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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이렇게 본다..외교안보전문가들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합의한 것을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이행 내용은 다뤄지지 않아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선언은 “2000년의 6ㆍ15선언과 2007년 10ㆍ4 선언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시각.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를 언급한 것에 서명했다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자신들의 구체적 이행사항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전략적 이익을 유지하면서도 북ㆍ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정교한 합의문이다. 기타사항은 10ㆍ4  합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가장 중요한 비핵화가 모호하다. 3조4항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돼 있는데, ‘공동의 목표를 실천하겠다’로 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알 수 없다.  
 
또 민족공조와 평화협정을 강조했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은이 주한미군 철수 안 해도 된다는 취지로 얘기했지만 민족공조와 평화협정의 교집합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다. 이를 한국에 요구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1조 6항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라고 했는데 10ㆍ4선언에 합의된 공동 광산개발 등 경협사업은 주로 남쪽이 돈을 대는 것이다. 엄청난 퍼주기가 될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남북정상회담은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한 길잡이라고들 하는데, 비핵화에 관한 한 남북정상회담에선 선언이라고만 생각하고 결론은 북ㆍ미 회담에서 내야 한다. (비핵화) 일정이라든지, 두 단계로 할 건지 세 단계로 할 건지 등은 북ㆍ미회담, 평화협정과 삼위일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김정은이 '잃어버린 11년'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특히 주목한다. 앞으로 합의를 하면 자신은 반드시 밝히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봤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10ㆍ4 선언, 6ㆍ15 선언의 연장선이었다.  
 
 
 
남북이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원했던 체제 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 제거와 연결되는 맥락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2016년7월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제시했던 비핵화 5대 조건에서 요구했던 미국의 핵 전략자산 전개 등과도 연결되는 내용일 수 있다. 북한은 이렇게 자신들이 미래에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합의문에 만들어놓곤 한다. 핵우산, 주한미군 등이 다 연계될 수 있는 문제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를 위해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평화협정 문제에서 북한으로부터 당사자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북ㆍ미 정상회담으로의 연결고리였다는 성격으로 본다면 큰 문제는 없었다. 기존의 제재 틀 내에서 할 수 있는 범위의 협력을 언급했다.
 
걱정되는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만나고 온 뒤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완전한 북핵 폐기보다는 미국의 긴급 현안인 ICBM 및 핵무기 이전 문제에서 큰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폼페이오도 청문회에서 북ㆍ미 회담의 목적을 '미 본토에 대한 위협 제거'라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

 
예상했던 대로 비핵화 부분이 상당히 추상적으로 담겼다. 북ㆍ미 정상회담에 공을 넘긴 것 같고,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진전이 된 것 같다. 평화체제 전환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앞으로 있을 북ㆍ미 정상회담까지 합쳐서 봐야 한다. 평화 체제 전환은 터널의 끝에 있어야지 그걸 해버리고 나면 비핵화는 언제 할 것이냐.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판문점 선언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비핵화 관련 내용이 독립적인 부분으로 다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것이 곧 비핵화 의지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ㆍ4 선언 상 합의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데, 남북 간 합의가 일회성이 아니라 정부가 바뀌어도 승계될 수 있고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교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한반도를 열어갈 준비라는 것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 조치를 전제로 한 것인데 그런 것이 없다. 북한이 정말 전략적 결단을 내려 생각을 바꾼 것인지, 또다시 우리를 속이려는 것인지 의견이 나뉘는데 후자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면 비핵화 언급이 더욱 구체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오늘의 합의는 선언적인 차원이고, 북ㆍ미 회담에서 제대로 된 합의를 이루고 박수를 받도록 공을 넘긴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북ㆍ미 회담으로 가는 연결고리로서는 의미가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성이 강한데, 그런 부분들도 반영이 잘 돼 있다.  
  
선언문상 아쉬움은 다소 있지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봤을때 김정은이 의지를 갖고 접근하고 있다는 판단은 든다. 판을 깨지 않겠다는 입장은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남북관계의 전면 복원과 기존합의를 복원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본합의서에 포함돼 있는 불가침 합의가 되살아났다. 연락사무소도 거기서 출발했다. 6ㆍ15선언에 포함돼 있는 통일의 원칙과 방법, 10ㆍ4 선언에 있던 종전선언과 남북교류협력을 담았다.  
또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항구적인 평화체제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비핵화는 ‘완전한’이라는 걸 표현했다. 이는 CVID합의가 됐다는 의미다.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은 말 대 말의 공약이다. 실질적으로 행동 대 행동은 북ㆍ미로 넘어갈 수 밖에 없으니 우려했던 부분을 말 대 말로 해소했다.
앞으로 이행이 중요한데, 임기 초반에 합의가 이뤄졌으니 가능성이 커진 게 아닌가. 북한도 새로운 경제건설 노선을 얘기했기 때문에 그들 목표대로 가려면 비핵화나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는 나갈수가 없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기본적으로 판문점 선언은 6ㆍ15선언과 10ㆍ4선언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비핵화인데 원론적으로만 언급됐다. 선언문 서명후 김정은의 입에선 비핵화가 한 번도 안 나왔다. 북한 내부 정치를 의식한 듯 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비핵화를 여러번 언급했다.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신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평화정착, 교류협력으로 나간다면 국민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의 공이 넘어갔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인적, 물적 이동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 번영 이라는 청사진을 대내외에 밝힌 놀란만한 선언이다. 남북 간 교통망 연결뿐 아니라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의 추진까지 합의했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 운송시장의 지각변동까지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비핵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과 차별성을 부각하기 어렵다.  
연락사무소는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지 않고 개성에 합의했는데 이는 개성공단 안에 설치한다는 말이고, 사무소 설치를 계기로 결국 개성공단 재개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개념은 이번에 말했고 구체적인 논의는 북ㆍ미회담으로 넘어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분명 긍정적 면이 있다. 남북 정상이 자주 만나기로 한 점과 긴장완화에 노력한다는 점, 퍼포먼스와 이벤트는 아주 좋았다. 준비도 많이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비핵화에 대해 ‘공동의 목표 확인했다’‘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 등 모호한 표현들이 사용됐다. 핵없는 한반도는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북ㆍ미회담으로 숙제를 미뤘다.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합의가 안 됐으니 넘어갔을 수도 있다. 혹은 그 둘 다 일수도 있다.
북방한계선 평화수역화는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한다는 뜻인지 의문이 든다. 2007년 10ㆍ4 선언 이후 평화수역 경계를 갖고 논란이 있었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가 제일 중요한데 선언문을 보면 남북관계가 먼저고 비핵화는 13항 중 1개 항에 불과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인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들어준 것인지, 이행이 어떻게 될지,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결단을 할 지 등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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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