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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기다려달라"는 드루킹…댓글 조작 법 처벌 어려운 것 알았나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본사. 김경록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본사. 김경록 기자

 
네이버가 25일 자사 서비스의 뉴스 댓글 방식을 바꾸기로 했지만 여전히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패킷 조작 프로그램'이나 매크로(자동 입력 프로그램)를 사용한 여론 조작은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댓글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는 기사 한 건에 한 아이디로 달 수 있는 댓글을 24시간 동안 3개로 제한한 것이다. 그동안에는 한 아이디가 20개의 댓글을 쓸 수 있었다. 김씨 일당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댓글의 '공감''비공감' 클릭 수에도 제한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은 제한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한 아이디가 24시간 동안 50번의 클릭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김형식 성균관대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새로 내놓은 방식은 가장 기초적인 방어선으로 매크로 등의 조작은 막지는 못한다"며 "근본적인 대안은 아이디를 만들 때 주민등록번호 등도 입력하는 하는 등 실명 인증을 강화해 무분별한 계정 생성을 막는 것이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이용한 댓글 조작, 처벌도 쉽지 않아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되거나 포털사이트의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을 방해했다는 혐의(업무 방해)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사 기관이 이런 혐의를 명확히 입증해 처벌받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드루킹' 김씨 측의 한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로는 이 재판(김씨 일당이 댓글 조작으로 기소된 재판)에서 실형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속된 '드루킹' 김씨 측은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네이버의 방조 책임'을 주장했다. [중앙포토ㆍ시사타파TV 캡처]

구속된 '드루킹' 김씨 측은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네이버의 방조 책임'을 주장했다. [중앙포토ㆍ시사타파TV 캡처]

  
김씨는 지지자들에게 "2~3개월 걸릴 것이니 참고 인내하고 견뎌 달라"며 "서열 갈등이나 반목하지 말고 힘을 모아달라"고도 당부한 바 있다. 김씨 일당은 '킹크랩'이라고 부르는 서버를 직접 구축해 여기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댓글 조작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김씨 일당이 사용한 프로그램이 일반 매크로와 동일하지 않다. 매크로보다 더 좋으니까 (직접)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패킷 조작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정된 동작을 반복하는 매크로와 달리 서버에 허위 신호를 보내 정상 신호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패킷 조작 프로그램은 개발자 중에서도 네트워크 관련 지식도 상당한 상급 실력자만 만들 수 있다. 많은 양의 트래픽을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홈페이지 등을 마비시키는 디도스와 같은 원리로 일종의 해킹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하지 않은 수백~수만 건의 허위 신호를 보내, 포털 서버가 실제인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언더마케터 L씨는 "패킷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했어도 매번 아이디와 IP(인터넷 고유 주소), 쿠키값을 바꿔가면서 작업하면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것을 경찰이 사후에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며 "업무 방해로 기소당한 업자들도 집행 유예를 받거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매크로가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매크로를 개발해 판매한 것을 불법 행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도 나왔다. 의정부지법은 25일 포털사이트에 글을 자동으로 등록하거나 메시지를 발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개발자(37)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원심은 이 개발자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몰수하도록 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개발자는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포털사이트에 글·이미지를 자동으로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쪽지를 발송해주는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해 3억여원을 챙겼다. 이 프로그램은 댓글을 자동으로 등록하거나, 게시판의 글을 삭제하거나 재작성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이 포털사이트가 정한 기능을 벗어난 요청을 하지 않고 통상의 요청을 대체해 빠른 속도로 댓글 작성, 쪽지 발송 등을 반복 수행했을 뿐"이라며 "통상보다 큰 부하를 유발했다는 이유로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송우영·여성국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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