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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대에 오른 정상급 디자이너의 의상을 보니…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 [사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 [사진 세종문화회관]

창극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정상급 패션디자이너들의 의상이 공연 무대 위로 올라온다. 25일 개막한 국립창극단의 ‘심청가’에선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 다음 달 9∼10일 공연하는 서울시무용단의 ‘카르멘’에선 브랜드 ‘해일’의 양해일이 의상을 맡았다.  
 
맞춤복 ‘차이’와 기성복 ‘차이킴’ 등 두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김영진은 젊고 관능적인 한복을 선보여온 디자이너다. 레이스ㆍ순면ㆍ벨벳 등 참신한 소재를 사용하며 한복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영화 ‘해어화’와 연극 ‘햄릿’, 오페라 ‘동백아가씨’ 등의 의상을 제작한 바 있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양해일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 디자이너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김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과 미국 방문 때 그의 옷을 입었다. 그가 무대 의상을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모두 이번 공연 의상을 통해 “한국 전통의 색깔을 무대 위에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심청가’ 소리처럼 기품있는 아름다움”
‘심청가’의 의상에서 디자이너가 가장 힘을 준 요소는 소재다. 물꾸리생초ㆍ갑사ㆍ운문생고사ㆍ도라지진주사ㆍ은조사ㆍ명주ㆍ표주박생고사ㆍ대화사 등 최고급 전통 한복 원단을 총동원했다. 물꾸리생초는 폭 30㎝의 옛 직조 기계로 짠 상주 실크로, 30여년 전 짜놓은 원단을 구해 다시 염색한 뒤 여성 소리꾼(앙상블) 의상에 사용했다.  
김 디자이너는 “‘심청가’는 소리라는 재료가 너무 좋기 때문에 옷으로 관능적이거나 인위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의상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소리꾼의 소리와 아름답게 조화가 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겉옷뿐 아니라 속옷 소재도 전통 그대로 사용했다. 폴리 소재 페티코트로 치마를 부풀리는 대신 광목 단속곳을 입어 항아리 라인을 살렸다. “의상이 가짜면 가짜 연기가 나온다. 좋은 옷을 입고 공연하는 배우들이 연기를 못할 수 없다”라는 디자이너의 소신에 따라서다.  
 
한복의 색도 철저하게 전통색을 고수했다. 남성 소리꾼이 입은 소창의는 비색 은조사로, 남성 악사의 도포는 소색(素色) 표주박생고사로 만들었다. 각각 고려청자와 백자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다. 김 디자이너는 “기존 ‘차이’의 한복에서 썼던 ‘샤방샤방’한 색보다는 한국적인 색을 사용했다. ‘심청가’의 소리처럼 기품이 있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면서 “관객들에게 ‘컬러테라피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극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창극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모든 등장인물의 의상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것도 이번 ‘심청가’의 특징이다. 창극의 원형인 판소리에 서사극 요소가 강하다는 점에 착안한 설정이다. 한 명의 소리꾼이 상황을 객관화시켜 전달하는 판소리의 기본 틀에 맞춰 각 캐릭터의 특징을 옷으로 고스란히 재현시켜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제작진들 사이에 “가난했던 어린 심청이 이렇게 고급 옷을 입어도 되는 거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덕분에 관객들의 볼거리는 늘었다.
 
두 배우가 이어 연기하는 심청의 경우 옷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준 것도 흥미롭다. 어린 심청의 치마와 왕후심청의 당의에 같은 무늬의 프린팅 원단을 사용해 극 전반 심청과 후반 심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 '심청가'. [사진 국립창극단]

“민화 모티브로 만든 ‘카르멘’ 의상”
양 디자이너는 “우리 민화의 다양한 색상을 ‘카르멘’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부터 한국의 민화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지난달 파리패션위크 2018/19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도 전통 민화 속의 개를 모티브로 한 의상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2018/19 봄여름(SS) 시즌 파리패션위크에서는 호랑이를 모티브로 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는 “우리 민화를 모티브로 만든 의상에 세계 사람들이 모두 놀란다. 한국화라고 하면 흑백의 수묵화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민화의 컬러 감각에 감탄한다. 일본은 빨강ㆍ검정, 중국은 황금색ㆍ빨강 중심으로 색을 썼지만, 우리는 정말 다양한 색을 썼다. 현대 서구 사회에서 추구하는 색상들을 우리는 200∼300년 전 생활 속에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 [사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 [사진 세종문화회관]

 
‘카르멘’의 의상에는 우리 민화 속의 다양한 색상이 총출동한다. 양 디자이너는 “모던한 디자인에 전통 색상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 카르멘의 옷은 기존 작품에선 대부분 빨강이었지만, 이번엔 민화 속에 있는 색상을 다 넣었다”며 “색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옷의 무늬도 민화 속 꽃ㆍ동물 등을 재해석해 디자인했다. 남자 주인공 호세의 의상에는 전통 문의 창살을 응용한 무늬를 넣었다.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사진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사진 세종문화회관]

 
또 모든 배역의 옷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 ‘심청가’와 일맥상통한 특징이다. 이에 대해 양 디자이너는 “불쌍한 사람을 불쌍한 모습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모든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공연을 보면서 ‘와, 정말 볼 만하다’고 할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카르멘’의 안무와 연출을 맡은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도 “세상이 너무 힘들지 않냐. 배우들이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춤추는 걸 보면서 관객들이 행복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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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