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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말·표정 아닌 앞으로 어떤 행동 취하는지가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오른쪽은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오른쪽은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김상선 기자]

연락사무소 설치 … 평화협정도 진전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수확은 풍성하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겠다. 핵심 의제의 하나인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확인했다. 원칙적 입장 표명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으로 패스하기에 충분할 만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 구상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큰 걸음이다. 육·해·공에서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중무장지대가 돼버린 DMZ(비무장지대)의 재비무장화를 위한 적극 협력 약속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사건이다. 실질적으로는 북한 주재 한국대사관 설치나 마찬가지다.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활발한 남북 접촉을 위한 전진기지의 성격이다.
 
두 정상의 시종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가 생산적인 회담 결과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더는 국가안보회의(NSC)를 여느라 새벽잠을 설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핵·경제 병진에서 핵·미사일을 내려놓고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의 확인이다. 김 위원장은 초청만 해주면 언제든지 청와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수시 정상회담으로 합의를 이행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답방이 그 실천이다. 상징성도 넘쳤다. 두 정상은 정치·군사 분계선에 평화의 나무를 심었다. 주변에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채우고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을 부었다. 남북 합수·합토를 통한 평화의 약속이다.
 
합의사항의 이행을 전제로 하면 문 대통령의 말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분계선 월경은 분단의 상징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으로 바뀔 드문 기회를 제공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세트로 열린다. 트럼프의 빅뱅이든, 김정은의 단숨 도약이든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법·조건·시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핵심 의제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이 필수적이다.
 
김정은은 방명록에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다. 평화의 첫걸음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걸 김 위원장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도보다리’ 오해 없게 미국에 충분히 설명을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비공개 내용이 있을 순 있지만 비핵화와 관련된 공동선언문 내용은 다소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두 가지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가능성은 역시 비핵화는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의 문제라는 점을 재확인했을 수 있다. 어차피 미국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은 북·미 회담을 앞두고 연결고리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보통 수준일 것이라고 본다. 향후 한·미 간의 협의가 긴요한 이유다.
 
올해 중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추진은 비핵화와 연동돼 있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대로 한국이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라고 해석된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이 있을 경우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10·4 선언 이행 차원에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추진키로 했는데 과거와 같이 한국이 각종 자재 등을 유·무상으로 지원할 경우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상황은 2007년 10·4 선언 당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방문은 남북 셔틀외교의 시작을 의미한다. 남북이 판문점 정상회담을 합의할 당시 이미 패키지로 가을 답방을 합의했을 것이라고 본다. 5~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북·미 간 갈등 요소를 향후 한국이 중재할 수 있는 채널을 미리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배석자와 기록 없이 정상 간 단독으로 진행된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공개할 순 없겠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원칙적·선언적 수준 … 비핵화 언급 아쉬워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전체적으로 이번 판문점 공동선언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2000년 6·15 선언, 20007년 10·4 선언의 내용을 골고루 합쳐놓은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11년 만의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의 엄중한 정세와 선언문의 내용에 균형이 다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원칙적·선언적인 내용만 담긴 것이 아쉽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확인한다’는 것은 진전된 내용이 아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확실하게 약속하는 수준은 됐어야 했다. 과거 비핵화가 남북 공동의 목표가 아닌 적이 없었다. 역시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협상할 사안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 결과를 미국이 관심있게 지켜봤을 텐데 공개되지 않은 내용을 제외하고 선언문만으로는 비핵화와 관련해 설득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입장에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유감이다. 과거 북한은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두 번이나 우리 측 인력을 강제 추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인 개성이 아니라 서울과 평양에 각각 설치하거나 판문점에 설치하기로 했다면 상호주의를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무소 개설 이전에 이번에는 상황변화에 따른 일방적 추방은 없을 것이라는 북한의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도보다리 ‘44분 회담’은 남북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입장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순안공항을 출발해 40분 동안 단둘이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둘러싸고 이후 상당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향후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수준의 내용 공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도보다리 회담은 인상적이었지만 과거 남북 회담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벤트나 에피소드가 남북관계를 결정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이나 발언이 아니라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가 중요하다.
 
북, NLL 인정해야 서해 평화수역 가능
정승조 전 합참의장

정승조 전 합참의장

정승조 전 합참의장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한다. 남북 최고 지도자들이 만나 대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향후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보면 선언문 내용을 100% 신뢰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다. 그동안 북한은 해상 분계선을 지금보다 훨씬 남쪽에 설치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런 북한의 주장에 말려드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도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측 군사훈련을 빌미 삼아 포격을 가해 온 것이다. 그 때문에 공동 어로 활동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NLL이 상호간의 경계선임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남북은 올해 안에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이 평화를 지킬 의지가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북한이 정말 의지가 있는지 먼저 평가받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비핵화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도 중요하다. 평화협정 문제는 남북 문제인 동시에 국제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한을 정해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 조건을 설정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다’고 한 대목도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이며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비핵화 약속을 이행했다. 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부터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는 북한이 핵 능력이 없던 시절 주한미군의 핵 능력을 제거하려는 의도였다. 자칫 주한미군의 능력을 제한하라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한·미동맹이 약화돼선 안 된다.
 
선언문에서 합의한 국방장관 회담을 포함한 군사당국자 회담이 그래서 중요하다. 구체적인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정리=차세현·박성훈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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