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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설렘과 꿈, 잊으셨나요

서울미술관 2018 기획전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가성비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 옷이 웨딩드레스다. 불과 2~3시간 이 옷을 걸치기 위해 신부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가. 나만의 디자인을 찾아 끝도 없이 손품 발품을 팔고, 당혹스러울만큼 비싼 대여료도 기꺼이 지불한다. 옷에 몸을 맞추는 극한의 다이어트 역시 필수다. 이 수 없는 비이성적 선택들이 포기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웨딩드레스란 그냥 옷이 아니라 꿈이요 환상, 낭만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심경보 작가의 ‘Clothes of the poor man’(2015), mixedmedia, installation

심경보 작가의 ‘Clothes of the poor man’(2015), mixedmedia, installation

 
서울미술관의 기획전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5월 1일~9월 16일)’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웨딩드레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한때 품었던 ‘꿈의 가치’를 환기시키자는 것이다. 드레스도, 결혼의 환상도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 그때의 설렘과 소망만큼은 마음 어느 한 켠에 남아있을 테니.
 
제 1 전시실부터 제 3전시실까지 약 2314㎡(700평) 규모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파트 ‘12명의 신부 이야기’는 12개의 방마다 웨딩 드레스 한 벌에 국내외 작가 작품들이 어우러지는 형식이다. 네자켓 에키시, 이명일, 아뜨리에 마지, 장지아 등 참가 작가만 26명이고, 작품 역시 회화부터 조각·일러스트·사진·영상까지 70여 점에 달한다.  
황 하이신 작가의 ‘Red Carpet Dream #5’(2017), Oil on canvas, 163x203cm

황 하이신 작가의 ‘Red Carpet Dream #5’(2017), Oil on canvas, 163x203cm

 
특히 각 드레스의 주인공이 소설·영화·대중가요 속에서 그려진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익숙하면서도 흥미롭다. 그들의 작품 속 캐릭터에 어울리는 의상과 작품이 함께 배치되는 식이다. 가령 영화 ‘건축학개론’의 서연을 모티브로 삼은 방은 서른 다섯 이혼의 상처가 있는 한 여인이 추억할 법한 웨딩드레스를 놓고, 그 옆으로는 설치작가 송영욱의 ‘이방인(Stranger)’를 짝지었다. 이 작품은 종이로 만든 나비들이 가득 달려 있는데, 마치 문이 열리는 순간 낯선 세계로 나아갈듯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며 드레스의 주인공 서연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크리스티나 마키바 작가의 ‘The Pink Heart’(2017), 캔버스에 디지털 출력, 178x142cm

크리스티나 마키바 작가의 ‘The Pink Heart’(2017), 캔버스에 디지털 출력, 178x142cm

 
또 다른 방에는 드레스가 바닥 한 켠에 널브러져 있다. 최은영의 단편소설 ‘당신의 평화’ 속 주인공 유진을 모티브로 한 공간이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에서 자란 30대 독신녀라면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살아가야 할 결혼에 이렇게 냉소적이지 않을까. 이 공간에는 대만 작가 황하이신의 회화 ‘레드 카펫 드림 #5’이 함께 한다. 화려한 색채와 유머러스한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인공적인 메이크업, 인위적으로 연출된 사진, 억지웃음으로 점철된 집합적 군상으로 풍자하며 결혼식이 하나의 쇼일뿐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안진우 큐레이터는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서 웨딩드레스를 끌어들여 현대 작품들을 흥미롭게 접하는 기회가 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성민우 작가의 ‘오이코스 부케II’(2017), 비단에 채색과 금분, 162.2×130.3㎝

성민우 작가의 ‘오이코스 부케II’(2017), 비단에 채색과 금분, 162.2×130.3㎝

그렇지만 이 전시가 꼭 패션을 수단으로만 이용했다고 볼 수도 없다. 두 번째 파트는 작지만 의미있는, 한국 최초 남성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의 추모전이다. “드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내 대표 디자이너이면서도 종종 우스꽝스럽게 희화화 됐던 이미지를 바꿔보려했다”는 게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의 이야기다. 실제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대표 디자이너로서 그가 생전에 아꼈던 웨딩드레스 컬렉션과 옷을 지을 때 썼던 스케치북·가위 등 소품들을 대거 등장했다. 공간 역시 ‘Show must go on by 앙드레 김’이라는 부제에 맞춰 런웨이처럼 마련됐다. 남녀 모델이 이마를 맞대며 사랑을 완성하는 앙드레 김 특유의 피날레를 다시금 연상시킨다.  
 
그는 생전 “의상에는 꿈과 환상이 있어야 해요. 왜 꼭 입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세요?” 반문하곤 했다. 이 패션 장인에게도 웨딩드레스는 신부와 다름없는 의미였다. 자신만의 판타지와 로맨티시즘을 구현하는 꿈 그 자체였던 것이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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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