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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앞둔 김범수 "목표는 빌보드 재진입·롤모델은 55년 노래한 패티김"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발라드 가수'인줄 알았지만 가스펠과 솔(soul) 등 흑인음악으로 내공을 다진 가수로, '말빨' 없는 진지한 가수인줄 알았지만 넘치는 예능감각도 겸비한 가수로···.

내년 데뷔 20주년을 앞둔 가수 김범수(39)의 경력은 '편견 깨기'의 역사다. 외모의 후광을 받지 않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어떻게 성공해왔는지에 대한 증명이다.

25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김범수는 "12년 간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을 하다가 한번에 '비주얼 가수'라는 수식을 달게 됐어요. 덕분에 외모적인 콤플렉스를 많이 깰 수 있었어요"라며 웃었다.

1999년 1집 '어 프라미스(A Promise)'로 데뷔한 김범수는 데뷔 당시 탁월한 가창력은 인정 받았지만 정작 개성 강한 외모 때문에 무대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늪'을 통해 인기를 끈 조관우(53)의 콘셉트를 따와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 방향을 잡았다. 조관우와 작업한 작곡가 하광훈(54)이 김범수 1집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러나 데뷔 12년째인 2011년 MBC TV 음악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외모를 뛰어 넘는 가창력의 후광과 과감한 패션 감각 그리고 화려한 무대 매너로 '비주얼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가수가 노래로 돋보인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 김범수가 증명했다.

"비주얼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도 농담 삼아 편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가 마음에 듭니다. 하하."

이후 명실상부한 대형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한 그는 데뷔 20주년의 해를 앞두고 장기 프로젝트 '메이크 트웬티(MAKE 20)'를 준비했다.

신효범이 1996년 발표한 동명곡을 재해석한 '난 널 사랑해'를 26일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20주년 기념 작업이다. 과거의 음악 재탄생(re.MAKE), 새롭게 선보이는 음악(new.MAKE), 컬래버레이션 음악(we.MAKE) 등 세 가지 키워드로 구분된다.

김범수는 20주년이라는 숫자가 크게 부각이 될 만한 이슈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정리한다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20년"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싱어송라이터 윤종신(49)이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같은 정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영감을 받거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개 음원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작업이다. "기한을 정해놓고 하면 지칠 거 같았어요. 지치지 않고 좋은 음원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싶어요. 20곡을 두 개의 (물리적인) 음반으로 나눠 낼 계획도 있습니다."

'보고싶다' '끝사랑' 등 정통 발라드로 널리 알려졌지만, 김범수의 음악적 자양분은 좀 더 다양하다. 특히 스티비 원더,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 흑인 음악의 지분이 크다.

이런 김범수가 '메이크 트웬티' 프로젝트 첫 작업으로 신효범(52)의 '넌 날 사랑해'를 리메이크한 것은 수긍할 만하다. '넌 날 사랑해'는 영화 '보디가드'(1992) 주제곡인 R&B 솔 기반의 가수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의 '아이 윌 올에이스 러브 유'에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곡이다. 감미롭다, 점층적으로 웅장해지는 발라드로 드라마틱하다.

신효범이 2012년 부산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이 곡을 부르는 것을 본 뒤 '대형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김범수다. "신효범 선배 같은 굵직한 디바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쏟아내면서 노래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데뷔 전 복음성가(CCM) 가수를 꿈꾸기도 했던 김범수는 이번 '난 널 사랑해' 후반부에 가스펠 편곡을 더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역시 외모의 편견을 이겨내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 모델 한현민(17)이 나온다.

'김범수'하면 항상 가창력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영상 채널 유튜브 등에서 회자되는 '김나박이' 얘기가 그런 맥락이다. 김범수를 비롯 나얼(40), 박효신(37), 이수(37) 등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네 보컬 이름의 앞글자를 딴 조어다.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가수가 네 명만 있는 건 아닐 텐데, 형용사처럼 상징적인 의미가 됐죠. 그 안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인데, 제가 다른 가수들에 비해 어떤 부분이 훌륭한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좋은 곡을 쓰는 것을 비롯해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다른 부분도 많아요. 그런 부분을 이번 프로젝트로 많이 보여드렸으면 합니다."

기존 소속사를 떠나 올해 초 자신의 동생이자 오래 매니저를 맡은 김영도 대표와 함께 설립한 1인 기획사 '영엔터테인먼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더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한 것이죠. 둥지에 안착했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제가 제작이나 프로듀싱 쪽으로는 크게 관심이 있지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죠. 다른 가수를 영입할 수 있지만 관여는 안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올 수 있게 돕고 서포트하고 조언하는 선배의 역할이죠."

'방탄소년단' 등 K팝 아이돌 그룹이 '빌보드'를 휩쓸고 있는 현재, 김범수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이 차트 맨 위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이다. 2001년 자신의 히트곡 '하루' 영어 버전인 '헬로 굿바이 헬로'로 빌보드의 부문별 차트인 '핫 100 싱글스 세일스' 차트 51위를 차지했다. 메인 차트는 아니었지만 국내 가수 최초의 빌보드 진입 기록이다.

김범수는 "은퇴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건 빌보드 재진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활동 자체를 빌보드만 염두에 두고 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싸이도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2위를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발표한 것은 아니잖아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예요. 또 빌보드가 세계 모든 음악차트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대한민국 음악시장이 글로벌해져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문도 두드리고 싶어요. 기구 사냥의 생각도 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토종 가수'로서 한국의 대중에게 사랑 받는 걸 우선시 하고 싶어요."

김범수의 롤모델은 데뷔 55주년을 맞은 2013년 은퇴한 가수 패티김(80)이다. "저는 50년의 반도 안 왔어요. 새로 출발하는 시작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며 눈을 빛냈다. "지난 20년은 좋은 가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 목소리와 브랜드, 플랫폼을 만들어서 계속 음악 작업을 하고 싶어요. 조금은 편향돼 있는 현재 대중음악계의 구조를 건강하게 바꿔가고 싶죠.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그 초석이 됐으면 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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