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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센터는 누구의 것인가

 
극장과 젠트리피케이션
연남동은 오랫동안 이모네 약국이 있던 동네다. 놀러 가면 이모는 늘 제일 비싼 드링크를 따 주셨다. 그 특별한 맛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 한적했던 골목이 세련된 카페와 핫한 음식점들로 채워지며 딴세상이 됐다. 터줏대감 이모네도 멀리 떠났다. ‘젠트리피케이션’. 건물주가 돈을 벌고 상권이 번영해도, 원주민들에겐 섭섭한 단어다. 다같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이 단어가 최근 연극계에도 등장했다. 지난 1월 서울예대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임대 종료를 통보하면서다. 1962년 동랑 유치진이 정부와 미국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운 ‘건축 원형이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인 이 건물은 현재 동랑의 직계 후손이 운영하는 서울예대 소유지만, 2009년부터 서울시가 임대, 서울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는 공공극장으로 활용해 왔다.  
 
내년 6월까지 방을 빼야 하는 연극계는 비상이 걸렸다. 중요 창작 기반인 공공극장이 사라질 위기에 연극인 비상대책회의 김재엽 연출은 이를 “역사적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표현했다. 지난 12일 연극인들은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 토론’을 열고 드라마센터의 공공재 환원을 공론화했다. 건립에 동랑의 사재가 더해졌지만 60년대 동북아 반공노선 강화 목적으로 정부와 미국이 적극 나섰던 역사성에 주목한 것이다. “드라마센터는 절대로 사유화되지 않습니다. 우선 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드라마센터가 우리 연극중흥의 모체가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1966.9.1. 한국일보)라는 동랑의 생전 인터뷰를 논거 삼아, “임대 철회 시도는 애초에 공공극장으로 설립된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며 한국연극계의 귀중한 자산을 영원히 사유화하려는 위험한 의도”로 규정했다.
 
동랑의 초심과 달리 드라마센터는 ‘연극 중흥의 모체’가 되지 못했다. 비싼 대관료 탓에 극장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예식장 등 행사용 대관이나 서울예대 학생들의 실습공간으로 주로 이용됐다. 그러다가 지난 10년간 비로소 연극인들의 염원대로 공공극장으로 자리잡아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울예대는 계약 종료 통보 이후 위기를 맞았다. 2월부터 ‘미투’ 사태 여파로 학교 관련 각종 폭로가 쏟아지자 유덕형 총장은 사표를 냈고, 교육부 실태 감사를 받고 있는 학교 측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과연 드라마센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서울예대 이영렬 매스미디어센터장은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드라마센터는 90% 이상 동랑의 사재로 지어졌다”면서도 “수많은 문화인을 배출해 온 서울예대는 연극인들과 대립·갈등을 원치 않는다. 예전과 다름없이 학내외 연극을 위한 공간으로 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유재와 공공재의 경계에서 공연장으로 정착되지 못했던 과거가 미래를 보여준다. 수익성 대관 위주로 운영된다면 대중의 입맛을 쫓을 수밖에 없고, 공공극장의 추억은 사라지기 쉽다. 연극인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하는 이유다.  
 
반면 실습공간이던 극장의 존재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자부심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창작극과 스타배우의 산실인 서울예대가 교육과 극장행정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예술학교 운영의 모델이 되었다면, 애초에 드라마센터를 임대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삼일로 창고극장, 세실극장 등 역사적인 민간극장들도 운영난 탓에 공공극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마당에, 문제는 소유가 아닌 운영이다. ‘드라마센터 원주민’도 함께 사는 운영 방식을 고민할 때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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