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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 탓"···수백억 국가배상 사태 오나

지난해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이 국제학계에서 받아들여져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의 연구 논문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를  27일(한국시간) 게재했다.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 때문이란 걸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의미다.
 
지열 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기업 넥스지오에 의뢰해 진행한 ‘MW(메가와트)급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국가 R&D 프로젝트다. 섭씨 최고 170도에 이르는 포항 흥해읍 지하 4㎞ 아래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자는 것으로,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서의 지열 발전 이용은 포항이 아시아 최초다. 아이슬랜드나 일본의 경우 화산지대가 많아 지하 4㎞ 이상의 심부(深部) 지열이 아닌 천부(淺部) 지열을 이용하고 있다. 지열 발전에 따른 지진 가능성은 심부 지열 방식이 더 크다. 이 교수의 연구결과처럼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 발전인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정부 차원의 피해보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포항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는 총 2만7317건이며, 피해액은 551억원에 이른다.
 
암반에 고압 물 주입, 유발지진 발생 
 
이진한 교수

이진한 교수

이진한 교수 연구팀은 논문에서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으로 인한 유발 지진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과 지진발생이 일치했고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으며 ▶진원의 깊이가 일반적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물 주입점 근처에 단층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지진 연구로 저명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의 지진학자인 클리프 플로리치 교수가 만든 ‘유발지진 감별 방법’ 다섯 가지 중 네 가지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다섯 번째 유발지진 감별방법은 해당 지역에 유발 지진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연구논문이 있었는지의 여부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이 다섯 가지 감별방법에 모두 부합하게 됐다”며 “따라서 포항지진은 거의 확실한 유발 지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열 발전이나 셰일가스를 생산할 때 지하 암반 틈새에 고압의 물을 집어넣는 수압 파쇄 방법을 쓴다. 이때 높아진 수압으로 지층이 흔들리면서 유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하 4㎞ 이상의 심부 지열 발전에는 규모 3.5 이상의 유발 지진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상식이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론과 사례를 보더라도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포항에 주입된 물양의 약 800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진한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포항 지열 발전소와 같은 방법에 의해서도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간 학계에서 통용된 지진 규모와 물 주입량 관계식 법칙이 틀릴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물 주입 시간과 지진 발생 일치 
 
경북 포항 흥해읍 지역에 들어선 지열발전소 시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민간기업 넥스지오가 진행했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 흥해읍 지역에 들어선 지열발전소 시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민간기업 넥스지오가 진행했다. [중앙포토]

또 이와는 별도로 이번 호 사이언스에는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의 위머 교수팀이 지진자료와 인공위성 레이더 원격탐사 자료를 이용해 역시 포항지진이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제시한 논문이 함께 실려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지진 발생 직후 언론을 통해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 발전소로 인한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국책과제로 경주 지진의 원인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교수는 “지열 발전을 하는 포항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자주 발생해 경주 지진의 영향일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발전소 주변에 지진계 8대를 설치했는데, 5일 뒤 실제로 지열 발전 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서 그런 주장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학계에서는 이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내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난달부터 포항지진과 지열 발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이강근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진 진원의 위치가 지열 발전을 위한 물 주입 구간의 위치와 가깝다는 사실 등으로 볼 때 지열 발전과 포항지진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량적으로 명확하게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의 땅속 응력 형성 등에 대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고 말했다.
 
국내 학계선 이 교수 논문에 유보적 
 
정밀조사단은 내년 2월까지 1년간의 조사기간 동안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지진 발생의 원인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다. 또 그간 포항지진은 경주지진의 여파라고 주장해온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사이언스에 실린 이진한 교수의 논문은 존중하지만 나는 포항지진에 대한 다른 연구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이번 기회에 포항 지열 발전소와 관련한 자세한 자료를 다 공개해 가능한 모든 사람이 연구하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혼란방지를 이유로 조사단에만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미 스위스와 독일 등 외국에서도 관련 논문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데이터의 비밀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 때문이라는 최종 결론이 날 경우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지열 발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당시 언론에 나와 지열 발전소 외에도 이산화탄소 저장을 위해 포항 앞바다 퇴적층 암반을 뚫을 때도 지진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직후,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 이 교수는 이후 학계는 물론 환경단체로부터도 ‘원전 마피아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등의 비난을 받았다. 이 교수는 “지열 발전이든 이산화탄소 저장이든 과학적으로 위험한지 여부를 검토하지도 않고 곧바로 그만두는 것은 정말 아니다”라며 “이번을 계기로 제대로 조사해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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