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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람도 모르는 달고기가 부산 대표 생선이라고?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 테이블에 문재인 대통령이 성장하고 활동했던 부산의 달고기 구이가 오른다고 24일 청와대 측이 발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산의 대표적인 생선인 달고기 요리는 유럽에서도 고급 생선으로 분류되며 북한 해역에서는 잡히지 않는 고기로 알려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달고기 구이의 모습. [청와대 제공]

달고기 구이의 모습. [청와대 제공]

 
하지만 정작 부산 주민이나 출향인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달고기가 무슨 생선인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 상당수다. 특히 중장년층은 “듣도 보도 못한 생선”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로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이 물고기의 정체를 확인하는 사람도 여럿이다. 부산 출신인데도 정작 부산에서는 구경도 못 한 것은 물론 그런 이름의 생선 자체를 서울의 미식 모임에서 처음 접했다는 사람도 있다.  
 
민달고기.몸빛이 은색이다. [중앙포토]

민달고기.몸빛이 은색이다. [중앙포토]

여러 사전을 종합하면 달고기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몸빛은 회색으로 은색의 광택이 나며 몸길이는 50cm 정도로 몸체 길이가 짧고 모양이 타원형에 가깝다’라고 소개된다. 특징적인 것이 ‘옆구리에 큰 암갈색 무늬가 있고 그 주위를 흰색의 둥근 테가 감싸고 있다’는 부분이다. 둥근 테가 감싼 이 암갈색 무늬가 달처럼 보여 ‘달고기’로 부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장년층 부산 사람 상당수는 이 물고기를 ‘달고기’라는 이름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맛도’ 또는 ‘마또’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대구전이나 명태전 대신 이 생선을 포 떠서 전을 부쳐 제사나 차례상에 올리거나 반찬이나 안주로 먹어왔다. 통째로 구워 먹기도 한다.  
살이 단단한 대구나 명태를 주로 쓰는 생선전. [중앙포토]

살이 단단한 대구나 명태를 주로 쓰는 생선전. [중앙포토]

 
대구나 명태는 살이 무르지 않고 모양을 잘 유지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제사나 차례에 애용됐다. 하지만 맛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고 살도 단단해 나이 드신 분들이 드시기에 살짝 불편한 편이다. 반면 ‘마또’는 살이 좀 물러서 조리 과정에서 모양이 잘 부서지는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식감이 부드러운 데다 감칠맛이 뛰어나다. 이가 시원치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만이다. 이 때문에 전감으로 마또가 인기다. 마또는 생쥐치와도 경쟁한다. 부산 등 남해안 지역에서는 감칠맛이 뛰어난 생쥐치의 포를 떠서 횟감이나 전감으로 애용한다. 문제는 생쥐치는 가격이 비싼 편인데 ‘마또’는 이와 경쟁재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사실 마또는 식감이나 감칠맛으로 따지면 생쥐치나 대구, 명태보다 더욱 가치 있는 생선이다.  
부산 자갈치시장. [사진 부산시]

부산 자갈치시장. [사진 부산시]

 
그렇다면 이 물고기는 왜 사전에 있는 표준어인 달고기가 아니고 마또라는 명칭으로 불렸을까? 일본어에서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같은 물고기를 일본에서도 식용으로 즐긴다. 일본 자료를 찾아보니 이 물고기는 유라시아 대륙과 오세아니아 대륙을 둘러싼 바다와 지중해에 서식한다. 대서양과 동태평양 등 미주 대륙을 둘러싼 바다에선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로 일본과 지중해 연안의 유럽 지역에서 인기다. 일본에서는 물고기의 몸체 옆구리에 있는 흑색의 동그란 반점을 달로 여기지 않았다. 대신 궁도에서 사용하는 과녁(的:まと)을 연상해 이 물고기를 ‘과녁 도미’라는 뜻의 '마토다이(的鯛: まとだい)'로 부른다. 마도다이라는 이름이 ‘맛도’ 또는 ‘마또’로 한국에 전해졌을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줄가자미 회 . 거칠고 강한 식감이 다른 어느 생선회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개성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부산의 인기 생선회다. 물가자미는 낚시로 잡아온다. 인기가 높은 만큼 가격도 만만하지 않다. [중앙포토]

줄가자미 회 . 거칠고 강한 식감이 다른 어느 생선회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개성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부산의 인기 생선회다. 물가자미는 낚시로 잡아온다. 인기가 높은 만큼 가격도 만만하지 않다. [중앙포토]

 
과거 노점이 많던 시절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가면 마또 포를 쌓아놓고 파는 자갈치 아지매를 흔히 만날 수 있었다. 견문이 적은 탓인지 아지매들에게 이 고기(부산에선 생선을 물고기라고 부르기보다 그냥 고기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의 명칭을 물어봤을 때 이를 달고기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항상 “마또”라는 대답을 들었다. 최근에는 달고기라는 순우리말 이름이 대세로 바뀌었는지 몰라도 분명히 3년 전까지는 마또로 불렸다.  
돌도다리회를 중심으로 한 횟집 메뉴. 가운데가 돌도다리회다. 거친 식감이 야성의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중앙포토]

돌도다리회를 중심으로 한 횟집 메뉴. 가운데가 돌도다리회다. 거친 식감이 야성의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중앙포토]

 
사실 부산에선 우리말이 있는데도 일본 이름으로 불리는 물고기가 적지 않다. 부산 사람들이 횟감으로 선호하는(가격이 비싸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고급 생선인 줄가자미 또는 돌가자미는 이시가리(いしがリ)로 불린다. 이는 돌가자미를 가리키는 일본어인 이시가레이(石鰈:いしがれい)가 전달 과정에서 변형됐거나 일본 특정 지역의 사투리가 전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횟감으로 인기 있는 또 다른 물고기인 돌돔은 부산에선 이시다이(石鯛: いしだい)나 돌돔 새끼를 가리키는 시마다이(縞鯛:しまだ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젠 마또를 달고기로, 이시가리를 돌가자미로, 시마다이를 돌돔으로 바꿀 때도 됐다. 
 
[27일 남북정상 만찬에 오를 술과 음식 차림표] 청와대 제공
 
<남북정상회담 만찬 주>
1. 면천 두견주: 충남 당진시 면천면에서 진달래 꽃잎과 찹쌀로 담근 향기 나는 술. 
2. 문배술: 고려시대 이후 천년을 이어오는 문배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86-가 호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7호. 문배술의 고향은 평안도이나 지금은 남한의 명주로 자리잡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  
1. 통영 문어냉채: 고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남해 통영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 
2. 스위스식 감자전: 삭힌 감자가루로 만든 스위스식 감자전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 뢰스티(스위스식 감자요리)를 우리식으로 재해석. 
3. 신안 가거도의 민어해삼편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해 편수로 만듦. 
4. 부산 달고기구이: 부산의 대표적인 생선인 달고기 요리는 유럽에서도 고급 생선으로 분류되며 북한 해역에서는 잡히지 않는 고기로 알려져 있음.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기억과 유럽 스위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김정은 위원장의 기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음식. 
5. 서산 목장의 한우부위별 구이: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가 유명해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구이. 
6. 평양 옥류관 냉면: 북측에서 준비. 사진 없음. 
7. 김해 봉하마을 쌀과 DMZ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 그리고 쑥국: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과 우리 민족의 대표적 봄나물 ‘쑥’으로 만든 된장국. 
8. 도미찜과 매기찜: 도미는 대표적인 잔치 음식재료로 좋은 날 귀한 음식을 준비하는 우리 민족의 마음을 담은 요리, 매기는 한반도 어디에서나 사는 민물어종으로 우리 민족의 기억과 내일을 염원하는 소망을 담아 준비한 매기찜. 
9. 디저트 망고무스 ‘민족의 봄’: 추운 겨울 동토를 뚫고 돋아나는 따뜻한 봄 기운을 형상화한 디저트로 붐꽃으로 장식한 망고무스 위에 한반도기를 놓아 단합된 한민족을 표현하고 단단한 껍질을 직접 깨트림으로 반목을 넘어 남북이 하나됨을 형상화함. 
10. 백두대간 송이꿀차와 제주 한라봉편: 백두대간의 송이버섯과 제주의 한라봉을 사용한 차와 다과.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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