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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에 속지 않으려면

[책 속으로] 김봉석의 B급 서재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매드무비

 
바야흐로 음모론의 시대다.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음모론을 탐사보도처럼 보여주고, 게임 닉네임을 지닌 모사꾼이 시도한 댓글공작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지지난 대선에서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정권이, 세상이, 어떤 집단이나 개인의 음모에 의해서 바뀌었다거나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은 흥미롭다. 적을 만들기도 좋고, 대중의 이목을 끌기도 좋다.
 
하지만 음모란 것이 구체적인 현실을 뒤엎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고, 원인과 결과가 일치하는 때도 많지 않다. 역사의 순간은 필연보다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고, 실수와 사고로 거대한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인간의 의지? 결정적인 순간에 거들어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 정도에 가깝지 않을까. 역사는, 세계는, 소수 집단의 음모만으로 움직이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하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

그럼에도 대중은, 아니 지식인도 쉽게 음모론에 빨려든다.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짓을 누군가는 저지르는 현실 역시 존재하니까.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이마고)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지 못하는 권력자들의 비밀과 거짓말’을 들려준다. “정부나 기업, 학계, 군대, 사법부, 언론이나 기성 교회의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할 지식을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공식적인 설명과 기존 사고의 무사안일한 세계에 도전”하는 책이라고 필자는 말한다. 부시가 한때 마리화나를 피웠고, 월트 디즈니가 FBI에 협조하여 직원을 감시했다는 공공연한 비밀부터 시작하여 CSI의 유전자 감식이나 지문 감식에 의외로 오류가 많다는 과학수사의 실상, 그리고 정치와 경제,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수많은 거짓말을 망라한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책에 따르면, 말도 안 되는 듯한, 소설로 쓰면 너무 막 나갔다며 개연성이 없다고 비난받을 사건이 현실에는 너무나도 많다. 나치가 유대인으로 인체실험을 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1940년대 후반에서 50년대까지 원폭 실험 현장에 자국 군대를 투입하여 방사능의 영향을 실험했다. 흑인에게는 성병과 피임에 관한 임상 실험을 했다. CIA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약과 최면을 이용한 마인드콘트롤 실험을 했던 MK울트라 프로젝트도 이후 정보공개를 통해 밝혀졌다. 클린턴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설마 그런 짓까지 했을까? 라며 상식선에서 생각한 사람들이 틀렸다. 정부는, 과학자는, 언론인은, 그러니까 사람들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동물이다.
 
매드무비

매드무비

“명백하게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을 비롯해서 대중매체에는 계속해서 사실을 생략하고, 대안에 대해서는 축소 보도하고, 오웰의 소설 『1984』의 ‘진실부’나 쓸 법한 표현만 하는 식의 지속적으로 유해한 조작과정이 있다”고 사우스웰은 말한다. 맞다. 음모론은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현실에서 자라난다.
 
톄거가 쓴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미래의창)는 전혀 근거 없는 음모론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음모론이 횡행하는 이유를 지적한다. 정보가 부족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두어 개의 팩트를 던져주면 사람들은 그것만 보게 되니까.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도 의심스러웠다. 범인인 조승희 한 명이 그렇게 많은 수의 희생자를 만들 수 있을까? 음모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고메스 후라도가 사건 관계자와 피해자들을 인터뷰하여 쓴 논픽션 『매드무비』(꾸리에북스)를 보면 의심이 걷힌다. 상식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던 사건의 아귀가 ‘증언’을 통해 모두 맞춰진다. 인간도, 세상도, 논리와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나의 사건은 우연과 실수에 의해 변화를 겪고 다른 결과로 나아간다. 음모론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사실’을 공개하여, 일부만으로 사건의 그림을 그리지 않게 하는 것. 하지만 누군가 정보를 감추고, 거짓말을 한다면 음모론은 늘 위험하고 매력적인 선동수단이 된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naver.com
대중문화평론가. 부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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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