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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속도가 중요, 자주 만나자” 김정은 “이제 시작, 빙산의 일각”

[2018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 평화의집 대화록
27일 오전 9시28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4초간 첫 악수를 나눴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Military Demarcation Line)을 사이에 둔 역사적 만남이었다. 두 정상은 바로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해 의장대 사열을 받고 9시44분부터 회담 테이블이 마련된 ‘평화의집’에서 환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방명록에 쓴 글. ‘2018. 4. 27’에서 7의 필기법이 남북한이 아닌 서구식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상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방명록에 쓴 글. ‘2018. 4. 27’에서 7의 필기법이 남북한이 아닌 서구식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상선 기자]

두 정상은 100분간 회담했다. 100분 회담 뒤 오후에 ‘판문점 선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해 수시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우리가 오늘 수표한 이 합의가 역대 북남 합의서들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비공개 100분 회담을 제외한 두 정상의 평화의집 대화록.
 
◆1층 환담장(오전 9시44분~10시12분)
 
▶김=“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문=“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줘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
 
▶김=“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오면서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
 
▶문=“도로변에 많은 주민이 환송해 줬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김=“문 대통령이 오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
 
▶문=“(배석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 아주 스타가 됐다(좌중 폭소. 김 부부장은 얼굴이 빨개짐).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가 시작한 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김=“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
 
▶문=“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김=“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문=“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층 회담장 인사말(오전 10시15~20분)
 
▶김=“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 200m를 걸어왔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 분리선도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서 여기,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왔다.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가면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지 않겠나. 평화·번영, 북남관계가, 정말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기에 왔다. 오늘 저녁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멀리 온, 멀다 말하면 안 되갔구나(웃음).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좋은 이야기,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앞에도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드린다.”
 
▶문=“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다. 이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산실이 됐다. 오늘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세계 모든 사람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100분 회담 뒤 발언(오전 11시 54~55분)
 
▶문=“아주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아주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선물이 될 것 같다.”
 
▶김=“이제 시작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된 게 기대했던 분들에게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판문점 선언’ 서명 뒤(오후 6시 2~13분)
 
▶문=“오늘 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 북측이 먼저 취한 핵 동결 조치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다.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합의다.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담하게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통 큰 합의에 동의한 김 위원장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김 위원장과 함께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오늘 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민족 공동번영, 통일의 길로 향하는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를 세웠다.”
 
▶김=“오늘 저와 문재인 대통령은 분열의 비극과 통일의 열망이 응결돼 있는 이곳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책임감과 사명감을 안고 첫 회담을 가졌다. 오늘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지금 우리 회담 결과를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고 있는 여러분들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새 희망과 기쁨을 주게 되기를 바란다.”
 
판문점=공동취재단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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