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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수술 권할 때 생각해봐야 할 것들

기자
유재욱 사진 유재욱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17)
오늘 연주곡은 베토벤의 ‘감사의 노래’(현악 4중주 15번 3악장)다. 베토벤은 일생 총 16곡의 현악 4중주곡을 작곡했다. 이 곡들은 클래식 음악의 극치를 보여주는 명작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77년 발사돼 지금도 63억 마일 이상 우주여행 중인 ‘보이저 2호’ 안에는 혹시 만날 수 있는 우주인에게 들려줄 지구의 음악이 금으로 코팅된 동판 레코드판에 저장되어 있는데, 그중 한 곡이 베토벤 현악 4중주곡 중에서 채택될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감사의 노래’는 베토벤이 만든 16곡의 현악 4중주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악장으로 꼽힌다. 
 
이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병에 걸려 요양 중이었고, 병에서 회복한 후 신께 감사드리는 노래로 이곡을 작곡했다. 3악장의 서두에는 ‘Heiliger  Dankgesang  eines  Genesenen an die Gottheit, in der lydischen  Tonart [건강을 회복한 자가 신에게 감사하는 신성한 노래, 리디안 선법을 따름]’이라는 표제가 붙어있다. 경건하고 숭고한 느낌으로 흐르던 선율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된 벅찬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오늘의 환자는 바로 나다. ‘나도 똑같이 거기가 아파요’라고 말하면 환자의 반응은 항상 똑같다. “아니 의사 선생님이 아프면 어떻게 하나요?”
 
예전에 ‘선생님이 화장실 가는 것’을 신기해하듯이 의사가 아픈 것도 환자가 보기에는 신기한가 보다. 하지만 의사도 아프다. 게다가 나는 민망스럽게도 어깨, 무릎이 아프다. 나의 주요 진료 분야가 허리, 어깨 무릎인데 그곳이 아프다고 하면 환자는 “무슨 의사가 자기 몸도 하나 못 고쳐?” 하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아프기 때문에 환자의 불편함을 더 잘 공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술하자니 '현실'의 무게가
어깨통증. [사진 freepik]

어깨통증. [사진 freepik]

 
어깨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오른쪽 어깨관절은 지난 20년간 세 번이나 크게 다쳤다. 8년 전엔 어깨가 탈구(어깨관절이 빠진)됐다. 산에서 미끄러지면서 안 넘어지려고 나뭇가지를 움켜쥐었더니 어깨가 덜걱하고 빠져버렸다. 꼼짝도 못 하고 누워있는데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도와줄 사람이 없어 한참이나 누워 있다가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빠진 어깨를 다시 맞추고 산에서 내려왔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관절낭과 힘줄이 심하게 손상돼서 수술해야 할 정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수술하게 되면 재활 기간을 합쳐 족히 6개월 정도는 어깨를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나처럼 주사 놓고, 환자를 눕혀놓고 교정해야 하는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수가 없다. 결국 6개월 가까이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영업을 해본 사람을 알겠지만, 6개월을 문 닫고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는 별로 없다. 병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임대료를 안낼 수도 없고, 직원 월급을 안 줄 수도 없다.
 
환자를 볼 때도 항상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다. 의학적으로는 분명히 수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경우다. 어떤 환자분은 오랫동안 운영하는 가게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이고, 또 어떤 분은 딸이 이번 가을에 결혼하니 그때까지는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심지어는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의학적 판단’과 ‘현실적 판단’의 괴리이다. 이럴 때마다 참 고민스럽다.


유재욱의 한마디
수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의사로부터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몇 가지를 고려해보자.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 몇 가지를 고려해보자. [사진 Freepik]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 몇 가지를 고려해보자. [사진 Freepik]

 
1. 수술 적응증에 대한 해석 차이 존재
수술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학 서적에는 수술의 적응증(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고, 의사도 신중하게 결정한다. 다만 그것을 해석하는 의사마다 견해의 차이는 존재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는 수술하는 의사와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의 견해를 모두 들어보고 참고하는 것이 좋다.
 
2. 꼭 수술해야 하는 경우
재활의학과 분야에서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경우는 근육에 힘이 빠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다. 팔이 안 올라가거나, 발목이 마비돼서 다리를 절게 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자칫 수술 시기를 놓치면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근육에 힘이 빠지지 않고, 통증만 있다면 증상이 심하다 할지라도 수술의 절대적인 적응증은 아니다.
 
3. 수술하면 완치된다?
많은 환자가 ‘수술하면 완치되나요?’ 하고 묻는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수술을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비수술적인 치료방법에 비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수술은 확률적인 성공률의 차이이지 완치를 담보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수술로 나의 증상이나 기능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는지를 반드시 물어보고 손익을 따져 보아야 한다.
 
4. 환자의 생활패턴도 따져야
예를 들어 회전근개 힘줄이 완전히 파열됐다 해도 환자의 나이가 많고 간단한 일상생활만 할 생각이라면 수술을 미룰 수 있다. 이런 경우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통증을 개선하고 조심조심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같은 나이의 환자라 할지라도 생활패턴이 활동적이고 무거운 것을 자주 들어야 하거나, 골프를 자주 친다면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낫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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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