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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삼엄한 감시 속 벚꽃놀이도…美심장부 북 외교관이 사는 법

[특파원 리포트]미국의 심장 뉴욕의 북한대표부와 주거지 르포
 
 1991년 9월 18일 남ㆍ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북한은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적국의 심장인 뉴욕에 외교관을 상주시켜야 하는데 뉴욕의 부동산 임대료와 물가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싸기 때문이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사무실은 맨해튼 2번 애비뉴와 44~45가 사이 건물 13층에 입주했다. 매년 10명 정도의 북 외교관이 가족과 함께 머물 공간으로는 맨해튼 내에서 렌트비가 가장 저렴한 편인 루스벨트 아일랜드내 아파트로 정해졌다. 이스트리버 건너편인 만큼 보안은 확실했다.
 
그렇게 27년이 흘렀지만 북한 대표부와 루스벨트 아일랜드내 숙소는 여전하다. 북 외교관들의 옷차림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대표부는 그동안 미국 정부와 소통하는 공식 창구 역할을 하며 ‘뉴욕 채널’로 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북·미대화를 한달여 앞둔 요즘 북한대표부는 정중동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엔을 비롯한 바깥 활동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트위터를 분석하고, 워싱턴 정가 분위기를 평양에 전달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대화가 성사되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은 편이다. 최근 마차오쉬(馬朝旭)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주재하는 만찬 행사에 우연히 조태열 대사와 자성남 북한 대사가 입구에서 만나 함께 들어서자 여러나라 대사들이 “보기 좋다”며 박수를 보냈다. 조 대사도 자 대사에게 “이제 인사는 하고 지냅시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외교관들이 바깥에서 남한 사람을 만날 때면 침묵으로 일관한다. 지난 23일 대표부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 퇴근하는 김인룡 차석대사를 만났다.  “북미대화 어떻게 준비중이냐”“미국인 인질 세 명 석방하는 거 맞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닫았다. 항상 2인1조 또는 3인1조로 다니는 북한 외교관들은 “자 대사님 지금 안 계십니다”는 말만 남기고 구형 포드 승합차를 타고 가버렸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13층 사무실 정문. [중앙포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13층 사무실 정문. [중앙포토]

다음날 아침 적당히 둘러대고 1층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13층으로 향했다. 북한대표부 정문에 달린 초인종을 두 차례 눌렀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출입문 바깥으로 폐쇄회로TV(CCTV)가 달려있어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는 구조다.  
 
8년 전 이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뉴욕 교민 L씨는 “최근에도 들러봤지만 예전처럼 짝이 안맞는 싸구려 가구에, 외교관 부인들이 비서 역할을 하는 등 달라진 게 없었다”고 전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실내의 8년전 모습. 오른쪽은 류태영 목사(전 재미동포전국연합회장).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실내의 8년전 모습. 오른쪽은 류태영 목사(전 재미동포전국연합회장).

 
한 친북인사에 따르면 이 사무실에서 적게는 9명, 많을 때는 11명의 외교관이 근무해왔다. 자 대사와 김 차석대사는 자가용으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함께 승합차로 출ㆍ퇴근한다. 북한대표부에서 숙소가 있는 루스벨트 아일랜드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소요된다.
 
루스벨트 아일랜드는 맨해튼과 이스트리버를 사이에 두면서 지하철과 케이블카, 다리로 연결돼 있는 특이한 곳이다. 원래 교도소와 병원이 들어서있다가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4일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관광객들이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루스벨트 아일랜드내 아파트를 나타내는 위성사진. 차량으로 파란선을 따라가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구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루스벨트 아일랜드내 아파트를 나타내는 위성사진. 차량으로 파란선을 따라가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구글]

북한 외교관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는 지하철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있는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빌딩 관리 관계자는 “1베드룸(방1+거실)이 2000달러(약 215만원), 3베드룸이 6000달러(약 650만원) 수준의 월세가 형성돼 있다”면서 “북한 외교관 대부분은 1∼2 베드룸에 살고있다”고 귀띔했다.
 
하교시간 아이를 만나 집으로 데려가던 일본인 여성은 "한국 학생들이 있기는 한데 북한 학생인지는 잘 모른다"면서 "솔직히 이 동네는 다국적 주민이 많아 국적을 물어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을 넘기자 아파트 인근은 인기척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낮밤이 따로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맨해튼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북한은 미국의 적국인 만큼 외교관들은 연방수사국(FBI)의 철저한 감시를 받으면서 생활한다. 감시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호를 받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이들이 기거하는 아파트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경비원들이 전광석화처럼 나타나 제지했다. 이 경비원은 "미안하지만 이 건물에는 들어오지 못한다. 촬영할 수 없다"고 출입 자체를 막았다. 밤시간대 통행을 자제하는 북 외교관들은 일요일마다 아파트앞 축구장에서 조기축구회 활동을 한다고 인근 주민이 말했다.
 
먹거리 쇼핑은 인근 플러싱 쪽의 한인마트를 이용한다. 같은 음식재료를 싸게 많이 사서 북 외교관 가가호호 나누는 게 일상이다.  때때로 뉴저지주 한인마트까지 가서 쇼핑하고 보신탕과 유사한 흑염소탕을 파는 한인식당을 단체로 찾기도 한다. 
 
북한 외교관들은 본국에 자식 한 명을 놔두고 오는 게 관례이다. 영국 대사로 일하다 2014년 부임한 자성남 대사의 경우도 장성한 자제를 북한에 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북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소속 리준무씨는 “아이들이 자본주의식 교육에 꽤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며 “제법 성장한 아이들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간혹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륵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고 있는 리씨는 지난 21일 맨해튼내 머킨 콘서트홀에서 태양절경축음악회를 열었다. 연례행사다. 450석 규모의 콘서트홀에 자 대사를 포함한 외교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콘서트홀 측이 테러에 대비해 삼엄한 검문검색을 진행했다.
 
지난 21일 뉴욕 맨해튼 머킨 콘서트홀에서 열린 태양절경축음악회 모습. 리준무씨가 우륵심포니오케스트의 지휘를 맡았다. [리준무씨 제공]

지난 21일 뉴욕 맨해튼 머킨 콘서트홀에서 열린 태양절경축음악회 모습. 리준무씨가 우륵심포니오케스트의 지휘를 맡았다. [리준무씨 제공]

이들 외교관들은 북한 내에서 출신 성분이 남다르지만 뉴욕에선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친북인사가 전했다. 외교관 월급이 500∼1000달러 정도인데, 이 정도로는 뉴욕에서 3∼4식구 먹고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인사는 "때문에 가끔 친북인사들의 초청 모임에 나가 500∼1000달러씩 용돈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안된다"고 말했다. 용돈을 주는 친북 인사들은 뉴욕 일대에서 부동산이나 사업으로 성공한 1세대가 대부분이다. 
 
북 외교관 가족이 몸이 안 좋거나 이가 아플 경우 북한에 연고가 있는 뉴욕·뉴저지 일대 한인 병원 두어 곳이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다.
북 외교관 가족의 이를 치료한 적이 있다는 K씨는 "그들의 치아 상태가 남한 중산층보다는 못했지만 치료못할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후진국형 치아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 외교관은 반경 25마일(40㎞) 밖으로 나갈 수 가 없다. 미 국무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나갈 수 있다. 친북인사들의 도움으로 워싱턴 벚꽃놀이, 펜실베이니아주 포코노에서의 바비큐 파티 등을 단체로 다녀오기도 했다.
 
한 외교관은 친북 인사에게 “성공적인 미ㆍ북회담으로 일단 워싱턴에 대표부가 설치돼서 다니는데 불편함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희망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북 외교관들과 교류가 많은 친북인사들은 최근 북·미 대화 흐름에 대해 한결같이 “북한의 최신형 핵폭탄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겁먹고 대화에 응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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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