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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종전 선언, 군축 … 긴장완화 조치는 11년 전 데자뷔

[2018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분석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앞서 이명수 북한군 총참모장( 왼쪽)도 거수경례를 했다. [방송화면 캡처]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이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앞서 이명수 북한군 총참모장( 왼쪽)도 거수경례를 했다. [방송화면 캡처]

남북 정상이 27일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 상황을 종식시키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내용이 두루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선언한 합의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구체적인 긴장완화 조치였다.
 
이는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공동선언에 이미 언급된 사항들이었다. 10·4 공동선언 제3항에는 ‘남과 북은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했다’는 문구도 담겼다. 하지만 이후 남북 간의 거듭된 갈등과 군사 충돌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약속하며 다시 주목받게 됐다. 여기에 ‘단계적 군축 실현’이란 문구가 이번 합의에 추가되면서 한 단계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실제로 2007년 정상회담 때도 비무장지대(DMZ) 내에서의 재래식 무기 군축을 공동선언에 담으려 했지만 무산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선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한반도는 비정상적인 휴전(정전) 상태다. 전쟁이 일시 중지된 것이지 완전히 종료된 상황이 아니며,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다시는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치·군사적 조치를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북이 당장 추진키로 합의한 게 종전 선언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 정상은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선포하는 종전 선언을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전쟁에 대해 종전 선언을 하려면 전쟁을 수행한 실질적인 당사자가 모두 참여해야 법적 의미와 효력을 갖는다.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 11일 독일과 연합군이 파리 북동쪽 콩피에뉴숲에 정차된 열차에서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일단 중지됐다. 이어 이듬해 6월 파리 베르사유조약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전쟁 당사자인 남북과 미국·중국의 한반도 종전 선언은 베르사유조약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은 종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체제 보장을 위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평화협정은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가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실질적인 군사 위협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종전 선언을 서두를 경우 자칫 우리의 전쟁 수행 체제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종전 선언이 이뤄지면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사의 존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엔사가 해체되면 요코다 공군기지 등 주일 미군기지 7곳을 후방기지로 활용할 수도 없게 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와의 연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는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미연합사는 자동으로 해체된다. 유엔사와 함께 한미연합사마저 해체될 경우 한·미 전쟁수행 능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북이 합의한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방안 중 당장 추진할 사안은 전방에 설치된 확성기 철거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다. 이날 남북 정상도 다음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했다. 남북은 이를 위해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해 군사당국자 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하고 우선 다음달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여전한 상태에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 경우 자칫 전방에 배치된 우리 병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DMZ 안에 우리의 GP(전방초소)와 같은 민경초소와 민경대대를 배치해 두고 있다. 남측은 군사분계선(MDL) 2㎞ 남쪽의 남방한계선을 따라 전방 철책을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군은 이런 철책을 DMZ 안에 설치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선 DMZ 안에 있는 북한군 병력이 완전히 철수한 뒤 DMZ 북방한계선을 따라 철책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는 상당한 기간과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데 북한이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를 보장하는 것도 오래 묵은 숙제다. 남북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 뒤이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서해 연평도와 소청도 사이에 완충수역을 설정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만드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안전성 확보 문제로 합의엔 실패했다. 앞으로도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남북이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대목도 눈에 띈다. 단계적 군축은 군사적 신뢰 구축→운용적 군비 통제→구조적 군비 통제 등의 흐름으로 진행되게 된다. 군사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에서 시작해 DMZ 내 GP 철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서로 취한 뒤 무기·병력 감축이란 구조적 군축 단계로 나아가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또한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군축이 필수적이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서로의 신뢰가 유지돼야 가능하다. 조건과 시기도 문제다. 북한이 한국군의 2배에 가까운 120만 명의 병력과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어떤 방식으로 군사적 균형을 유지한 채 군축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냐도 숙제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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