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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술렁이는 대치동 강사들 "이러다 사교육 또 폭발한다"

 320억짜리 강남 빌딩 산 '일타강사' VS 100만원 월급쟁이 강사···대치동 사교육 시장도 양극화
[논설위원이 간다] 장세정의 사사건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도 학원이 가장 밀집한 은마사거리. 장세정 기자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도 학원이 가장 밀집한 은마사거리. 장세정 기자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이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유명 '일타 강사'(1등 스타 강사)가 지난 1월 강남 요지의 빌딩을 320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돼 화제가 됐다. 일타 강사란 과목별로 수강생이 가장 먼저 마감되는 대표 강사를 부르는 사교육 업계 용어다.

320억 짜리 강남 빌딩을 사들여 화제가 된 메가스터디 영어 대표 강사 현우진씨. [중앙포토]

320억 짜리 강남 빌딩을 사들여 화제가 된 메가스터디 영어 대표 강사 현우진씨. [중앙포토]

 주인공은 인터넷 강의('인강')로 유명한 메가스터디에서 수학 영역 대표 강사로 활동하는 현우진(31)씨. 현씨처럼 대치동 학원가에는 월수입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스타강사'가 수두룩하지만, 월 100만~150만원을 받는 '가난한 강사'도 적지 않다. 이들은 '투잡'을 하거나 '언더'(신고하지 않은 불법 과외)를 뛰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측면만 부각돼온 대치동에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사탐 분야 일타강사인 스카이에듀 이지영 씨. [홈페이지 캡처]

사탐 분야 일타강사인 스카이에듀 이지영 씨.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대치동 일타 강사든 가난한 강사든 한목소리로 "강사 개인별 역량 차이와 자본의 영향도 있지만, 정부의 입시제도 변화가 대치동 사교육 시장의 양극화를 더 가속화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4개월간의 공론화를 거쳐 8월에 새로운 대입제도(2022학년도 시행)를 내놓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치동 사교육 시장(학원 1030개)이 또 술렁거리고 있다. 대치동 사교육 강사들의 양극화 실태 및 입시 제도 개편에 대한 현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제3차 국가교육회의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신인령 의장(왼쪽)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제3차 국가교육회의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신인령 의장(왼쪽)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했다는 현우진 강사는 2011년 대치동 사교육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불과 3년만인 2014년 10월 현장 학원 수강생 수 기준 최다(2200명)를 기록했다. 강남 사교육 정보에 밝은 한 학원 관계자는 "현우진 강사는 2014년에 메가스터디 인강 강사로 스카우트 되면서 유명해졌다"며 "4~5년 전에 대치동을 평정했고 지난해 하반기쯤 전국 1위로 올라섰다"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국내 인터넷 강의 업체인 메가스터디 관련 이미지 사진.

대표적인 국내 인터넷 강의 업체인 메가스터디 관련 이미지 사진.

 사교육 업계는 현 씨의 연간 수입이 최소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래인재·이강·다원 등 3곳의 현장 강의(주간 평균 10개 반)에 따른 수입은 연간 20억원 전후이고, 메가스터디 인강 수입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데뷔 7년 만에 '자산가' 대열에 진입한 현씨 사례는 대치동 일타 강사의 화려한 단면이다.
학원들이 대거 입주한 서울 대치동의 한 건물.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학원들이 대거 입주한 서울 대치동의 한 건물.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이와 달리 월급쟁이 수준에도 못 미치는 대치동 강사들도 수두룩하다. 인기 없는 내신 과목 강사들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방학 기간에는 강의가 없고 중간·기말 고사 기간에 잠시 강의가 개설돼 월 100만~150만원 정도를 번다. 한 강좌에 학생 2~3명을 앉혀 놓고 수업하는 경우도 많다. 대치역 주변의 한 학원장은 "외부에서 큰돈을 벌겠다고 1억원을 대치동 사교육 시장에 투자해 3개월 만에 날린 사례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교실 내부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교실 내부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장은 "대치동 강사들이 일확천금을 버는 것처럼 오해하지만 그런 시절은 지났다. 3년 이상 경력 강사의 월수입이 500만원 미만이라 대기업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입시 제도의 변화는 과목별로 학원 매출에 영향을 준다. 대치동 영어학원들은 2006년이 최고 전성기였다. 하지만 2008년 외고 선발시험이 없어지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2~3년 전부터 영어학원이 또 한 번 타격을 받았다.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내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내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3~4년 전 월 250명의 학생이 몰렸던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 원장은 "요즘 단체 강의는 거의 중단하고 소규모 강의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이 줄어든 일부 비인기 강사들은 투잡이나 불법 과외에 뛰어들고 심지어 비트코인에 투자해 돈을 잃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 사이에는 "절대평가라 90점만 받으면 만점으로 인정되는데 영어 공부를 왜 열심히 하느냐"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수업이 진행중인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수업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수업이 진행중인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수업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대규모 자본이 학원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영세 학원들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예컨대 대치동 은마 사거리에 있는 몇몇 학원에는 외부 자본이 투입되면서 대형화됐다. 수십억 원을 들여 일타 강사를 스카우트하고, EBS 문제를 변형한 문제로 만든 교재로 큰돈을 번다.
 EBS 스타강사 출신의 한 수학학원장은 "자본을 무기로 기업화된 학원들이 대치동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그동안 실력으로 경쟁해온 전문학원들이 고사 위기"라고 호소했다.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은마사거리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은마사거리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대규모 자본의 대치동 유입과 함께 사교육 시장 판도에 막강한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역시 입시제도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대입제도 개편을 앞두고 대치동은 요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원장·강사 등 6명을 각각 만나 사교육 시장과 공교육 정책을 보는 시각 등을 들어봤다. 이들은 교육부를 향해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발언을 압축해 문답으로 재정리했다.
서울 대치동의 지하철역에 내걸린 학원의 스타강사 홍보물.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서울 대치동의 지하철역에 내걸린 학원의 스타강사 홍보물.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입시 제도 변화가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나.
 "입시제도가 자주 바뀔수록 전체 사교육 시장은 커졌다. 수능을 죽이면 내신시장이 커지는 식이다. 입시제도가 '장수생(재수생 이상)'을 양산한다. 학교 교사들은 바뀐 제도를 깊게 연구 안 한다. 반면 학원 강사들은 생계가 달려 있다 보니 치열하게 분석한다. 입시 제도가 개편될 때마다 학원 시장은 물갈이된다. 새로 뜬 강사들은 그 이전 강사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서울 대치동 지하철 역에 내걸린 학원의 스타강사 홍보물.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서울 대치동 지하철 역에 내걸린 학원의 스타강사 홍보물.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왜 사교육 시장이 계속 커진다고 보나.

 "사교육을 키우는 자양분은 공포감이다. 요즘 입시제도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수능을 봐도 학생이 자기 등수를 모른다. 이런 공포심을 이용해 고액 입시 컨설팅이 판친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며 학생부 전형을 확대했는데.
 "강남 모 고교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할 목적으로 영어 토론대회를 열었다. 교내 활동이라면서도 결국 대회를 대치동 학원 강사에게 돈을 주고 의뢰해 치르기도 했다."
메가스터디의 대표적인 한국사 일타강사인 이다지 씨.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메가스터디의 대표적인 한국사 일타강사인 이다지 씨.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공교육과 사교육을 보는 생각은.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해 대학 갈 수 있게 해주면 사교육이 왜 커지겠나. 사교육을 악마라고 비난하지만, 사교육은 교육부 정책의 결과물이다. 정책에서 파생돼 생긴 사교육 시장을 일방적으로 욕하면 억울하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불행으로 내몬다."
 -정부 교육 정책의 문제점은.
 "두 가지 상반된 가치가 모순되고 충돌한다. 교육에 시장논리가 적용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교육이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을 줄 세우기 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줄을 세우는 현실이 매번 충돌한다. 한국 교육정책은 항상 선한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해왔다."  
수학분야 스타강사인 대치동 밀수학학원 남언우 원장.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수학분야 스타강사인 대치동 밀수학학원 남언우 원장.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교육부가 입시제도 개편 논의를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는데.
 "6·13 지방선거 때문에 정부가 4개월 뒤로 결정을 미룬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입시제도를 공론에 붙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선거 끝나고 모든 수능 과목을 절대 평가로 바꾼다면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더 폭발할 것이다."
 -사교육을 줄일 대책은 없나.
 "입시제도를 한번 만들면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좋다. 미국은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를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다. 제도를 바꿀수록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고 더 커진다. 지금 사교육을 악마라고 하는데, 악마를 잡는 방법은 제도 손질 보다 디테일 바로잡기가 더 시급하다."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정부의 입시제도 개편이 이번에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까. 장세정 기자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정부의 입시제도 개편이 이번에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까. 장세정 기자

 -어떤 디테일을 잡아야 하나.
 "예컨대 현재 약 3대 7 정도인 수시와 정시 비율은 교육 공급자인 교사와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5대 5 정도로 바꿔야 한다. 수시 지원을 6회까지 늘리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졌다. 수시 2회, 정시 2회로 줄여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이 기사 관련 영상편집 작업에 황병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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