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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김정은 비핵화 육성 있다” … 디테일은 북·미회담으로

[2018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분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실상 전 세계로 중계되는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실상 전 세계로 중계되는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선 기자]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공동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정상회담 전부터 비핵화를 최우선 의제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공동선언에서 독립된 부분으로 다루지 않고 평화체제 부분에 포함시켰다. 순서도 거의 말미에 배치됐다. 내용은 네 가지다.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북한 지도자가 직접 서명한 문서에 비핵화 의지가 담긴 것은 처음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은 남북 총리가 서명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남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만 돼 있다. 남북 정상 공동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와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취할 조치는 선언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목표를 확인했을 뿐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명시적으로 핵을 포기한다거나 ‘핵무기의 개발, 생산, 배치,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비핵화 선언에 해당하는 약속이 없다.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북한의 진정성을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7일 판문점 공동선언문 서명 후 포옹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27일 판문점 공동선언문 서명 후 포옹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각기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는 부분은 더 모호하다. 북핵 폐기가 목표인데, 한국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 과정에 따라 우리가 취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요구해 온 체제 안전보장, 군사적 위협 제거 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북한이 2016년 7월 발표한 비핵화 5대 조건, 즉 핵우산이나 주한미군 등도 연계될 수 있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선언상의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 조치들’은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사항으로 보인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마치 그게 전부인 것처럼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표현은 다소 과했다. 초기 조치로서 의미 있었다는 정도였으면 적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5~6월 중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길잡이’ 성격으로 봤을 때 판문점 선언상의 비핵화 합의는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넘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문 대통령은 다음달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조치 이행 약속은 없었지만,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의) 육성이 있지만, 그것은 별도 기회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데 주목했으면 좋겠고,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번 남북 간 합의는 선언적인 차원이고 북·미 회담에서 제대로 된 합의를 이루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박수를 받도록 공을 넘긴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김정은이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 국면, 지금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입장은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본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이번처럼 두루뭉술한 입장을 보인다면 핵 관련 합의는 도출되기 어렵다. 미국은 ▶당장의 이행 조치로서 ICBM 능력 제거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 공개 ▶사찰 등 검증 등에 대한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입장을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완료하는 시한도 정할 수 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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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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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