청에서는 앞으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소방서에서 출동을 거부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소방의 역량을 꼭 필요한 긴급 상황 대응에 집중하는 데 꼭 필요한 개선과제라 생각한다.
 
구급 차량에 동승해서 구급현장에도 나가 보았다. 술을 많이 마신 신고자와 연락도 되지 않고 정확한 위치도 파악되지 않아 구급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 출동을 함께 한 소방관들도 단순 주취자에 대한 병원이송과 처리 문제로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켜보니 공감이 갔다. 특히 구급활동에 있어 정확한 위치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시민들은 119에 신고할 때 본인의 위치를 가급적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 신속한 구조구급이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
 
 현장에서 함께한 소방관의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진압 헬멧 등의 기본적인 안전 장구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던 것이 가슴 아팠다. 착용 무게를 물어보니 무려 25㎏에 달한다고 했다. 기본 장비 착용만으로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소방관은 수시로 이런 복장으로 출동하니 현장 활동이 얼마나 힘들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기호흡기를 착용해 보니 시야가 제한되어 앞이 잘 안 보이는데 재난현장에서는 화재 진압하고 인명 구조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클까 걱정도 커졌다.
 
고층건물 화재진압용 고가사다리차에 탑승해서 35m 지점까지 올라가자 바람의 영향으로 사다리차 작동이 매우 어려웠다. 고소공포로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늘 이런 위험에 직면한 소방관의 고충을 실감할 수 있었다. 30층 이상 고층 건물이 늘어나면서 초고층용 고가사다리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원활한 현장대응을 위해 더 많은 기술 장비 개발과 반복훈련 등 현장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에서는 실·국·과장 전원이 오는 5월 말까지 소방서 현장체험을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장밀착형 국민안전 정책을 발굴하고 일선 재난현장 대응체계의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재난상황관리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번 소방서 체험의 성과를 분석해서 체험기관을 경찰서, 해양경찰서, 지방자치단체 재난대응부서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소방관을 포함한 재난현장 대응기관에 근무하는 분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 지원, 근무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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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