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484bf0f9-10fb-443c-b33b-0dbd77e7870c.jpg)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561a16db-fe90-45ae-8260-0cb20c6715eb.jpg)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처럼 현생 인류는 침략과 정복의 토대 위에서 시작됐습니다. 문명이 태동한 후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 최고의 전쟁 ‘트로이’를 다뤘습니다.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등 수많은 영웅이 등장하죠. 이후 역사책을 장식한 대부분의 내용도 전쟁과 제국의 역사입니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진의 시황제, 몽골의 칭기즈칸 등 오늘날 위인으로 칭송받는 이들의 상당수가 누군가에겐 영웅이지만, 다른 한편에선 침략자였습니다.
![일리아스에 나온 전쟁 이야기를 다룬 영화 '트로이'. [영화 트로이]](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1d51ab7d-406a-40c3-b694-263b86730951.jpg)
일리아스에 나온 전쟁 이야기를 다룬 영화 '트로이'. [영화 트로이]
이것이 가능한 것은 조만간 다가올 ‘특이점(singularity)’ 때문입니다. 원래 물리학 이론인 특이점은 부피는 0이 되고 밀도는 무한대로 커져 블랙홀이 되는 순간을 뜻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구글 기술책임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는 책에서 처음 정리한 개념입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특이점이 2045년 전후에 올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미래 ‘인간 vs 로봇’ 전쟁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오늘 ‘인간혁명’은 SF ‘미드’의 수작으로 불리는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이야기로 특이점 이후의 시대를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잠시 미지의 먼 우주 공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시죠.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6a60eb0d-3fb4-4da7-a82b-bdec72108e2a.jpg)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
사일런은 인간보다 월등한 사고와 신체 능력을 갖고 있었죠. 전쟁에서 강력한 공세를 펼치는 사이런을 인간은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엔 그들이 살고 있던 모든 행성에 수소폭탄이 떨어져 멸종하게 됩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오래된 구식 전함인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그 안에 타고 있던 5만명의 사람들뿐이었습니다.
나중에 드라마는 우주 어딘가에 인간의 원조 행성 ‘지구’가 있다는 전설을 따라 탐험을 떠납니다. 그러다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가진 한 원시 행성에 도착하죠. 이 곳엔 원주민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제대로 된 언어도 없이 초기 부족사회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c6b39f24-2811-4efd-98d9-9a84cbcdc508.jpg)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
영화는 15만 년 전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인간이 살고 있었고, 이들이 로봇과의 전쟁에서 패해 지구로 오게 됐다는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주민의 문명을 발전시켰고, 그 결과 현재와 같은 과학문명을 이루게 됐죠.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과거 사일런 때문에 지구로 쫓겨 왔던 인간의 후손들이 다시 그와 같은 AI를 만들려고 한다는 겁니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3cfbffb0-6995-42ec-8295-85725c9e91f7.jpg)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인간과 로봇의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미국 Syfy 채널]
문제는 인간이 만드는 AI도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겁니다. AI는 잘 짜인 알고리즘입니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죠.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서로 다른 해법을 갖습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든 가장 정확하고 빠른 해법이 존재하죠. 같은 문제라도 어느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효율성이 달라집니다. 알고리즘은 다양한 해법 중 가성비가 가장 높은 최적의 경로를 찾도록 설계돼 있고요.
![진화생물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19/8b7c356b-8744-49ca-a3e6-bef28f5b141f.jpg)
진화생물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중앙포토]
그러나 여기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기본 패턴을 좇아 콘텐트를 추천하기 때문에 평소에 자신이 가진 취향과 생각만 더욱 강화되는 거죠. 이는 장기적으로 개인의 주관과 인식을 왜곡시켜 보편적인 것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기 것만 옳다고 여기며 자신과 다른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는 올바른 사고의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엔 나와 타인을 분리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죠.
조슈아 그린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옳고 그름’에서 인간이 벌이는 전쟁의 원인이 자기 확신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들’과 다른 ‘우리’가 강조되고, 우리의 도덕적 가치와 철학을 확신할수록 ‘그들’을 억압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상대를 억압하고 통제하려 들 때 ‘제3의 침팬지’가 가진 폭력성이 극대화 됩니다. 즉,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폭력성은 지나친 자기 확신과 이를 통한 구분 짓기에서 비롯되는 이야기입니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미래의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합리적 이성과 도덕적 가치, 그 안에서 파생된 제도와 문화의 힘이 어두운 본성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전쟁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나와 남을 구분 짓고 편을 가르는 ‘자기 확신’부터 근절해야겠죠.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앞서 지적한 알고리즘의 문제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죠.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들을 보면 인간의 교양과 지혜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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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대석학 움베르트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신념만 옳다고 믿는 독선이 ‘악’보다 위험하다는 이야기였죠. 독선은 선을 가장해(위선) 다가오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악에 물들입니다.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장미의이름’. 작품 속엔 중세의 몰락과 르네상스의 시작이 담겨 있다.
남북의 정상과 그들을 응원하는 양측의 국민 모두 이런 마음을 가져야만, 우리를 둘러싼 여러 강대국의 이권 다툼 속에서도 한반도의 밝은 내일을 약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과 로봇’, ‘인간과 인간’의 평화는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그 원리는 같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홈페이지(http://news.joins.com/issueseries/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