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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 “굴비 좋아 … 한 자리에서 37마리 해치워요”

소사는 올해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무패,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 중이다. [뉴스1]

소사는 올해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무패,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 중이다. [뉴스1]

시속 161㎞.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 헨리 소사(33·LG 트윈스)는 7년차 ‘장수(長壽)’ 외국인 투수다. 8년차인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37)의 뒤를 잇는다. 소사는 매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지만, 패배도 승리만큼 된다.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59승 51패. 장단점이 극명하다는 의미다.
 
그런 소사가 달라졌다. 소사는 올 시즌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이다. 5번 모두 퀄리티스타트(QS·3자책점 이하로 6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할 만큼 안정적이다.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소사는 “타자와 수 싸움에 자신감이 붙었다. 내가 좀 영리해진 거 같다”며 “지난해까지 수비 실책이 나오거나 볼넷을 내주면 흔들렸는데, 올해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KIA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26세의 소사는 그저 빠른 공만 던지는 투수였다. 힘은 넘쳤지만 세기가 부족했다. 한국에서 다양한 변화구와 완급 조절을 배웠다. 힘 빼는 법을 익히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
 
소사는 최근 직구 비중을 낮추고, 컷패스트볼과 스플리터를 섞어 던진다. 특히 시속 150㎞대 빠른 직구와 뚝 떨어지는 변화구인 스플리터의 조합이 위력적이다. 소사는 “KIA와 넥센에서 함께한 이강철 코치(현 두산)에게 스플리터를 배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미국 마이너리그(샌프란시스코)에서 뛸 당시 무릎 수술을 받은 걸 빼면 한 번도 크게 다친 적이 없다. 지난 3년간 소사는 매 시즌 30경기 이상 선발등판해 185이닝 이상씩 책임졌다. 외국인 투수가 다소 부족한 성적임에도 7년째 한국에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미국에서 평범한 선수였던 소사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 2012년 5월 KIA와 계약할 당시 연봉이 21만 달러(약 2억3000만원)였다. 2014년 말 LG와 계약할 때 60만 달러(약 6억5000만원)를 받았다. 올해는 120만 달러(약 13억원)다. 6년간 자신의 가치를 6배로 끌어올렸다.
 
소사는 “기량은 뛰어나지만 한국에서 실패하고 떠나는 외국인 선수가 많은데, 미국에서 하던 대로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야구’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나는 한국 문화와 선수들을 존중하려고 애썼다. 내가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는 진리를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사는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았다. 이어 “사람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단점 하나만 꼽아달라고 하자 한참 머뭇거리더니 “도무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음식에 푹 빠진 그는 “굴비를 무척 좋아한다. KIA에서 뛸 때 경기 전 중간식으로 나온 굴비를 37마리나 먹어치운 적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시간이 날 땐 부산 해운대 등 바닷가를 찾는다. 그는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가끔 내가 한국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러다 한국 여권을 받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LG 투수 소사가 제작·연출·각본·출연까지 한 영화 ‘그것은 필요하지 않았다’의 포스터. [소사 인스타그램]

LG 투수 소사가 제작·연출·각본·출연까지 한 영화 ‘그것은 필요하지 않았다’의 포스터. [소사 인스타그램]

인터뷰 전 LG 관계자는 “인터뷰이로서 소사는 재미없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야구에 대해 물으면 심드렁해진다. 반면, 야구 이외의 것을 물으면 눈빛부터 달라졌다. 소사의 취미는 ‘영화 제작’이다. 시즌이 끝나면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 영화 작업에 몰두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HLS(Henry Leslie Sosa) 프로덕션’을 운영하는데, “14살 때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야구만큼이나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2010년 소사는 아이티 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이주민(Emigrant)’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2015년 촬영까지 마쳤지만, 후반작업이 늦어져 아직 개봉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발생한 16세 소녀 강간 살해 사건을 다룬 영화 ‘그것은 필요하지 않았다(no era necesario)’도 만들었다. 현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에서 소사는 제작자·감독·작가·배우 등 1인 4역을 맡았다. 소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나는 사건을 추적하는 조사관 역을 맡았다. 비중 있는 배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휴대전화으로 예고편 동영상 클립을 보여줬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두 영화를 동시에 개봉하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쓴 시나리오 얘기를 꺼낼 땐 더 신난 표정이었다. 소사는 “은행강도가 된 두 형제 얘기를 영화로 기획 중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처럼 스트리트 레이싱 장면도 들어간다”며 “한국에서 함께 뛰며 친해진 선수들을 영화에 출연시킬 계획이다. 슬쩍 출연 제의를 하는데 확답을 한 선수가 아직 없다”며 웃었다. 그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은퇴하고 난 뒤엔 영화 작업에 몰두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LG는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우승 청부사’ 류중일 감독을 영입해 반등을 노린다. 시즌 초반 소사 등 탄탄한 선발진 덕분에 상위권을 달린다. 그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플레이오프에서 또 한 번 강속구를 보여주겠다”며 가을야구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표정 만큼은 영화 얘기를  할 때처럼 진지했다.
 
헨리 소사는
포지션 : 투수(우투우타)
출생 : 1985년 7월 28일
체격 : 1m86㎝, 95㎏
국적 : 도미니카공화국
연봉 : 120만 달러(약 13억원)
소속 : 샌프란시스코(2006년)-휴스턴(2011년)-
KIA(2012년)-넥센(2014년)-LG(2015년)
 
기록
●메이저리그(1시즌)
10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5.23
●KBO리그(7시즌)
172경기 61승51패, 평균자책점 4.35
●2018시즌
5경기 2승무패, 평균자책점 1.06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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