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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에 가면 알 수 있다 … 설렁탕에 소면 넣는 이유

『노포의 장사법』
저자: 박찬일 출판사: 인플루엔셜 가격: 1만6800원

저자: 박찬일 출판사: 인플루엔셜 가격: 1만6800원

책은 5년 전 서울 흑석동의 한 돼지머릿집에서 기획됐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스러져간 노포(老鋪)를 기억하자는 취지였다. 서울 종로 피맛골에 있던 노포들이 한 몫 했다. 대형 빌딩이 들어서면서 길이 사라졌고, 수십 년 업력을 자랑하는 식당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저자 박찬일 셰프는 “그들의 위대한 장사 원칙과 업력의 비밀을 전수하자”며 사진작가 등과 도원결의했고, 전편 『백년식당』에 이어 두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무모한 결기로 시작했다는 프로젝트는 어느새 노포를 기록한다는 차원을 넘어, 장사의 원칙이자 성공 비결까지도 담게 됐다.  
 
소개된 식당의 평균 업력은 54년이다. 오래된 것의 사연은 길다. 노포의 기억 속에는 우리네 먹고 살던 이야기가 촘촘히 얽혀 있다. “음식은 칼로리가 아니라 인류사로 해석된다. 그 명확한 증거들이 바로 이 식당들이다. 이들은 격동의 시기를 특유의 집념으로 돌파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대전역 앞, 1961년 창업한 ‘신도칼국수’의 칼국수 한 그릇에도 우리 역사가 통째로 담겨 있다. 역전에서 냉면집을 하던 김상분 할머니(1926~1998)가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배불리 먹일 것을 고민하다 칼국수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사골과 멸치로 낸, 진한 육수의 칼국수를 하도 인심 좋게 담아줘서 유명해졌다는 집. 실제로 밀가루는 한국 전쟁 이후 곤궁했던 우리의 식탁을 구원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 밀가루가 들어오면서다. 저자에 따르면 한 때 정책적으로 분식을 밀어붙이면서 곰탕과 설렁탕집에서도 밀가루 국수를 25% 이상 추가해 팔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아직도 설렁탕에 소면을 넣는 집이 많은 이유다. 서울 다동 ‘부민옥’의 해물찜의 이름이 ‘부산찜’인 데도 창업주의 부산 피란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산에서 해물을 구할 수 있는 대로 넣고 만든 요리였다 하여 어느새 붙여진 이름이다.  
 
노포를 취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주방 문턱을 넘기 어렵다. 홍보가 필요 없는, 오래도록 장사 잘 되고 있는 집일수록 취재를 거부하기 일쑤다. 저자는 전 편을 쓰고 앓아누웠다고 한다. 왜 사람들이 이 일을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고도 한다. “상당수 식당이 찾아가면 간첩 취급이요, 전화 걸면 장사꾼 대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노력한 끝에 봉인해제를 시킨 식당이 여럿이다. 업력 80년의 소 갈빗집, 조선옥도 그 중 하나다.  
 
1937년 창업한 가게에서는 옛날식대로 가운데 뼈를 두고 양쪽으로 고기를 편다. 입사 60년 차 박중규 주방장(79)이 주방의 갈비구이 조리대에서 여전히 연탄불에 갈비를 굽는다. 저자가 꼽는 노포의 특징은 ‘직원의 정년이 없는 것’이다. 노장 직원이 달인 같은 솜씨로 식당을 단단히 받친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는 긴 세월이 응축되어 있다. 서울의 원조 호프집, 을지오비베어의 창업주 강효근 선생은 “나는 아침 10시에 열고 밤 10시에 닫는 걸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어. 그게 우리 가게였어”라고 전한다. 1980년 문 연 이 가게는 교대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지하철 역무원들을 위해 아침부터 생맥주를 팔아왔다. 그 꾸준함이 지금의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만들었다.  
 
책을 덮고 나면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퇴근길 을지로에 들러 노가리를 안주 삼아, 겨울에는 4도, 여름에는 2도가 최적이라는 생맥주 한잔을 할까. 주말에는 노포의 보고라는 인천에 가볼까. 우직하게 지켜온 그 맛을 어서 빨리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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