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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미국·일본서 도입한 집중투표제, 한국서 왜 다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 개정을 5년 만에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오른쪽 둘째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 개정을 5년 만에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오른쪽 둘째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달 22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이날 삼성물산 주주들은 최치훈 이사회 의장 등 4명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 회사 지분 5.57%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한 주요 임원들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지만, 안건 통과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 지분이 40%에 달해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직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소수 주주를 규합해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표를 몰아서 던진다면,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법무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접투표제란 기업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개별 이사에게 투표할 수 있는 의결권 전부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줘 소수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소수 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되지만, 투기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 본격적으로 기업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1960년 이후, 일본은 1974년부터 강제 규정을 기업 자율로 선택할 수 있게 바꿨다. 현재 미국에선 애리조나·네브래스카·웨스트버지니아 등 총 7개 주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밖에 러시아와 멕시코·칠레·중국·대만 등이 이 제도를 의무화했다. 유럽 국가 중에선 도입 사례가 없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선진국의 경우 소액주주권 강화란 장점보다는 주주 간 분쟁과 경영 효율성 저하, 투기 자본의 경영 간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폐기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선 이미 오래전 폐지되기도 한 이 제도가 한국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2012년이다. 당시 박근혜·문재인 등 대선 후보들이 '경제 민주화'를 화두로 던지면서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직접투표제 의무화가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2013년 7월부터 이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기업 반발로 국회에 제출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재벌 개혁이 사회적 쟁점화하면서 다시 추진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직접투표제 의무화는 그러나 재벌 개혁에 동의하는 진보 경제·경영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 과거 소액주주 운동을 펼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여연대파'는 소액주주의 권한으로 재벌을 견제할 수 있는 이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나 정승일 민주노총 정책연구소장 등은 자칫 이 제도가 기업의 장기적 발전보다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기 세력에 기업과 노동자들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도 소액주주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4명의 이사 후보 중 3명을 선임하고 1명은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소수 주주가 몰표를 던져 원하는 이사가 떨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지만, 후보자 전원이 이사로 선임되는 상황이라면 집중투표제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집중투표제가 의도한 효과를 내려면 기관투자자 등 소수 주주가 이사 후보 추천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제도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이런 전제가 없다면 집중투표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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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